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에 운동좀 할걸...
뛰는 나도 힘들지만, 선운산 계곡이 쿵!쿵!!~ 울리는 기분이다.
멀리 보이는 세갈래 길에서 기다려주는 회원을 보니 다리에 힘이 풀렸다.
이제부터는 다 아는 길이다. 아니 외길이다.
그래서 안심이 되셨던지 같이 미아가 된 처지인데도, 내게 따뜻하게 배려해주셨던 모*라 님께서는 여전히 뛰셨다.
공기가 참 좋다....
이제서야 맑은 하늘도 눈에 들어오고, 흙길을 걷는 것이 느껴진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전에 없던 것이 있고, 분명 보았던 것이 사라졌다.
지난번엔 학교가 있었었다. 남자고등학교던가... 거의 폐교에 자욱한 새벽안개에 휩싸여, 지나오면서 내내 앞뒤좌우를 확인하며 지나쳤던 곳이었는데... 그 자리에 자그마한 공원이 있다.
내가 착각하고 있는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물론 무엇에 홀린것도 아니었고... 당시 일행들이 귀신 얘기를 하며 나를 놀렸기 때문이다.
다시 보고싶었던 진흥굴과 그 앞의 높은 소나무...
예전엔 도솔암 가는길에 있는 천연굴로만 감상하였는데 그 후 그곳의 역사를 알게 되어 다시 보고 싶었었다.
그래서 이번 4월의 정기여행 일정이 발표되었을때... 흐윽!~ 무지 감동 받았었다... ~.~
신라의 진흥왕이 말년에 왕위를 버리고 수도를 했다는 진흥굴...
굴 안에 습기가 없다는 기억에 다시 확인해보니, 어제밤 내내 그렇게 비가 왔는데도 습기라고는 전혀 없다. 아니 푸엿게 매마른 모습이다.
그 앞에 소나무 한 그루가 높게, 곧게 서있다.
아무리 봐도 잎은 분명 소나무인데... 소나무치고 너무 높고, 너무 곧다.
길쭉하게 하늘로 뻗은 여덟 개의 줄기는 팔도를 상징한다는 장사송... 갯수를 세며, 위 아래도 몇 번을 보니 현기증이 난다..
‘지금은 좀 내가 다른 일행들 따라가야하니까.... 내려올때 다시 봐줄게 소나무야~’ 하고 발길을 서둘렀다.
올때마다 매번 느낌이 다른곳이 선운산을 오르는 길이다.
도솔암 가는 길과, 다른 주변의 암자들 가는 길은 우리네 마음을 감싸주는곳 같다.
개울가 물소리는 군데군데 다 다르고, 피어있는 갯버들강아지는 앙증맞다.
낮은 비탈산에 드문드문 피어있는 진달레는 숨어서 핀 듯 조금은 외로와 보인다.
어렸을때 피리불며 놀던 생각이 났다.
냇가의 수양버들 가지를 잘라서, 돌돌 돌리면 나무와 겁데기가 분리된다.
입 대는 쪽의 껍데기는 한겹 더 긁어내서 후~ 하고 불면.... ꁔ~~~... 지금도 들리는 듯 하다...
뜳뜰한 입맛에 더욱 봄을 향기를 느끼곤 했었는데...
몇해전 율동공원 호수가 근처에서 해봤는데...그 맛이 안난다...
칼이 과도여서 그랫을까... 아니면 그 때와는 달리 손톱이 깨끗해서 일까...
꼬질꼬질한 손으로, 가방 필통에서 꺼낸 도루코 칼이 최고인가보다.
마음이 급하다...
여행 길라잡이신 ***린님이 암벽불상인 도솔암마애불을 설명하고 계실 것 같다...
점심을 맛있게 먹어서인가, 목이 유난히 마르다.. 중간에 물을 한바가지 들이키고 부랴부랴 올랐더니 반가운 얼굴들이 보인다.
드디어, 올려다본 도솔암마애불 좌상...
배꼽 부분에 하얀 세멘트로 막은 흔적은, 동학농민전쟁 당시의 비밀문서가 보관되었는데, 훗날 그것을 보기 위해 뚜껑을 열자 천둥과 비바람과 번개가 몰아쳤다고 한다...?... 맞나? 잘 들어뒀는데...
오랜만에 바닥에 털퍼덕 앉았다. 좋다~
사진을 찍는 포즈가 있는곳은 다 끼어들었다.
암벽불상 우측으로 오르면 도솔암 가는길이다.
가파른 돌계단 길이다. 헥헥!!~ 이건 훈련이었다. 그나저나 내려올때가 걱정이다..
겨울에 오면 큰일이다 싶다...
그 옛날에 이렇게 가파른 꼭대기에 도대체 어떻게 건물을 지었을까....
지은것도 대단하지만, 완성할때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정신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내가 아는 도솔암 전설은,
어린나이의 도솔선사가 호랑이와 함께 동굴속에서 수도를 하였는데,
어느날 어려움에 처한 호랑이를 도와주었더니, 그 호랑이가 어느 처자를 물고왔는데, 혼인 하루전날 목욕재계하다가 잡혀온 처자였다.
