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명절이 되면 동자동 쪽방촌에 선물이 들어온다.
올 추석에도 어김없이 ‘사랑의 열매’에서 선물꾸러미를 보내왔다.
예전에는 선물을 줄 때마다 시간을 정해놓아, 주민들이 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했다.
비 오거나 추운 날씨에 기다리는 것은 여간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다.
없는 사람일수록 자존심 상하는 일을 제일 싫어하는데,
크고 작은 싸움의 발단도 대부분 자존심 상하게 하는 작은 말실수 때문이다.
쪽방에 들어 온 8년 동안 얼굴 붉혀가며 한결같이 목소리를 높인 일이 줄 세우지 말라는 것이었다.
유호연 '서울쪽방상담소장'의 건의로 서울시에서 '온기창고'를 만들어 해결해준 것은
쪽방 빈민을 위한 최고의 배려였다.
지난13일 추석선물을 찾아 가라는 공지가 붙었으나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다행스럽게 줄 설 일이 없어 바로 찾아올 수 있었는데, 선물꾸러미가 큼직했다.
올 설날 대통령 이름으로 생색낸 참치캔 선물셋트는
번지르르한 포장과 달리 아직까지 비좁은 쪽방에 굴러 다닌다.
선물이란 겉모양보다 빈민들이 절실한 물품이어야 한다.
이번 ‘사랑의 열매’에서 보낸 선물 꾸러미에는 명절을 지내는데 꼭 필요한 식료품이 들어 있었다.
햇반, 라면, 죽, 미역국, 김, 떡, 유과, 식혜, 복숭아 통조림 등 당장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식품이었다.
선물이란 이처럼 상대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어야 한다.
모든 동자동 주민 분께서 넉넉하고 즐거운 추석을 보내길 바랍니다.
사진, 글 / 조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