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사회봉사모임 ‘길벗’ 한국JTS와 함께 거리 모금 “천 원이면 일주일 식량 돼” 한지민·박진희·윤소이 등 명동서 “따뜻한 동행” 호소
노희경 작가 인연으로 시작 매년 두 차례 10년째 이어와 빈곤국가 어린이들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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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세계 아동 돕기 거리 모금 행사에 동참한 한국JTS회원과 길벗 회원들이 모금행사를 마치고 자리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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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천 원이면 굶주려 죽어가는 아이들에게 일주일 간 먹을 식량을 줄 수 있습니다.”
12월21일 오후2시, 연말연시를 앞두고 주말 인파가 몰려든 명동 거리 곳곳에서 또랑또랑한 음성이 울린다. 귀에 익은 목소리는 분명한데 사람들에 묻혀 주인공들의 얼굴이 도통 보이질 않는다. 목소리를 따라 몰려든 사람들의 행렬이 한 곳으로 집중되며 마치 회오리를 만들어내는 듯 하다. 평소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연예인들이 모금함을 들고 거리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모두 우리 아이입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는 오렌지색 어깨끈을 두르고 명동 거리에 등장한 이들은 탤런트 한지민, 박진희, 윤소이, 배종옥 등 10여 명이다. 주말 오후 나들이 길에 갑작스럽게 연예인들과 마주친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핸드폰 카메라부터 꺼내 들었다.
“사진 찍으시고 대신 모금에 동참해주세요. 커피 한 잔 값이면 아이들을 살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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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토회의 연예인 사회봉사 모임 ‘길벗’의 회원인 탤런트 박진희씨가 한국JTS와 공동으로 12월21일 서울 명동서 거리 모금 행사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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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는 팬들에게 둘러싸여 옴짝달싹 못하게 된 탤런트 한지민씨는 기회를 놓칠새라 재빨리 모금함을 내밀며 동참을 권한다. 맹추위도 잊게 만드는 그녀의 미소어린 요청을 누가 거절하랴. 지폐 몇 장을 기꺼이 모금함에 넣어 준 시민들의 손을 꼭 잡으며 한지민씨는 몇 번이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넨다.
이날 행사는 UN국제구호단체인 한국JTS가 정토회 연예인 사회봉사 모임인 ‘길벗’과 함께 진행한 거리 모금 행사다. 드라마 작가 노희경씨를 비롯해 탤런트 배종옥, 한지민, 윤소이, 박진희씨 그리고 개그맨 김병조, 드라마 감독 성준기, 영화감독 한지승씨 등이 길벗 회원이다.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노래에 담아내는 싱어송라이터 채환씨와 인디밴드 온더스팟의 리더 신중씨, 재즈가수 정가영씨 등도 이날 행사에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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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탤런트 한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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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JTS와 길벗은 하루 1달러가 없어 굶주리고 있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매년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1년에 두 번 정기적으로 거리 모금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도 및 아시아 제3세계 국가의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서다. 만성적인 영양실조에 열악한 의료환경,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가난으로 인해 간단한 질병조차 치료받지 못한 채 죽어가는 아이들에게 식량과 의약품 등을 지원하고자 기획됐다.
배움의 기회는 고사하고 하루 한 끼의 식량조차 구하기 힘든 아이들에게 한국JTS와 길벗이 거리 모금을 통해 모은 성금은 생명을 이어주는 식량이 되고 미래를 설계하는 교육이 되며 새로운 삶을 향한 희망이 되어 줄 것이다. 거리 모금의 타이틀인 ‘모두 우리의 아이입니다’에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전 세계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주고자 하는 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다. 특히 올해 거리모금은 필리핀의 태풍 피해지역에도 전달될 예정이다.
이날 행사는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외환은행의 협조로 본점 앞 야외공연장에서 시작됐다. 사회는 길벗 회원이자 불자연예인의 수장격인 개그맨 김병조씨, 그리고 그의 아들이자 길벗의 열렬한 회원이기도 한 뮤지컬 배우 김형주씨가 맡았다. 갑작스럽게 뚝 떨어진 기온에 옷섶을 여미며 종종걸음 치던 시민들의 발걸음을 잡은 것은 김형주씨의 우렁찬 목소리다.
