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청년들이 창업에 뛰어 들며 한국 경제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그들은 어떤 일에 취해 있을까요?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탐색해 보시죠.
제품을 만들고 싶어하는 제작자와 실제 제품을 생산한 공장을 연결해주는 당신의제작소를 개발한 당신의 제작소 육재우 대표. /더비비드
아이디어만 갖고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장을 찾아야 한다. 이제 막 제조업에 발 들인 초짜라면 공장 찾기가 만만치 않다. 어떤 공장을 택해야 할지, 얼마만큼의 수량과 돈을 들여야 할지 알기 어렵다. 맡기는 수량이 적을 경우 ‘단가가 안 맞는다’며 퇴짜맞기 일쑤다.
‘당신의 제작소’는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판매자와 제조 공장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판매자는 여러 정보를 비교해 믿을만한 공장을 찾고, 공장주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계약 건수를 늘릴 수 있다. 당신의 제작소를 만든 육재우(20) 메이크포유 대표는 Z세대다. 50~60대가 주름 잡고 있는 제조업 분야를 혁신해 보겠다며 창업에 뛰어 들었다. 육 대표를 만나 어려운 길에 뛰어든 이유를 물었다.
◇17살에 시작한 첫 사업
사업에 대해 발표 중인 육재우 대표. 이미 17세 때 창업한 경험이 있다. /육재우 대표 제공
어릴 적부터 돈 버는 데 관심이 많았다. 고교 3년 동안 일을 해서 4년 치 대학 등록금을 모았다. “주체적으로 일하며 돈 버는 방식이 좋다고 느꼈어요. 고1 때부터 유행하던 온라인 게임의 아이템을 싸게 매입해 금액을 올려 되파는 방식으로 돈을 벌었어요. 고3이 되고 관뒀습니다. 고3때도 공부만 하진 않았어요. 코딩을 할 줄 알아서, 코딩 외주 일을 하며 수능 공부를 병행했어요.”
2020년 건국대 소프트웨어학과에 입학했다. 자바, 파이썬 등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며 서버를 개발하는 백앤드 개발자를 꿈꿨다. 대학 들어와서도 손에 일을 놓지 않았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공장에서 갖가지 잡무를 도맡으며 돈을 벌었다.
당신의제작소 이용 방법. /당신의제작소 캡처
-창업 계기는요.
“중소 제조 분야가 상당히 낙후됐다는 걸 느꼈어요. 공장 하나를 찾으려면 최소 2주는 걸리는 거예요. 공장주도 다른 공장에서 납품 받아서 제조하는데, 가끔씩 물량이 끊기면 다른 공장을 알아봐야 해요. 공장의 정보가 없으니 일일이 전화를 걸어야 하는데, 맞는 곳 찾기가 쉽지 않아요. 그렇게 전화를 돌리다 보면 며칠이 지나있죠. 공장주가 아닌 기업체나 개인 입장에서 공장을 찾기란 더 어렵겠다 싶었죠.
플랫폼에서 공장 매칭부터 결제까지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면 편리해질 거라 생각했어요. 사실 이 아이디어는 아버지 옆 공장의 공장주 아들이 먼저 꺼냈어요. 저랑 또래거든요. 나이가 비슷한 우리 눈엔 기존의 공장 시스템이 이상해 보였어요. 뜻이 맞아 함께 사업하기로 했어요.”
공동 대표인 이호민 대표와 육 대표. /더비비드
-사업 가능성을 본 건가요.
“전공 공부를 하며 플랫폼 사업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지켜봐 왔어요, 일찍부터 사업의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었던 이유죠. 시장 조사를 해보니 비슷한 플랫폼이 있었지만, 공장 정보를 일일이 수집해 놓은 게 아니더라고요. 정부가 모아 놓은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형태였죠. 저희는 공장과 직접 계약해서 수집한 정보를 쓰기로 했어요. 직접 확보한 데이터를 써서 차별화한 겁니다.”
◇6개월간 커피 사들고 공장주 찾아가 벌인 일
금속 제조 공장 내부 모습. /더비비드
2020년 여름 KT&G가 진행한 상상 스타트업 캠프에서 공장 플랫폼 아이디어가 채택됐다. 덕분에 전현직 창업가로 구성된 코치진의 지도를 받을 수 있었다.
시범 서비스를 위해 6개월간 공장을 돌아다녔다. 일단 공장 데이터부터 최대한 쌓아두자는 전략이었다. 섭외가 될 때마다 공장주의 정보를 ‘당신의 제작소’ 블로그에 게시물로 올렸다. 글을 보고 연락이 오는 소비자가 하나둘씩 생겼다.
지난 11월 고양시 주최 창업 챌린지에서 2등을 차지했다. /육재우 대표 제공
-공장을 어떻게 찾아냈나요.
“서울 뿐 아니라 경기도 파주, 김포 등 온갖 곳을 뛰어 다니며 공장 문을 두드렸어요. 공장주들이 대부분 50세 이상의 기성세대다 보니 온라인으로 연락할 방법이 거의 없었거든요. "
-공장주들 초기 반응이 어땠나요.
“커피도 스마트폰으로 주문해서 10~20분 만에 배달받고, 3D프린터로 못 만드는 게 없는 시대인데 제조공장만 시간이 멈춘 느낌이었어요. 시대의 변화를 얘기하며, 저희가 만들 플랫폼에 입점해달라고 설득했어요. 사이트에서 주문을 받고, 홍보도 할 수 있으니 이득이라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열에 아홉은 거부감을 나타내셨어요. 환영받을 거라 자신했는데 오산이었죠.”
