2월 24일(금요일) 사순절 3일차 - 오롯이 혼자일 때
말씀제목
- 오롯이 혼자일 때
말씀본문 - 창세기 39:20-21
“요셉의 주인은 요셉을 잡아서 감옥에 가두었다. 그곳은 왕의 죄수들을 가두는 곳이었다. 요셉이 감옥에 갇혔으나, 주님께서 그와 함께 계시면서 돌보아 주시고, 그를 한결같이 사랑하셔서, 간수장의 눈에 들게 하셨다.”(새번역)
“이에 요셉의 주인이 그를 잡아 옥에 가두니 그 옥은 왕의 죄수를 가두는 곳이었더라 요셉이 옥에 갇혔으나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 하시고 그에게 인자를 더하사 간수장에게 은혜를 받게 하시매”(개역개정)
말씀묵상
야곱에게는 네 명의 아내가 있었고, 그들로부터 열두 아들과 딸 하나가 태어났습니다. 요셉은 야곱의 열한 번째 아들입니다. 게다가 요셉은 야곱이 가장 사랑했던 라헬의 아들입니다. 야곱의 특별한 마음이 이 아들에게 표현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 상징이 바로 그가 입었던 ‘채색옷’(창37:5)입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비단옷’입니다. 다른 형들은 모두 무명옷을 입는데 요셉은 비단옷을 입은 것입니다. 어린 요셉은 철이 없었을까요? 형들이 싫어하는 줄을 몰랐을까요? 요셉은 아버지가 편애하는 것을 조심하지 않고 형들 앞에서 드러냈습니다. 형들의 잘못을 아버지에게 일러바쳤고, 자기가 꾼 꿈을 함부로 떠벌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형들의 미움을 샀습니다. 죽이고 싶을 만큼의 미움을 샀던 요셉이 던져진 곳은 짐승을 잡으려고 파놓은 구덩이였습니다.
구덩이에 던져진 요셉은 지나가던 미디안 상인들의 손에 넘겨져 이집트 왕의 경호대장 보디발에게로 팔려 갑니다. 그런데 거기서 요셉은 하는 일마다 형통하여 그 주인에게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 됩니다. 보디발은 자신의 모든 것을 요셉에게 맡겼고, 그 주인까지도 복을 받아 하는 일마다 더욱 형통하게 됩니다. 그러던 요셉에게 주인 여자의 유혹이 찾아옵니다. 유혹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은 요셉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요셉이 던져진 구덩이가 더 깊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깊은 구덩이에서, 요셉은 꿈을 꾸던 소년에서, 꿈을 해석할 줄 아는 청년이 되었고, 그 일로 그 구덩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깊은 감옥 시간을 성실하게 겪어낸 요셉 앞에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더 큰 영광이었습니다. 보디발 집의 가정총무가 아니라, 애굽 전체의 국무총리였던 것이지요.
꿈 이야기를 눈치도 없이 쏟아내던 소년 요셉은 형들의 손에 의해 구덩이에 빠지던 때부터 입이 다물어지고 말았습니다. 구덩이(보하르, 감옥과 같은 뜻, 창40:15)는 절망과 실패, 반대와 비판, 고립과 외로움을 견뎌야 하는 시공간입니다. 그일 이후 요셉은 하고 싶은 말을 함부로 떠드는 사람이 더 이상 아니었습니다. 이제 무조건 받아주고 안아주는 편애하는 아버지도 없고, 미우나 고우나 꿈 이야기를 맘껏 떠들어 댈 수 있었던 형들마저도 없는, 오직 혼자의 세상에 던져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오히려 그 때를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께서 요셉과 함께 계셔서, 앞길이 잘 열리도록 그를 돌보셨다.”(창39:2)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고 오해하여 내던진 자리, 하나님께서 함께 하셨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거꾸로 말하면, 요셉이 그때 그 자리에서만큼은 오직 하나님께만 의지하고 그분과만 함께 했다는 뜻일 것입니다. 왕의 경호대장도 아니었습니다. 최고 권력자 바로도 아니었습니다. 감옥에서 만난 사람들이나 간수장도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들에게 자기의 억울함을 하소연하기도 했지만, 아뇨, 이내 그는 오직 하나님만 의지합니다. 그래요. 고난의 때, 사람들을 찾아 의지하면 하나님의 함께 계심을 알 수 없습니다. 고난의 때, 오롯이 혼자일 수 있어야 하나님께서 함께 계심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구덩이이든 총리의 자리이든 중요한 것은 그곳에서 하나님과 함께 하고 있느냐입니다. 그분 앞이기에 우리의 자리에 정직하고 성실할 수 있느냐입니다.
찬송
149장 주 달려 죽은 십자가
기도
어리석어 미움받고, 오해받아 버려지는 우리는 늘 홀로 남게 되는 요셉입니다. 아무도 내 곁에 없는 시간, 어리석어 또다시 미움받을 자리로, 오해받아 또다시 버려질 자리를 찾아다니지 말게 하시고, 미워하지 않고 오해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하시는 우리 주님을 오롯이 마주하게 하옵소서. 깊은 구덩이에서도 하나님과 동행하므로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하게 하시고, 그 구덩이에서 마침내 나올 때, 죄수복, 가정부의 옷, 채색옷 정도가 아니라, 국무총리의 옷을 입혀주시는 하나님을 만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