“한국JTS는 UN에 등록된 국제구호단체입니다. 오늘 굶주리는 전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생명과 희망을 나눠주기 위해 많은 연예인들이 함께 거리모금에 나섰습니다. 시민 여러분들의 관심과 사랑이 소중한 생명을 살립니다.”
곧이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이날 거리 모금 행사의 취지를 알리고 동참을 호소하는 안내가 이어졌다. 외국인들이 많이 모여드는 명동에서 전 세계인들이 함께 나눔의 길에 동참하길 바라는 뜻이다.
매년 거리 모금에 동참하고 있는 길벗의 구참회원 배종옥씨는 “길벗과 한국JTS가 매년 이곳에서 모금을 시작한 지 9년이 됐다”며 “오늘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 다니겠다”고 각오를 밝히며 행사에 동참한 동료·후배 연예인들에게 힘을 불어 넣었다.
오프닝 행사에 이어 곧바로 거리로 나선 연예인들은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민들을 찾아 거리를 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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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탤런트 윤소이
| 감기에 걸려 고생하던 탤런트 윤소이씨도 거리로 나서자 불끈 기운이 솟는 듯 목소리를 높이며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윤씨는 “2006년부터 한국JTS 거리 모금 행사에 참가하고 있는데 매년 더 많은 분들의 동참해주시는 것 같다”며 “모금 행사가 끝나고 돌아갈 때는 더 나은 세상을 향한 희망을 얻어가는 듯 하다”며 밝은 미소를 보냈다.
행사장에 늦게 도착해 오프닝 무대를 함께하지 못한 탤런트 박진희씨는 곧바로 거리로 나섰다. “단돈 천 원이면 한 아이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며 거리를 누빈 박씨는 먼저 모금을 시작한 윤소이씨를 발견하자 꼭 안아주며 “추워도 너무 이쁘다”며 서로를 격려하기도 했다.
길벗의 중심에는 노희경 작가가 있다. 노희경 작가와 인연을 맺은 많은 연예인들이 길벗 활동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 조용하고 말수가 적어 보이는 노희경 작가지만 이날만큼은 시민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며 “이 돈이면 아이들이 ○일간 먹을 식량을 보낼 수 있다. 감사하다”며 동참한 시민들 한 명, 한 명에게 의미를 새겨 주었다.
아이들을 위해 산타클로스 복장으로 거리에 나선 이재우씨, 거리 모금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시민들에게 멋진 재즈무대를 선물한 가수 정가영씨 등 거리 모금 행사에 동참한 이들 모두가 추위도 잊은 채 시민들의 따뜻한 마음을 모았다.
약속된 한 시간의 거리 모금이 훌쩍 지나고 흩어졌던 연예인들이 제법 묵직해진 모금함을 들고 다시 무대로 모였다.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 그들과 함께하는 따뜻한 삶을 향한 시민들의 따듯한 정성이 무대 위에 차곡차곡 쌓였다.
한 시간 만에 빨갛게 얼어붙은 코로 무대에 다시 오른 배종옥씨는 “이런 행사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라며 “따뜻한 마음을 나눠주신 모든 시민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동참한 시민들과 감사의 악수를 나누기 위해 거리 모금 내내 장갑도 끼지 않은 한지민씨는 오른쪽 손이 얼어 빨갛게 변해 있었다. 하지만 추위도 잊은 듯 “어느 때 보다도 시민 여러분들이 반겨주고 많이 동참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여러분의 소중한 정성을 잘 전달하겠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윤소이씨는 모금함을 들어 보이며 “올해 가장 많은 동참금이 모인 것 같다”며 “시민 여러분들의 따듯한 마음으로 세상이 좀 더 따뜻해진 것 같다”는 말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박진희씨는 지각 동참을 만회하려는 듯 예정된 모금 시간을 한참 넘긴 후에야 무대로 돌아왔다. 박씨는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올해 연말이 오늘부터 더 따뜻해질 것 같다”며 함께한 기쁨을 나눴다.
이날 명동거리의 낮 최고 기온은 섭씨 0도, 체감 기온은 영하를 밑돌았지만 지구촌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준 ‘예쁜 엄마’들, 그리고 세계의 어린이들과 동행하며 아픔을 나누기 위해 모인 한국JTS와 길벗 회원들이 뿜어내는 따뜻한 마음의 온기 앞에서 추위는 슬그머니 꼬리를 감춘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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