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씸한 녀석들, 이번엔 내가 꼭 밝히고 말겠다. 괘씸한 녀석들."
머리가 거의 다 벗겨진 남자.
이 학교를 지키는 수위병이다.
혼자 흥분해서 중얼거리던 저 남자는.
갑자기 시계를 들여다 보고
얼마 없는 불쌍한 머리카락을 있는 데로 쥐어뜯었다.
"시간이 되버렸어! 정말, 마음데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군!"
그리곤 텅빈 복도에 대고 큰 소리로 말했다.
"너네 이 안에 있는 것 알고 있다!
쥐 새끼처럼 언제나 도망 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라면 착각이다.
한번만 더 경비실에 낙서했다간 봐라!"
...
정적이 흐르고.
"메이엔. 갔다. 갔어. 끈질기긴 어지간히 끈질기네."
그 때, 3학년 4반 교실에서 누군가가 걸어나왔다.
"드디어?"
한명이 아니였다. 치마를 입은 두 사람의 실루엣이 달빛에 밝게 보이고 있었다.
둘다 빨간모자를 쓴 3학년 여학생들 이였다.
한 명은 짧은 머리가 아주 새까맣고,
은 귀걸이를 하고 있었는 데
그녀의 모자에는 `메이엔 시뇨라`라고 적혀있었다.
목운동을 하고 있는 또 한명은,
긴 머리가 역시 까맸지만 갈색빛이 돌았고
얇은 안경을 쓰고 있었는 데
어리버리한 인상을 주었다.
그녀의 모자에는 `루시 베크니`라는 하얀 글씨가 보였다.
"야. 재밌다. 다음엔 벽이 아니라 천장에 낙서하자. 어때 좋지? 메이엔?"
메이엔은 피곤한듯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싫어. 그 대머리가 그 쪼끄만 눈을 크게 뜨면 난 질식사해서 죽을 것 같어.
그것보다 지금 새벽 2신거 알어?"
"벌써? 어쩐지 졸리더라. 우리 언젠간 천장에 낙서를 하는 거야. 이번엔 지워지지 않는 펜으로."
루시는 황홀해보였다.
메이엔은 그런 루시를 무시하고 기숙사가 있는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빨리 와라, 나 먼저 가버린다."
"지금 가잖아!"
둘은, 낄낄 거리며 둥근 나선형 계단에 발을 내딛었다.
그런데 분명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달빛이 잔뜩 들어오는 창문으로.
누군가가 있음을 알아첸 메이엔은
반사적으로 짜디 짠 손으로 루시의 입을 틀어막아버렸다.
루시는 손을 땔 려고 안간힘을 썼다.
"조용히해. 밖에 누가 있어."
그제서야 조용해진 루시.
메이엔과 루시는 벽에 귀를 밀착했다.
남자의 목소리야. 허나 경비병이 아니야.
메이엔이 생각했다.
"휴. 야. 난 또 경비병인 줄 알고 놀랬잖냐. 올라가자."
루시의 손을 잡아끌었지만 이 앤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야. 가자니깐?"
"메이엔, 이거 왠지 심각하게 돌아가는 것 같은 데?"
루시가 눈쌀을 찌푸리며 말했다.
더욱더 벽에 밀착하는 루시.
"심각하게 돌아가다니?"
메이엔이 궁금한 듯 물으면, 이리오라고 손짓하는 루시.
"이 사람들, 뭔가 뭔가. 잘못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메이엔."
메이엔 역시 벽에 귀를 밀착 시키고.
고요한 복도에 작게 들리는 어느 남자의 말소리.
"위카리움, 이 것이 마지막 상잡니다."
"감사합니다. 그 들 눈에 띄지 않고 이렇게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니.
정말 사람한번 잘 만난 것 같군요."
한 명도 아니고 두 명..? 두명도 아니다.
이어 들려오는 껄껄껄 하는 웃음소리.
위카리움..? 위카리움이라면. 위카리움이라면.
메이엔과 루시는 동시에 얼굴을 마주하고 동시에 말했다.
"시약 도둑!?"
"가보자."
루시가 완고하게 말했다.
메이엔은 저 위에 있는 창 문을 한번 쳐다보더니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그 들이 달려간 곳은
뒷문.
"어딨지? 분명히 뒷문 쪽이였는 데."
루시가 머리를 박박 긁으며 말했다.
"어, 야. 저기야."
메이엔이 침착하게 말했다.
그 들은 이제 뒷문 모퉁이에 서서 그 들의 행각을 보았다.
위카리움을 다 정리하고 악수를 하고 있는 그 들.
"확실해. 확실해. 시약 도둑이잖아. 가서 신고해. 루시."
