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하나 멀리 날아가다.
권금주
한줄 실바람에 단풍씨앗하나 팔랑거리며 가볍게 날아간다.
엄마나무 밑에서는 햇볕과 양분을 충분히 얻을 수 없어 자식을 멀리 보
내는 것이란다.
영종도 넓은뻘 위로 더 넓게 펼쳐진 회색빛 하늘에 비행기는 동그라미
를 그리려는 듯 하더니 차츰 빠르게 날아 하늘 높이 구름 속으로 모습
을 감춘다.
아! 아직은 같은 하늘 아래 있구나!
이제 막 손을 흔들고 돌아 나오는 내 가슴위로 목덜미까지 막혀오는 울
음을 억제하지 못하고 눈물이 흘러내린다.
이른 새벽 출국시간을 맞추기 위해 부지런히 다시 한 번 짐을 챙기면서
비행기 표와 서류를 점검시켰다. “엄마 비행기 표 없어요.”
“뭐? 분명 어제 저녁에 당부했을 때도 '걱정 마세요. 다 챙겼어요”.
해놓고 이게 웬소린가?
저 아이를 어찌해야 하나? 찾으려는 마음보다 화가 끓어올랐다.
비행기 표도 잃어버리는 저 아이가 어떻게 호놀 룰루 공항까지는 갈수
있을까?
저 아이는 어찌하여 가는 순간까지 어미 속을 애타게 하는 것일까?
내 탓이구나! 시장 갈 때도, 친정 갈 때에도,모임 갈 때 에도, 두 아이
를 캥거루처럼 안고 업고 다니며 이별 연습을 해보지 않았으니 이제 떠
날 때가 되어 저렇게 당황하고 안절부절 하는구나.
그래 떠날 때가 되었구나!
아니 보내야 하는 것이다. 이제 이십년 동안 부모에게 배운 것을 바탕
으로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 너의 기량을 맘껏 펼치며 커가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 간섭 않고, 하는 대로 지켜보기로 하였다.
준비해준 이천 불 중에 백 불을 티켓분실요금으로 첫 지출을 하더니
차분히 벌금에 버금가는 비즈니스 석에다 식사권까지 받아내고는 짐을
부치고 나오는 것이 아닌가? 국제선을 한 번도 타보지 않았으니 인천공항
도 처음이라 속으로 무척 대견하고 흐뭇하였다. 출국신고서를 작성하고,
한번 포옹하고 나가더니 몇 발자욱 나가 뒤돌아보고는 손 한번 흔들어
고 획하니 들어가 버렸다.
순간 나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 딸을 놓쳤다. 잠시 훔쳐 가면
쩌나? 저렇게 예쁜 딸을 보내고 내가 어찌 사나? 하는 생각과 나는 여
왜 저 예쁜 모습을 보지 못하다가 떠날 때 이제야 보이는 것인가?
그 모습은 여태껏 보아오던 말 듣지 않는 망아지도 아니고, 동생하고
싸우기만 하던 철부지도 아닌 어엿한 스무 살 늘씬한 처녀였다.
대부분 나무들의 씨앗들은 부모의 나무 밑에 떨어진다면 그 그늘에 가
려서 자랄 수가 없다. 단풍나무 씨앗들은 바람 세게 부는 날 바람개비
처럼 빙그르르 가볍게 날아서 용기와 꿈을 안고 멀리 여행을 떠나간다.
2005/22집
첫댓글 대부분 나무들의 씨앗들은 부모의 나무 밑에 떨어진다면 그 그늘에 가
려서 자랄 수가 없다. 단풍나무 씨앗들은 바람 세게 부는 날 바람개비
처럼 빙그르르 가볍게 날아서 용기와 꿈을 안고 멀리 여행을 떠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