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를 저지르면 벌을 받는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때문에 법원에서 관련법을 기준으로 인신이 구속되는 처벌을 받으면 '출소자'라는 딱지를 달고 사회에 다시 나온다. 하지만 출소 후 경제활동에 실패해 다시 범죄자 신분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출소자가 범죄자로 돌아가지 않도록 '다리'역할을 하고 있다. 출소자들도 묵묵히 직업교육을 받고 사회에 복귀한다. 파이낸셜뉴스는 노력 중인 출소자들과 이를 돕는 공공기관,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사비를 털어 돕는 민간 협력업체를 집중 조명해본다. 본지가 만난 관련 공공기관 및 민간 기관들은 출소자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직업훈련, 취업알선, 창업지원, 취업지원, 심리상담 외에도 학업지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사업을 벌이고 있다.
"나쁜 일 한 건 반성하지만 출소 후 주거비 마련할 돈도 없었어요. 여기서 주거비 부담을 덜었습니다."
보이스피싱 전달책 역할을 한 혐의로 교도소에서 복역한 A씨(30대)는 현재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울동부지부 생활관에서 살고 있다. 서울 송파구 거여역에 위치한 이 시설은 간판조차 없다. 출소자들이 드나드는 시설이라 지역주민들이 꺼릴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출소자들은 길게는 몇 년 동안 경제적 활동이 제한되기 때문에 수중에 돈이 없다"며 "지금은 공단에서 숙식을 제공해준 덕에 임대보증금 등 독립생활을 위한 종잣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징역 등 인신구속형을 받은 범죄자들이 경제활동을 하지 못해 다시 재복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법무부에 따르면 출소자 중 5년 이내 재복역하는 이들은 지난해 기준 7551명이다. 이들 중 25.2%가 절도(1901명), 1.7%가 강도(129명) 등 경제적 빈곤과 연관된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4명 중 1명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려
조미애 경운대 교수는 '수형자의 성공적인 사회복귀를 위한 취업알선 방안에 관한 소고' 논문에서 "수형자가 출소한 이후 취업의 제한과 차단 등으로 인해 다시 범죄로 빠져들게 할 수밖에 없다"며 "출소자의 성공적인 사회복귀를 위한 취업알선 방안 등 경제적 자립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출소자들은 가난의 굴레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한다. 복역 이전부터 가족이란 가장 작은 단위의 사회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와 관련, A씨도 "징역살이를 하기 전 가정폭력으로 시달려 집에서 쫓겨나듯 가출했다.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고 변변한 보증인도 없었던 탓에 취직은 언감생심이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국내 공공기관 중엔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이 출소자 경제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범죄자를 지원한다는 인식 때문에 적극적인 활동을 하기는 어렵다. 출소자들에 대한 직업교육이나 무료 숙식제공 등을 하고 있지만 교정시설에서만 주기적으로 알리는 수준이다. 한국갱생보호공단이란 이름도 나쁜 어감을 준다는 지적 때문에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일부 공단에는 지역 주민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간판도 달지 않고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관계자는 "공단은 대표적으로 오갈 곳이 없는 이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등 생활 지원을 하고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과 일자리 알선 등 취업 지원을 한다"며 "일정 기간 사회에서 분리된 채 생활해오던 출소자들이 다시금 사회에서 한 사람의 몫을 할 수 있도록 최대 2년까지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사회복귀 제반시설 마련 지원 시급
현재 한국 법무보호복지공단은 1만5000여명에게 보호서비스를 제공해 2200여명의 경제활동을 도왔다. 하지만 한해 예산이 450억원에 불과해 운영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 26곳의 지부가 쓴 한해 예산은 지부 1곳당 약 17억원이다.
생활관 등 시설운영과 취업지원 등 보호서비스를 운영하는 데 빠듯한 실정이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관계자는 "지난해 청사를 옮기면서 직원들이 발품을 팔며 예산을 아낀 덕에 출소자 34명이 생활할 수 있는 숙소를 겨우 마련했다"면서 "책상과 스탠드, 기타 집기 등 생활관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물자를 마련할 예산이 부족해 자원봉사자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겨우 구색을 갖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해외 선진국과 달리 한국인들은 출소자에 대한 배척심리가 강하다 보니 지원정책을 수립하기 어렵다"며 "출소자의 죄는 나쁘지만 그들이 경제활동에 복귀하지 못하면 범죄자를 반복해서 양산할 수밖에 없다"면서 "출소자들이 원만히 사회복귀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동규 기자
출처: https://www.fnnews.com/news/202211081817549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