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군사관학교 탐방기
케네츠 강/글무늬문학사랑회
저 멀리 록키산맥의 준령들이 하얀 눈을 이고 5월의 푸른 하늘 아래 영롱하게 반짝인다.
여러 해 전 5월 하순 어느 날, 미국인 친구 매튜 (Mathew) 와 북미대륙 록키 산맥 최고봉을 함께 오른 다음날이었다. 황금빛 햇살이 퍼지는 아침시간, 우리가 록키산맥 중턱 콜로라도 스프링스 라는 아름다운 도시 외곽에 드넓게 자리잡은 명물, 미국 공군사관학교 (U.S. Air Force Academy)를 탐방키로 한 날이다.
록키산맥 최고봉은 해발 4400 미터이고 콜로라도 스프링스는 해발 1800 미터이다. 왼쪽으로 험준한 록키 산맥을 끼고 시원하게 뻗은 고속도로를3여분가량 차로 달려 사관학교 정문초소에 도착하였다.
초소에서 신분증을 내보이고 방명록에 이름과 방문목적을 적으니 헌병이 들어가도 좋다는 신호로 오른손을 치켜 세운다. 정문초소에서 방문자 센터 (Visitors Centre)까지는 차로 10분, 넓게 뻗은 길 양쪽으로 수많은 조형물들과 각종항공기 모형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1, 2차 세계대전과 태평양 전쟁에서 활약했던 구형 폭격기와 전투기, 1950년대 한국전쟁에 쓰였던 무스탕 (Mustang) 전투기와,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던 B-29 폭격기, 1960년대 월남 정글 전에 서 맹위를 떨쳤던 B-52 폭격기 들이 아침햇살에 반짝인다. 방문자 센터에서 오하이오 (Ohio) 출신의 씩씩하고 잘생긴 3학년 생도를 만났다. 지금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안내로 드넓은 캠퍼스에 우뚝 선 수많은 빌딩들, 기숙사와 체육관, 생도식당 과 강의실, 연구실과 교수회관, 수도 없이 많은 잔디구장과 이름난 아름다운 교회 등을 둘러보았다. 5월 하순은 졸업 시즌이라 거의 모든 생도들이 휴가 중이어서 이따금씩 삼삼오오 대열을 지어 절도 있게 걷는 생도들만 눈에 띄었다.
이야기를 들으니 우리는 참 행운이었다. 5월 하순은 미국의 사관학교들의 졸업 시즌이란다. 매년 졸업식에 대통령이 참석하니 내일부터는 사전예약 되지 않으면 아예 들어올 수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대학 수료 식을 졸업(Graduation) 이라는 말 대신 새 출발(Commencement) 이라고 표현한다. 미국공군사관학교에 지원하는 젊은이들이 매년 1만 4천명이 넘는데 그 중에서 가장 우수한 1천200 명 정도만을 뽑는다. 나머지 1만 2천 8백 명은 낙방이라는 것이다. 최종합격자들은 상 하원 의원의 추천이
있어야 한다. 또 4년간의 혹독한 훈련과 공부를 견디지 못하고 중도에 200명 정도는 탈락하고, 1천명 정도가 무사히 졸업하여 소위로 임관 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공군의 항공분야와 전자통신분야 그리고 전투 조종사들 대부분이 사관학교 졸업생들이라고 말했다. 현재 공사 재학중인 사관생도들 중에 한국계가 얼마나 되느냐고 물으니 상당 수 있다고 말하며, 여자생도들도 있고 다른 아시아계, 흑인, 남미 등 히스패닉 (Hispanic) 계 등도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미국의 다른 사관학교, 즉 웨스트포인트(West Point )육군사관학교, 아나폴리스 (Annapolis) 해군사관학교 와는 달리 공군사관학교는 역사가 70년에 불과함으로 옛날에는 미 공군의 참모총장 등 고위직을 육군이나 해군 출신들이 맡았었는데 지금은 대부분 공사출신들이 임명된다고 한다.
미국의 공군력은 막강하다. 아니 막강을 넘어 가공 할 만 하다.
미국을 제외한 세계 모든 나라 공군을 연합군으로 하여 미국 공군과 가상 대결하면 그래도 미국을 굴복 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단 핵전쟁이 일어날 경우는 예외라고 말한다.
안내를 맡은 미남사관생도의 명쾌한 설명에 우리는 감탄을 연발하였다. 최근의 미국공군의 전투기들은 거의가 초음속 (Supersonic) 이라고 한다. 전투기 들의 비행 속도가 소리보다 빠르다는 뜻이다.
소리는 1초에 340 미터를 간다. 우리가 야호- 하고 소리치면 340 미터 떨어져 있는 사람은 1초 후에 그 소리를 듣는다. 가끔 시드니 하늘에도 초음속기가 날아갈 때가 있는데, 비행기가 하늘 저쪽으로 사라진 한참 후에야 귀청을 찢을듯한 굉음이 들려온다. 이것은 비행기가 음속을 돌파할 때 형성된 공기 벽이 무너지는 소리이다.
콜로라도의 오렌지 빛 석양을 바라보며 공군사관학교에 재학중인 한국인 2세나 3세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캠퍼스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