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봉오리 하나가
내 창문에 와 귀를 대고
뭔가를 엿듣기 시작했다.
닫힌 창문 곁에 와
한낮의 창문에 귀를 대고
고요한 방 안을 탐색하고 있었다.
돌아와 창문을 열면
나팔꽃 봉오리 하나
입을 다물고 있었다.
묵묵히 지켜보던 나팔꽃 봉오리 하나
눈을 감고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향기를 전하려 했으나, 그때마다
내 창문은 안에서 닫혀 있었다.
나는 그때서야 나팔꽃처럼 창문 밖
드넓은 하늘을 바라보게 되었다.
<<꽃 막대기와 꽃뱀과 소녀와>> (문학과 지성 2003.04)중에서
@#%$ 어설프지만 감상을 올리려 합니다.
이윤학 시인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바가 없었는데 "이미지"라는 시를 읽고서 이미지의 힘이 얼마나 큰지 실감하고 부터였다.
천경자 화가의 뱀 그림을 보며 남들은 얼마나 아름다움의 상징인냐고 했었지만 내게는 여전히 이 지구상에 가장 흉물스러운 존재임엔 틀림이 없었다.
이미지 시를 첨 봤을 때 삽날에 머리를 찍힌 시 속의 뱀에게 눈물이 솟구쳤다.
고통을 잠글 수도꼭지는 없다고 단정해 놓았다. "가야한다 가야한다 잊으러 가야한다"라고.
그렇게 이윤학 시인과 상처에 대해서 나는 맘을 열고 상담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상처는 오랜시간을 필요로 해서 잊어야 하는 것이라고.
뱀은 나였다. 나는 뱀이 불쌍하여 내내 뱀이 사라진 쪽을 바라보게 되었다. 언제쯤이면 잊어지게 될까.
그러나 상처는 시간이 흐른다고 하여 없어지는게 아니었다 나는 상처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치유를 알아보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 최근래의 시집 <꽃 막대기와 꽃뱀과 소녀와>를 사와서 전부 읽었다. 시인은 지금쯤 뱀의 상처에 대해서 어떤 치유책을 펴고 있는지 궁금하여서이다.
그중 골라낸 시가 "나팔꽃 하나가"이다.
향기를 전하려 했으나, 그때마다
내 창문은 안에서 닫혀 있었다.
나는 그때서야 나팔꽃처럼 창문 밖
드넓은 하늘을 바라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이윤학 시인은 믿을만한 상담자로 함께 있다.상처는 시간이 흐른다고 하여 낫게 되는 것도 아니며 그 누군가(나팔꽃) 내 상처에 대해서 들어주고 관심과 사랑을 기울일 때 상처의 고리는 완전히 단절될 수 있다는 평소의 내 지론과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이제 향기를 전하려 하는 내 맘을 눈치 챈것 같다. 안에서 열지 못하는 내 맘의 창문도 알고 있다.
나는 그를 믿기로 한다.
그의 글의 힘을.
그의 시 정신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