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은 할로윈 데이다. 기독교 문화권에서 범세계적으로 열리고 있는 할로윈 축제는 태양신을 섬기던 아일랜드 켈트족들과 관련이 있다. 켈트족의 새해는, 여름이 끝나고 겨울이 시작되는 11월 1일 시작된다. 그들은 사람이 죽어도 영혼은 1년동안 다른 사람이나 동물의 몸 속에 있다가 내세로 간다고 믿었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0월 31일, 죽은 자들은 앞으로 1년동안 자신이 기거할 몸을 선택한다. 사람들은 난로불을 끈 뒤 집안을 차갑게 만들고, 무서운 귀신 분장을 한채, 죽은 자의 영혼이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이것이 할로윈 데이의 유래다.
BC 5세기부터 시작된 이 축제는, 로마가 켈트족을 정복한후 로마의 10월 축제인 추수의 여신 포모나 축제와 결합되었고, 다시 AD 9세기 교황 보니파체 4세가 11월 1일을 [聖人의 날]로 정하면서 그 전날인 10월 31일이 할로윈(Halloween), 즉 성스러운 저녁(Hallow's Evening) 축제로 변모되었다. 19세기 중반, 흉년을 피해 미국으로 집단 이민간 아일랜드계를 중심으로 미국에서 할로윈 축제가 시작되었고 이제는 우리 나라에도 유입되어 중심 축제로 자리잡고 있다.
서양에서는 한 해를 마감하는 연말축제가 할로윈 데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팀 버튼 감독의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의 악몽]도, 할로윈 데이부터 크리스마스까지를 다루고 있다. 할로윈 데이의 풍습은 여러 가지가 있다. 아이들은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과자를 얻어간다. 주부들은 호박등을 만들고 집안을 거미줄 문양으로 장식해서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귀신을 쫒는 할로윈 파티는 거리에서는 일종의 가면놀이 축제로 변해가고 있다. 드라큘라나 마녀 분장은 기본이고 배트맨이나 스파이더맨같은 영화 속의 캐릭터들, 아니면 각종 동물로 분장해서 파티를 즐기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주한미군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할로윈 파티가 개최되었지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할로윈 파티가 시작된 것은 지난 1988년, 하이얏트 호텔의 나이트 클럽 J.J.마호니에서였다. 포스트모더니즘 논쟁이 한참이었으며 오렌지족 문화가 고개를 내밀기 시작할 때였고 서울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끝난 직후였다. 수입된 외래축제의 무분별한 모방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문화의 글로벌화도 피할 수 없는 대세였다.
초창기 국내의 할로윈 파티는 비교적 단순했다. 호박등이 켜 있고 거미줄이 장식된 실내에서 종업원들이 드랴큘라 복장을 한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던 신세대들은 이 새로운 환경에 열광했다. 파티에 참석하는 사람들 스스로 특이한 복장을 하고 참석하는 경우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파티 주최자들도, 파티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일회용 분장인 헤나를 통해 다른 존재로 손쉽게 변신할 수 있도록 준비를 했다. 90년대 중반부터 강남이나 신촌, 홍대앞 클럽이나 카페 등을 통해 보편화 된 할로윈 파티는, 청소년들에게는 분장축제로 받아들여지며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여기에는 새로운 것을 찾는 대중들의 호기심과 상업적 측면이 결합된 측면도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할로윈 파티 의상이나 소품들을 전문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할로윈 파티 문화를 개척한 J.J.마호니 등에서는 붉은색이나 흰색 거미줄로 입구를 장식하고, 호박문양의 줄을 실내에 늘어 놓으며 중앙에 있는 사각형의 바를 감옥처럼 창살을 설치해서 특이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종업원들도 얼굴에 드라큐라 분장을 하고 검은 망토를 입은채 서빙을 했다. 특급 호텔의 나이트 클럽도, 물 좋기로 유명한 청담동 바들도, 특이한 복장으로 참석한 사람들이 함께 서로의 모습을 보고 즐기는 댄스 파티로 할로윈 파티를 받아들였다.
재개장 이전의 신라호텔 나이트 클럽 [포인트]에서는 할로윈 데이에 개봉한 공포 영화 [지퍼스 크리퍼스2] 팀과 손잡고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대형 스크린으로 보여주며 분위기를 만들었다. 한쪽 방에서는 타로 카드로 점을 보는 사람들을 고용해서 손님들의 운명을 상담해주기도 했다. 최고의 할로윈 드레서를 뽑는 행사도 실시했다. 상당수의 참석자들은 드라큐라나 원뿔 모양의 모자를 쓴 마녀 옷을 입고 왔지만, 벌, 잠자리, 곰, 나비 등등의 동물 흉내를 내거나, 세일러문, 고스트 바스타, 크로우같은 영화 속의 주인공과 똑같은 차림으로 참석한 사람들도 많다. 사람들은 귀신 분장과 함께 현실적 삶에서 일탈되면서 느끼는 해방감으로 소란스럽게 파티를 즐긴다. 그것은 살아있음의 떠들썩한 확인이다.
발렌타인 데이가 쵸콜릿 업체의 중요한 판촉기간이 되었듯이 외식업체는 물론 백화점과 팬시용품점 등에서는 할로윈 데이에 맞춰 호박등과 짚인형, 귀신 가면, 마녀 의상 등을 판매한다. 할로윈 축제가 보편화되자 무분별한 외래문화의 모방이라는 비판이 당연히 제기되었지만 발렌타이 데이가 신세대들의 구애명절로 자리를 굳혔듯이, 정보화 사회의 진행과 함께 국가간의 거리가 무너지면서 할로윈 축제 역시 귀신-분장 축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할로윈 축제는 종교적으로는 세계보편종교를 부르짖는 범신론적 뉴에지 운동과 결합되어 있으며 무속이나 사탄 숭배와도 연결되어 있다. 기독교에서는 선도적 차원에서 할로윈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할로윈 파티가 갖는 본질적 의미는 사라져 가고 있다. 본질은 사라지고 형식만 남은 할로윈 데이의 가면분장 파티 문화가, 향락적이고 쾌락적인 현상에서 벗어나려면, 그것을 무조건 배타적으로 보는 것보다는 한국적 귀신축제로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할로윈 데이는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설날에 조상들에게 제사 지내고 소원을 빌며 산 자와 죽은 자의 거리가 멀지 않음을 확인하는 날이다. 우리의 전통 속에도 귀신을 쫒고 액풀이를 하는 풍습이 있었다. 탱고를 추는 우리들에게 할로윈 축제는, 탱고가 우리들의 삶을 얼마나 빛나게 해주는가를 느께개 해주는 시간이다.
축제는 공동체의 집단적 참여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것은 현장의 상황이나 분위기에 따라 직접적으로 표현되며 참여자들의 가장된 행위와 신명이 어우러지면서 개인의 의식을 정화시키고 욕구불만을 해소시키며 사회적으로는 사회통합의 역할을 한다. 모든 축제는 항상 계절의 변화나 생명의 탄생과 죽음 등 시간성과 관련이 있다. 우리의 세속적인 일상적 시간은, 축제를 통해 위대한 시간으로 전이되며 비속한 삶의 공간은 성스러운 공간으로 바꿔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