메이엔이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루시는 조심스럽게 온 길로 되 돌아갔다.
메이엔의 표정은 이제 딱딱히 굳어있었다.
조금은 무섭기도 하고, 황당하고. 떨리기도 하고.
그 때.
"형님."
커다란 상자를 들고 서있는 등치큰 놈이
검은 망토를 두르고 검은 장갑을 끼고 있는 남자에게 말했다.
키가 큰 그 남자는 매부리코를 가지고 있는 남자였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위카리움을 건네준 쪽 남자까지 뒤를 돌아서 물었다.
"뭐가 말인가?"
"누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시지 않습니까?"
순간 메이엔은, 누군가 방망이로 심장을 두드리는 느낌을 받았다.
나 들킨건가? 나 들킨건가?
그 우락부락하게 생긴 그 등치큰 남자가
그녀가 있는 모퉁이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쿵쾅 쿵쾅 쿵쾅.
아. 아. 루시 빨리.
메이엔은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꼭 감았을 때.
저 편 에서 신음소리가 들렸다.
메이엔은 조심스럽게 눈을 뜨고 그 곳을 보았다.
우락부락한 남자는 메이엔이 아닌,
다른 아이의 귀를 찢어지도록 잡아댕기고 있었다.
"이 것 보십쇼. 우리의 거래현장을 본 모양입니다."
남자가 비열하게 웃어보였다.
메이엔은, 자신의 또래 정도로 보이는 그 남자아이는
어디선가 낯이 익은 우리 학교 학생임을 알아쳈다.
"놔!"
그 소년이 거칠게 우락부락의 손을 쳐냈다.
그리고 당당하게 손을 탁탁 털어냈다.
"이런 버릇없는! 하. 형님, 어쩔까요?"
그 형님이라는 작자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런 걸 훔쳐보고 있는 꼬마가 잘못 한 거겠지. 안 그러냐?
너는 그저 운이 없었다고 생각해."
살기 있고 소름 돋는 말투.
나는 이제 손바닥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죽일 수 밖에."
메이엔은 숨이 턱 하고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
"개새끼들."
메이엔은 화들짝 놀랐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저 말은, 깡패쪽이 아닌 그 남자아이가 내뱉은 것이였다.
몇명은 딱딱 소리를 내며 몸을 풀기에 이르렀고
우락부락은 얼굴까지 정말 우락부락해져서 잔뜩 화를 냈다.
"죽여봐라. 이 비열하고 더러운 새끼들아. 밤 낮 하는 일이
술 먹고 사기치고 사람 죽이는 일 뿐이 못하는 이 더러운 새끼들아!"
"꼬마아이."
매부리코가 이를 으드득 갈며 말했다.
"말 버릇이 좀 심한데?"
남자아이는 정말 당당하게 두 주먹을 꽉 쥐고 소리치고 있었다.
전혀 무서워 보이지 않는다. 전혀 두려워보이지 않고
그 들을 향해 욕 하고 있다. 무척 화난 것 같은 표정을 짓고서.
결국 우락부락은 더 이상 표정을 구길 틈도 없이
소년에게 주먹을 날렸다.
소년은 그 주먹에, 몇 미터 앞으로 날아가고야 말았다.
루시, 루시야. 메이엔이 침착하려고 애쓰며 마음속으로 루시를 부르고 또 불렀다.
그리고 눈 깜짝 할 사이에 그 들은 소년에게 두번치 펀치를 날리고.
많은 남자들이 소년을 애워쌌다.
퍽!!! 퍽! 퍼퍽!!
"!!!?"
그 순간.
여러명의 남자들이 거짓말 처럼 나타났다.
그리고 그 남자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제복을 입고
그 들을 향해 달려갔다.
...
"휴."
이리하여, 그 들은 잡히는 듯 했다.
20명 남짓 되는 경찰부원들은 아이들 애워싸고 있던 그 들에게 마법을 써 수갑을 체우고.
벌써부터 피를 흘리고 있는 남자아이를 꺼냈다.
그리고 루시도 달려왔다.
메이엔은 그런 루시에게 씩 웃어주고
루시는 메이엔에게 달려들었다.
"무서웠지! 미안. 빨리 일 처리 못해서."
"아슬아슬했어."
메이엔이 말하고 기지개를 피려는 데
손목에서 이상한 느낌이 났다.
"수갑?"
"저 아이도 잡아라!"
메이엔의 몸이 붕붕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루시가 상황파악을 못하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릴 때.
메이엔은 그 경찰부원들과 함께. 범인들과 함께. 아이와 함께
뿅 하고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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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펨토모토] 제 1장, 감옥안에서(PAGE1)
쿠알라쒸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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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4.15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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