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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스레딕
104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08 15:54:12 ID:5Mmib4qsP7w
오싹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가위를 꺼냈을때 난 정말 은인을 찾은 듯한 기분이었어.
이거라면 제대로 긁을 수 있겠지-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거든.
난 그 가위를 꺼내서, 최대한으로 벌린 다음에
날이 내쪽으로 서있는 부분을 사용해서 내 살을 벗겨내는 식으로 목을 긁어대기 시작했어.
그런데 문방구에서 살 만한 그런 조그만 가위로는 살같이 잘 벗겨지지 않지?
난 그런 가위를 써서 살같이 전부 벗겨질 정도로 빠르게, 그리고 세게 긁었어.
가려웠으니까.
105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08 15:57:30 ID:5Mmib4qsP7w
3명의 친구들은 그시간쯤 패닉상태지.
E는 또 나한테 전화를 하면서 막 소리질러댔어. J랑 H는 "어떡해 어떡해" 를 연발해가면서 어쩔 줄 모르는 목소리로 계속 야야거렸고.
그런데 말을 걸면서 '야 하지말라고!!' 라고 소리지를때마다 내가 대답을 했다는거야.
나: 아, 잠...잠깐만, 잠깐, 잠...잠깐만, 이것만..가려워... 잠깐만, 진짜 가려워...
난 평소에 말도 빠르고 발음같은거 중요하게 여기니까 더듬지 않거든?
그런데 E가 말거는걸 들은체만체 하면서 가위를 쥔 손만 따로 움직이는것처럼 쉬지 않고 목을 긁어대고 있었어.
106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08 15:59:50 ID:5Mmib4qsP7w
그때의 내 표정은 무표정도 아니었고, 겁을 먹은 표정도 아니었대.
그냥 평소의 내가 조금 짜증이 난 표정이었어.
알아듣겠어?
목에서 피가 금방이라도 흐를 것 같은 상태인데도
난 그 목을 가위로 계속, 멈추지 않고 세게 긁어대면서
친구들의 말도 거의 깡무시하고 있었는데
표정은 방금 모기한테 물린 듯한 가벼운 짜증밖에 표현하고 있지 않았다는 거야.
107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08 16:04:10 ID:5Mmib4qsP7w
E는 이번에도 안 받으면 기숙사 경비원에게 전화를 해 볼 심산으로 3번째로 전화를 걸었어.
세 번째로 내 전화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한 순간, 난 정말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내 폰을 바라봤대.
지난 3분동안 시끄럽게 울어대던 벨소리는 들리지 않았던 것처럼.
마치 그때 처음 내 폰이 울렸단 걸 인식한 듯한 얼굴로.
난 그 폰을 보고 벙하니 있다가,
내 손에 들린 걸 봤어.
작고 빨간 가위.
온 몸에서 소름이 좌악 돋았어.
뭐야?
왜 내 손에 가위가 들려있는 거야?
108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08 16:06:24 ID:5Mmib4qsP7w
난 그 가위를 책상 위로 버리다시피 던져버렸고,
겁에 질린 친구들이 비춰진 모니터를 바라봤어.
그리고 제정신인 상태로 입을 열었지.
나: ...무슨 일이 있었어?
병신같지만, 난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했어.
그냥 목이 가렵기 시작했단 것과,
그 가려움을 해결하려고 필사적이었다는 것만 기억하고 있었어.
109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08 16:09:14 ID:5Mmib4qsP7w
E와 J가 정말 기억하지 않느냐고, 뭐했는지 자각하지 못하느냐고 심문을 해오려고 한 무렵,
내 왼쪽 목이 정말 찢어질듯이 아프다는 걸 느꼈어.
어라? 방금까지만 해도 가려웠는데?
나: 아, 아아아! 잠깐만, 야, 나 목 완전 아파아... 왜이래 이거?!
E: ....뭐야 너.. 진짜 기억 안나?
J: 너 방금 던진 그 가위로 그쪽 목 엄청 긁어댔잖아...
뭐?
난 걔내들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거울이 걸려있는 옷장으로 걸어갔어.
110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08 16:12:42 ID:5Mmib4qsP7w
고개를 돌리는 것만으로도 목이 진짜 떨어질 것 같았지만, 거울에 비춰봐야 했어.
그리고 봤어.
살갗이 전부 벗겨져서 새빨개진 내 목의 왼쪽부분을.
순간 아픔도 잊고 순수한 공포때문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았어.
111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08 16:16:23 ID:5Mmib4qsP7w
비틀거리면서 책상 앞으로 돌아와서 거의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친구들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봤어.
걔내들은 걱정스런 목소리로 설명해준 후 일단 방에서 나가라고 하더라고. 옆방으로 가보라고, 혼자 있지 말라고.
그런데 그 제안을 내가 거절했어.
난 방 밖으로 나가기 싫다고 했거든.
지금도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당하고 싶지 않다느니, 지금은 너무 늦었다느니 하면서 뭐라고 둘러댄 것 같은데,
그냥 순수하게 이 방에서 나가기 싫었어.
악몽을 꾸게 하고, 정신을 잃게 하고, 자해까지 하게 한 이 방이,
너무나 소중해서.
포근해서.
나가기 싫었어.
112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08 16:19:40 ID:5Mmib4qsP7w
두번째 밤에는 그 후로 이상한 일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았어.
목이 너무 아파서 제대로 자지도 못했지만, 일단 정신을 잃거나 목이 또 가렵거나 하지는 않았다는 이야기야.
