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 냉장고가 갑자기 고장이 났다고
집사람이 야단이었다.
냉동고에 넣어 두었던 음식들이 녹기 시작해서
부랴부랴 우선 김치 냉장고로 옮겼다고 한다.
냉장실에 있는 음식들도 모두 꺼내서
일부는 김치 냉장고에 보관하고
나머지는 꺼내 두기로 했다.
냉동고를 한번 살펴 보니 별로 이상한 곳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냉동고 주위에 얼어붙었던 얼음들이 다 녹아 없어지고 말았다.
집이 솔다 보니 냉장고가 현관 문 앞에 터윽 버티고 서 있는데
내부를 깨끗이 치우고 고장난 곳을 찾아 보기란 쉽지 않았다.
예전에 배를 타고 다닐 적 같았으면 어디가 고장난 것인지
찾아낼 수 있었겠지만 그 만큼 신경이 쓰이지 않았던 탓인지
고장난 곳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러고는 쓸만큼 썼으니 고장날 때도 됐다고 생각했다.
아들 넘이 헌 냉장고 버리는 사람과 연결해서 다행히 부산 시내에서
새 냉장고를 장만하고 헌 것을 버리는 사람과 연결돼서
공짜로 하나 내일 아침에 얻어 오기로 하였다.
우리집 냉장고는 19년 됐고 새로 얻어 오는 것은 10년짜리로 투 도아에
크기도 우리집 것보다 큰 것이라고 한다.
용달차 비용이 4만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집사람이 오후에 냉장고 서비스 센터에 전화해서
알아 보았더니 기사가 출장 나오기 전에 뭐가 고장인지 하나 하나
물어보면서 조치를 취했느냐고 물더라고 했다.
시키는 대로 조치를 취해 놓고 저녁 때 보니
죽었다고 생각했던 냉장고가 살아났다는 것이다.
원인을 알고 보니 냉장고 뒷편 냉각코일 냉각핀쪽에
많은 물건을 쌓아두어 냉각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19년이나 사용한 콤푸레서가 고장 난 것임에 틀림없다고
단정해 버린 것이다.
내일 아침에 내버리는 냉장고를 받아 오기로 약속을 했으니
어쨌든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러면 우리집은 냉장고가 두 대나 된다.
부자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