-어떻게 설득했나요.
“커피 사들고 다니며 부탁하고 또 부탁했어요. 그러다 우여곡절 끝에 첫 공장을 섭외했어요. 첫 삽을 잘 떠야 하잖아요. 첫 공장주의 제품 사진과 소개 정보를 토대로, 딱 맞는 의뢰인을 찾아 연결했어요. 그렇게 여러 번 의뢰인을 중개하니 첫 공장주의 월 매출이 1000만원에서 2500만~3000만원까지 2배 이상 뛰더군요. 다른 공장주에게는 이 거래 내역을 보여주면서 성공 가능성을 설득했어요.”
◇내 제품을 완성해줄 최적의 공장을 찾아주는 플랫폼
당신의 제작소 블로그와 주문서. /당신의 제작소 블로그 및 사이트 캡처
초기 6개월간 당신의 제작소를 통해 6000만원의 거래액이 발생했다. 지난 8월 자신감을 갖고 지난 시험 사이트를 공개했다. 이곳에서 입점한 공장의 목록을 볼 수 있다. 제작공장, 가공공장 등 공장의 업종도 다양하다. 공장을 찾는 의뢰인은 제작 문의란에 개인정보 및 요청사항을 입력하면 된다. 주문서에 따라 제작 가능한 공장이 빠르게 연결된다.
최근 입점 공장이 100곳을 넘어섰다. 한 달 재방문자가 1800명이 넘는다. 자연스레 매칭 건수도 늘고 있다.
-플랫폼 이용자와 공장을 어떻게 연결해 주나요.
“크게 2가지 방식이에요. 첫째는 사이트에 올려놓은 공장의 정보를 보고 서비스 이용자가 맘에 드는 공장을 찾아서 공장주와 접촉하는 방식이고요. 두 번째는 컨설팅이에요. 이용자(의뢰인)가 제품 제조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하면, 저희가 전 과정을 보조하는 방식입니다. 재료 구매부터 제작, 가공까지 알선해요.”
-주로 누가 이용하나요.
“제품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법인이나 개인이 주로 의뢰하고요. 공장주도 많아요. 완제품을 만드는 공장은 상품 안에 들어가는 작은 재료들을 다른 공장에서 납품받는데요. 기존 거래처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공장을 찾아야 합니다. 이 과정이 오래 소요돼요. 손이 비는 공장을 찾는 과정이 만만치 않거든요. 이런 분들을 위해, 쉬고 있거나 생산 가능한 상태의 공장을 찾아 의뢰인과 연결해 줍니다.”
지난 11월 디캠프 디데이에서 본선 진출해 발표하고 있는 육 대표. /본인 제공
-의뢰인들은 어떻게 알고 찾아오나요.
“홍보용 블로그를 통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와 계약 맺은 공장의 정보가 담긴 게시글을 보고 문의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하루 방문자만 800명 이상이에요.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도 서비스를 알리고 있고요.”
-수익은 어떻게 내나요.
“서비스 이용자가 저희에게 지불하는 별도의 이용료는 없어요. 다만 플랫폼에 정보를 등록한 공장주는 월 30만원씩 내야합니다. 건당 수수료로 측정할까 했지만 위험 부담이 있더라고요.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 공장주와 이용자가 직접 컨택해서 계약을 이어갈 수 있으니까요.
아버지 공장 앞에서 육재우 대표. /더비비드
다른 수익 모델도 구상 중이에요. 사이트에 배너 광고를 삽입하거나 연장 같은 생산 소모품을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온라인 몰을 개설하는 방식을 고려 중이에요. 물론 지금은 플랫폼을 알리는 것이 수익 창출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공장주와 플랫폼 이용자의 반응은 어떤가요.
“어려운 시기 저희가 공장의 계약 건수를 늘려주는 역할을 하니 공장주들이 무척 만족해하십니다. 입점 후 매출이 120% 오른 공장주도 있습니다. 중국 말고 국내에서 생산하고 싶어 하시는 이용자들도 크게 만족하세요.”
◇1년 만에 10억원 매출 발생시키며 성장
공장 내 서류 파일과 유선 전화기. /더비비드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매달 10건 이상의 계약을 성사했다. 약 30건의 매칭을 기록한 달도 있다. 당신의 제작소를 통한 누적 거래액은 총 10억원이 넘는다.
지난 11월에는 33:1의 경쟁률을 뚫고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이 주관한 창업경진대회(디데이) 본선에 진출했다. 같은 달 고양시가 주최한 창업 챌린지에서는 2등을 차지했다. 창업 1년 만의 성과다.
-앞으로의 계획은 뭔가요.
“코로나19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요. 모든 제조업 종사자들이 웃음을 되찾으시면 좋겠어요. 아직까지 시범 서비스인데요. 내년 상반기 베타테스트를 선보이고, 2023년 상반기 정식 서비스 출시가 목표입니다.”
-예비 창업자에게 전하는 말은요.
“나이가 무기라고 생각해요. 어린 나이에 창업을 시작하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실패해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거예요. MVP 1차 테스트 때 생각보다 성과가 크지 않아서 ‘불가능한 일을 꿈꾸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을 계속했어요. 그때마다 공장주와 의뢰인을 처음 중개한 순간을 떠올려요. 가장 뿌듯하고 스스로가 대견했던 순간이었거든요. 그런 순간과 감정을 상기시키며 ‘나도 할 수 있다’고 주문을 걸어보세요. 어려운 일이 생길 때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