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선교연구원장 김종구(왼쪽 두 번째) 선교사가 5일 서울 중구 한성중화기독교회에서 중국 선교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중국 동남부에서 사역 중인 현지인 목회자 A씨의 교회는 2018년 이후 주일학교의 문을 닫았다. 미성년자 종교 교육이 적발될 경우 중국 정부로부터 처벌을 받을 수 있어서다. A목사는 최근 “주일학교 자녀의 부모들도 언제든 조사를 위해 (공안에) 끌려갈 수 있다”며 “취미 교실처럼 꾸민 공간에서 주일학교 아이들과 모임을 갖고 있다”고 했다. 중국 남부지방에서 사역하고 있는 B목사 역시 청소년 사역을 위해 교회 밖의 별도 공간에서 주일학교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현재 중국 교회들은 모임 참석자 수도 보고해야 하며 교회 헌금과 지출 내용 역시 감독을 받아야 한다. 성도들의 세례도 제한을 받으며 성찬식은 파견 목사만 가능하다.
이 같은 얘기는 5일 중국복음선교회(대표 유전명 목사)가 개최한 ‘중국 선교 회고와 전망 국제 세미나’에서 나왔다. BM선교연구원장 김종구 선교사는 “2018년 중국공산당이 종교사무조례를 시행한 뒤 중국 선교가 급격히 위축됐다. 이 조례의 핵심은 종교 행정의 법제화”라며 “국가 안전을 명목으로 종교 활동과 종교 기관의 재산권 등을 규범화한다는 명분이다. 미국 남침례회 국제선교회(IMB) 수석부총재인 토드 래퍼티의 말을 빌리자면 사실상 해외 교회나 선교사, 중국교회를 차단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김 선교사는 “종교사무조례 시행 이후 BM선교회 소속으로 중국에서 사역하던 선교사 10명 중 7명이 중국에서 다른 나라로 선교지를 옮겼다”며 “현지 교회들은 민감한 설교 내용을 피하고 심방도 비공개로 진행하는 식으로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중국 선교의 패러다임이 전환됐다는 설명도 나왔다. 김 선교사는 “(특정 국가에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속지주의 선교 개념이 (특정 국가 출신이나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 중심의) 속인주의로 옮겨가고 있다”며 “중국에서 사역했던 선교사 가운데 적지 않은 분들이 선교 경험을 살려 해외 화교나 이주민을 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C선교사는 “2022년을 기준으로 화교 7300만명이 전 세계 곳곳에 거주하고 있다”며 “앞으로 디아스포라 사역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이민자 수는 신(新)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를 앞세운 2013년부터 꾸준히 늘었다고 한다. 그는 “전 세계 2만곳에 중국인 디아스포라 교회들이 설립돼 있다”며 “이들 교회는 중국 현지 교회와 달리 공개적인 사역이 대부분 가능하다. 한국교회와 한국 선교사들이 화인(華人) 교회와 함께 세계 선교의 사명을 감당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