도솔선사가 처자의 부모를 찾아 데려다주자,
그 부모가 은혜의 감사보답으로 준 금은보화로 지은 것이 도솔암이다.
이곳에 모셔진 불상 역시 선운사에서 본 불상처럼 머리에 두건과 비슷한 관을 씌고 있었다.
내려올때는 한계단 한계단을 최고령 할머니처럼 내려왔다.
운치있는 계단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지만 몸이 따라주질 못했다.
목이 너무 마르다...
선운산 진입로에서 본 항아리가 생각났다. 동동주가 담긴 항아리...
꿩대신 닭이라고... 맹물만 한 바가지 마셨다.
아까 뛰어왔던 계곡길을 걸어 내려가니 사소한 것에 행복감이 느껴진다.
성*.님과 주*쥐*일**님께 유익한 정보를 많이 들었다.
늘 궁금했던것들의 실과 허...
내 걸음도 좀 빠른 편인데 언니들 걸음은 더 빠르다...
말을 하면서도 빠르게 걷는다... 배워야지... ~.~
그렇게 팔다리를 흔들며 걷다보니...
묘상하게... 시선을 잡는 가옥이 있었다.
커다란 나무 2그루 사이에 돌로 지은 작은 이층집이다...
!!!~ 어쩜...
소인의 주거지일까?... 귀엽다, 운치있다, 멋있다, 이보다 더 좋을수는 없다!~
아무도 없는 것 같다... 사람 사는 집이 아닌가... 아니다 두꺼비집이 있는 것을 보니 여기 머문 흔적이 오래전인가보다... 그 죄그만 앞마당에 펌프가 있었고, 풀들이 많이 자라있었다.
옆쪽으로는 녹차밭이 있었고, 텃밭에는 아직은 아무것도 심궈져 있지가 않았다.
조만간 밭을 갈려는지... 농기구가 있었다
그 가옥에 손 대고 싶은 맘이 절로 생겼다 .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었는데, 조금은 겁도 나고, 그리고 우리 모두 여자들이고, 특히나 그 계단이 나의 체중에 조금이라도 파손이 생기다면...
누군가의 별장인가? 아니, 이 땅의 주인이 여기와서 간혹 농사를 지으면서 묵는 곳일까? 아니면...
암튼 아기자기하고, 로맨틱한 사람이 손수 지은 것이 분명하다...
한바퀴를 둘러보고는 제일 먼저 디카를 꺼내는 성*.님, 그리고 그 초점에 맞춰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는 남은 두사람...ㅋㅋ~
이곳에 살려면 제일 먼저 마음을 바꾸고, 그리고 먹을거리를 바꾸고, 그리고 성*.님 말씀대로 황토물을 들인 의상을 입어야만 할 것 같다...
시간상 더 감상할 수는 없고, 다음번에 꼭 다시 와보겠다는 마음으로 떼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선운사 진입로는 빠져 나오니 걷기가 너무 싫어진다.
내가 언제 흙길을 그리 걸어다녔다고... 주차장의 세면바닥이 너무 싫다...멀리 보이는 관광버스까지가 십리길 같다...
근데 좀 위치가 변경된 것 같은데... 저렇게 멀리 구석진곳에 주차되 있었던가...?
의구심은 잠시, 승차를 하고나니 알게되었다. 파티가 있었던 것이다~
좋아서 뒷자리까지 뛰다시피 가는 내게 회*님과 카**션님께서 브로콜리에 초장을 찍어 내 입에 덥썩 덥썩 넣어주신다.
처음엔 새콤한 초장맛이 났고, 손으로 집은 위치에선 짭쪼름한 짠맛이 났다... ㅎㅎ~ 너무 좋다 ~.~
다음 코스로 떠날 시간이 됐다...
재잘재잘, 푸하하, 호호호하는 우리의 머리를 세는 총무팀의 움직임속에 차는 시동을 걸었다.
봄에는 동백을, 가을에는 상사화를 자랑하는 선운산~
다시 이곳에 와야지...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을...
그렇게 선운산을 두고 차는 떠났다...
<마지막편, 돌아오는 차안에서...계속>
첫댓글 정말 소설 같습니다. 여행의 모든 걸 느낄수 있어요.
그러지말고 한달동안 쓰라니깐 .조금씩 써서~
음~ 맛 깔 스럽다는 표현이 어울릴려나, 암튼 보기 좋은 후기 임에는 틀림없소.... 분당 쥴림님 도솔암에서 기다시피 내려오는 모습이 얼마나 웃기고, 인상적이던지....ㅋㅋㅋ~~ 기억에 오래 남을듯 합니다....^^
어휴...대단하십니다....갓다오지않아도 그자리에 동참한 기분이네요
쥴리 이름처럼 아름다운 글에 감동......긴 글도 지루하지 않고 맛깔스럽네여~~지금 바빠서 담에 다시한번 천천히 읽으며 음미하겠어요^^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ㅎㅎ 또 다음편이 기다려지네요...
주먹쥐고 아주 좋아하는구먼 ?왜?모델이 좀 불량했나 보~아요!~ㅋㅋㅎㅋ
그러게여 실감나는 후기..잘 읽고 있습니다..
캬.......여행의 운치가 살아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