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2주일 (나해)
신명기 4,1-2.6-8 야고보서 1,17-18.21ㄴ-22.27 마르코 7,1-8.14-15.21-23
2024. 9. 1. 면목동성당 50주년(9/6) 기념행사일
주제 : 희년을 생각하는 날
오늘은 면목동성당이 우리가 사는 이 동네에 설정되고 이름을 얻은 지 50년이 되었다고 기억하고 기념하는 날입니다. 한 장소에서 50년을 산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오늘 기억하는 50주년의 의미를 무엇으로 생각하면 좋겠습니까?
우리나라는 아니지만, 히브리민족의 구약시대 역사에 50년의 기쁨을 의미하는 ‘희년(禧年)’이라는 특별한 표현이 있습니다. 6년의 농사를 짓고, 한 해씩 쉬는 일을 반복하는 안식년을 7번을 지내고, 그다음 해를 가리키는 해를 가리켜 ‘기쁨의 해, 희년’이라고 했습니다. 히브리인들의 삶을 기록하는 정치의 역사에서, 실제로 희년이 선포되거나 실행된 일은 매우 드물었다고 합니다만, 우리는 그 놀라운 기쁨의 해로 해석하는 구약의 표현을 현대에 사용하면서, 무엇을 생각하면 좋겠습니까?
1974년 9월 6일에, 우리의 공동체는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고 했습니다. 숫자로 셈하면, 제가 세상에 태어난 다음의 시각이지만, 저는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태어났기에 그 시작의 기쁨을 아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 면목동성당의 역사가 50넌이 되었다는 시간만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우리의 공동체는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빛이 되었을까요. 그 기간을 지내면서 우리의 공동체는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기쁨과 즐거움이 되었겠습니까? 그리고 그렇게 지낸 시간에 비교하여, 앞으로는 얼마나 큰 기쁨과 즐거움을 우리가 속한 공동체와 주변의 사람들에게 전달하겠습니까? 그 일이 실현되도록, 면목동성당의 공동체에 속한 사람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해야 하겠습니까?
기쁨을 말하는 날에 해야 할 일이나 의무를 생각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희년이라는 표현을 말하는 날에 무슨 일이 선언되어야, 우리가 참으로 기쁨을 누린다고 말하겠습니까? 몇 가지로 우리의 생각을 정리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1)내가 자유롭게 살도록 허락하지 않는 문제, 즉 내가 다른 사람에게 갚아야 할 빚이 탕감되고 사라졌다는 소리를 듣고,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속박되어 살던 일이 사라졌다는 말을 들으면 만족할까요? (2)내 삶을 돌이켜서 하느님과 좋은 관계를 맺는 일을 기본으로 삼을, 신앙인에게 적용되는 가장 좋은 방법인 고해성사를 이제는 내가 하지 않아도, 내가 지은 모든 죄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사랑으로 모두 삭치신다는 놀라운 소리를 들으면 내가 만족할까요? (3)신앙인의 생활을 부담스럽게 하는 돈을 내는 문제인, 교무금을 이제는 내지 않아도 성당을 꾸릴 수 있으니, 지금까지 내지 않은 교무금도 걱정하지 말고, 앞으로는 교무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를 들으면 행복할까요? (4)세상에서 내 이웃이나 내 곁에 있는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이 무엇이든지 내가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내 마음대로 사용해도 괜찮다는 소리를 들으면 만족하게 될까요? (5) 하느님이 내게 해주셨다는 것이 기억나지 않는데, 교회라는 공동체에 내가 무엇인가를 바쳐야만 어깨를 펴고 산다고 생각하는 일에 이제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놀라운 소리를 들으면 만족하게 될까요?
사람이 자기의 삶에 적용할 기쁨의 원천이나 즐거운 일은 여러 가지로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쁨과 즐거움이 나의 삶에 찾아오도록 하고 싶을 때, 내가 해야 할 일을 먼저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해야 할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내가 좋은 생각을 한다고 해서, 그 놀라운 일이 나의 삶에 앞다투어 찾아온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세계의 정치사에서 유명한 소리는 ‘국가가 나에게 무엇을 해주었는지 묻지 말고, 내가 국가를 위해서 무엇을 했는지를 생각하라고 권고’합니다만 신앙인의 자세는 의무와 권리를 바꾸어 생각하고 반대로 행동해도 괜찮다고 여길까요? 어디에서나 삶의 원칙은 같습니다. 내가 기쁨과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적당하게 행동할 일을 생각하고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세상에서 살 만큼 살고, 할 수 있는 만큼이 얼마나 되는지 그 범위는 다르겠지만, 실천해야만 나의 삶에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것이며, 다른 사람에게서 칭찬의 소리나 격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 하느님께서 준비하시는 기쁨의 잔치에 내가 함께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50주년에 듣는 ‘희년(禧年)’은 기쁨을 말합니다. 그 기쁨이 나에게 어떤 모양으로 오는지,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해도 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시는 기쁨과 행복을 잘 누리는 시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우리가 기쁨으로 시간을 맞이할 때, 하느님이 주시는 기쁨은 내 삶에 실현될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