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원(1941-2007)
경남 밀양 삼량진 출신 시인이다.
부산사범학교를 거쳐 동아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1965년 《현대문학》에 <겨울 나그네>가 초회 추천되고, 1968년 <몇 개의 현상>이 추천 완료되어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순례》,《사랑의 기교》,《이 땅에 씌어지는 서정시》,《사랑의 감옥》 등이 있다.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를 역임하였으며, 신경숙, 장석남, 하성란 등 제자 문인 46명이 그와의 추억과 인연을 회고한 ‘문학을 꿈꾸는 시절’(2002)을 회갑 기념문집으로 냈다.
2008년에는 시인의 1주기에 맞춰 유고시집 《두두》가 출간되었다.
그의 시는 시집 ‘순례’부터 그의 개성이 나타난다. 1960년 대 중반에 그의 시적 출발은 언어의 주변을 서성거리는 몸짓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그는 도처에 ‘언어들의 죽는다.’라는 사실을 깨닫고 언어의 한복판으로 뛰어든다. 그가 언어의 순례자가 되어 죽어가는 언어들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고안한 것은 일상적 감각에 대한 기억이다. 이러한 방법은 비슷한 경향의 시인으로 이승훈이 있다.
오규원은 사물의 존재를 감각적 인식에ㅠ 따라 보이는 대로, 느끼는 대로, 적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그는 오히려 감각적으로 인식된 것을 뒤집어 놓고, 보이는 것을 멈추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는 그 전도된 언어 속에서 사물의 새로운 질서를 발견한다. 여기에는 역설의 원리도 적용한다. 이것은 시인의 자유분방한 상상력과도 연계된다.
정현종이 철저하게 개성적 이미지에 기대고자 하는 것과는 구별된다.(저는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지 못합니다.)
(권영민의 한국현대문학사 P440-2)
<문>
어느 집에나 문이 있다
우리집의 문 또한 그렇다
어느 집의 문이나
문이 크다고 해서 반드시
잘 열리고, 닫힌다는 보장이 없는
문은 열려 있다고 해서
언제나 열려 있지 않고
닫혀 있다고 해서
언제나 다뎌 있지 않다.
어느 집에나 문이 있다
어느 집이나 그러나
문이라고 해서 모두가 닫히고 열리리라는
확증이 없듯
문이라고해서 반드시
열리기도 하고 닫히기도 하지 않고
또 두드린다고 해서 열리지 않는다.
어느 집에나 문이 있다.
어느 집이나 문은
담이나 벽을 뚫고 들어가
담이나 벽과는 다른 모양으로
자리 잡는다.
담이나 벽을 뚫고 들어가
담이나 벽과 다른 모양으로
자리 잡기는 잡았지만
담이나 벽이 되지 말라는 법이나
담이나 벽보다 더 든든한
문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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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감각적 인식은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오규원은 담이나 벽보다 더 단단하다는 --
언어가 진실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라는 것을 전도된 언어라고 하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