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원 트랙 위를 달리는 일이 소파 위에서 뛰지 않는 일보다 쉽다는 아이들 틈에 앉아 별을 먹으러 달려가는 저녁
얘들아, 근데 우리 저녁은 먹었니?
인간은 생존한다
가까운 미래에 관한 이야기
고로 생존한다, 인간은
지금으로선 믿기 어려운 말
모두가 함께 도착하는 미래는 신기루겠지
이기는 쪽이 없다면 레이싱은 성립하지 않겠지만
대포스피드를 타고 황금 버섯을 먹은 후
세상의 터널을 수없이 뱅뱅 돌고 몇 번쯤 넘어지고 타인과 충돌한 뒤
드디어 결승선에서 만나는 건 바로 우리 자신이란 걸,
미래에 인간은 음식을 프린트해서 먹을 거래 오늘도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신, 누구? 그것도 정하기 나름이겠지
총알처럼 쫑알대는 아이들이 사는 세상을 생존이라 부르자
아이들이 달리는 동안 인류는 흐른다
별이 보이지 않는 밤엔 진흙탕에 쏟아진 별사탕을 휘휘 저을지라도
*비디오게임 ‘마리오 카트’의 아이템 이름을 빌려 변형하여 씀
<시작노트>
비 온 뒤 고인 물웅덩이마다 우주가 피어납니다. 나뭇잎 그림자와 구름을 품는 고요한 항성도 있고, 참새들이 부리를 씻고 가며 온종일 어린 장화 참방거리는 깔깔 행성도 있습니다. 어느 날 흙탕물에 색색 고운 별과자가 쏟아졌을 때 아이는 울었지만, 별이 녹은 기름은 유성 물감처럼 가 본 적 없는 은하계를 그리고 있었죠.
누구보다 별을 바라는 건 때로 어른입니다. 구르고 넘어지더라도 별의 힘으로 무적이 되어 오늘의 레이스를 완주해야 하니까요. 시간의 모래가 흘러가는 끝에서 무사의 안부를 물어야 할 테니까요. 네가 나의 별이야, 서로 위로도 하면서요.
지구에서 가장 부자인 남자가 화성(火星)으로 가는 우주선을 쏘아 올립니다. 몇 년 뒤엔 사람들을 태우고 갈 수 있답니다. 지구에서 가장 부자인 그 남자는 얼마 전 지구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가는 식량 트럭을 막아 세웠습니다. 예방주사와 구호 약품 원조를 없앴습니다. 필요한 건 오직 할 알의 희망과 한 줌 사랑이었는데. 지구로 떨어진 눈물방울 모두가 아픈 별이란 걸 모르는 걸까요. 우리도 별을 품을 수 있습니다.
정혜선
ㆍ2013년 일본 시문학지 ⟪우츄시진(宇宙詩人)⟫에 '메두사호의 뗏목'을 발표하며 데뷔 ㆍ2014년 <워싱턴문학> 인문학상 우수상 ㆍ2015년 <포엠포엠> 신인문학상 당선 ㆍ2023년 제 2회 정지용 해외문학상 수상 ㆍ시집 『이렇게 작아 보이는 지구 안에 그렇게 먼 길이 있었다니』 (2025년, 포엠포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