친구들도 내가 나가지 않겠다고 했을때 불만이 가득해 보였지만, 날 말리러 올 수도 없는 거리에 있었으니까.
그렇게 목요일의 이변은 막을 내렸고,
난 결국 또 금요일의 오전 10시쯤에 잠이 들었지.
114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08 16:23:15 ID:5Mmib4qsP7w
세번째 밤은 경비원도 등장해! ㅎ..ㅎㅎ..ㅎㅎㅎㅎㅎㅎ..
하긴 뭐 난리도 아니였지...ㅎㅎㅎㅎ.....
오늘은 두번째 밤이 끝난 시점에서 그만 적을게. 별로 무섭지 않았다면 미안ㅠ..
언젠가 목의 상처도 인증사진을 찾아내면 올려볼게! 당근 얼굴은 안올려ㅋㅋ
지금도 상처가 많이 남아있어 ^^...흡..
그냥 보면 때가 낀 것 같은 느낌인데(ㅋㅋㅋ)
뭐랄까, 2년동안은 사라지지 않을 거래.
잊고 싶어도 이 상처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은 싫어도 기억해야 할 것 같아서 여기에 적기 시작하기는 했어. 으흐흐.
몇일 안에 세번째 밤을 적으러 돌아올게! 그때까지 건강하게 있길 바래~
123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11 14:48:56 ID:ej7RFeqLDfs
안녕! 갱신해줘준 >>116-122 모두들 고마워!
목말고 다른곳은 다치지 않았어 :-) 내 섬세한 유리멘탈()은 산산조각이지만ㅋㅋ
사정이 생겨서 한동안 적으러 돌아오지 못하게 된 것 같아.
그래도 그때 있었던 사진들은 찾았으니까 여기에 인증용으로 올릴게.
두번째 밤에 생긴 상처는 이거고:
image.kilho.net/?pk=1457629
세번째 밤에 긁은 반대쪽의 목은 이거고:
image.kilho.net/?pk=1457636
네번째 밤에 다시 긁어서 생긴 왼쪽 목의 상처는 이거야:
image.kilho.net/?pk=1457637
(목 상처 사진이에요)
그 후로 밤마다 내가 기억이 없을 때 긁어서 목에 링처럼 새빨간 상처가 이어져있는 상태였는데..미안 안찍었어..별로 기억에 남기고 싶지 않아서..ㅎㅎ..
지금 내 목의 상태는 이래:
image.kilho.net/?pk=1457642
image.kilho.net/?pk=1457643
image.kilho.net/?pk=1457644
(목 상처 사진이에요2)
자세히 보지 않으면 걍 때낀거같은데 알아차릴 사람들은 다 알아차리는 정도지.
읽어줘서 고마워! 마지막까지 다 적기 전까지는 포기하지 않을테니까 기다려주면 고맙겠어 ㅎㅎ
모두 그때까지 건강하길 바래 :-)
153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21 12:36:39 ID:ZNFWXMh9fDo
헐
너무 오랜만에 와서 이 스레 묻혔으면 철면피깔고 내맘대로 계속 적을 각오하고 들렀는데...
갱신해준 >>124-152 모두 완전 사탕해ㅠㅠ 이렇게 관심받을줄은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어!!
블로그에 올리고 싶다고 말한 레스들은
내가 이야기를 끝낼때까지 기다려줬으면 해.
유입에 대한 문제들은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일단 흐름이 망쳐질지도 모른다고 하니까 아무래도 걱정되서...제멋대로 이런 말 해서 미안.
방 사진들이랑
최근에 더 생겨버린 상처(뒷풀이용으로 이 썰도 풀어놓을지도 몰라!)
사진들, GET 했어 ㅎㅎㅎ 뭐든지 인증하려고 하는 건 아닌데 방사진은 이야기를 이해하기 더 쉬울 것 같아서...ㅎㅎ..ㅎㅎㅎㅎㅎ....
기다려줘서 정말 땡스베리감사! :)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감사의 글만 적고 갈게 ㅎ
오늘 저녁, 그들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졌지만)
158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21 21:52:34 ID:ZNFWXMh9fDo
드디어 컴인 성공!
>>156 아무래도 여러가지가 있어서 살짝 더 생겼어 ㅎㅎ... 왜 목에만 그렇게 집착하는걸까... 드라큘라도 아니고(먼산)
오늘 안에 다 적는건 불가능할것같고 사정상 자주 접속하지 못해 ㅠ 갱신해주면 고맙겠지만 그냥 잊지않기만 해줘도 ㅇㅋ야!
내가 살던 방의 사진들:
image.kilho.net/?pk=1471708
image.kilho.net/?pk=1471709
image.kilho.net/?pk=1471710
image.kilho.net/?pk=1471712
image.kilho.net/?pk=1471713
image.kilho.net/?pk=1471714
대충 이런느낌이었어!
어딘지 알아보는 사람이 있어도 주소는 절대 밝히지 말아줘.
내 부탁 무시하고 찾아내서 밝힌다면 나는 더이상 이 스레에 나타날 수 없을거야.
그리고 최근에 생겨버린 상처:
image.kilho.net/?pk=1471716
인증사진들은 내쪽에서 이걸로 끝!
더 원하는거 있으면 찾아보겠지만 너무 자세한건 묻지 말아줘~
그들과의 전쟁, 시작합니다 :)
159 이름 : 이름없음: 2014/01/21 21:56:24 ID:rGP8cUFTXMg
방사진은 차마 못보겠다 무서워서ㅋㅋ;
160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21 21:57:57 ID:ZNFWXMh9fDo
세번째 날도 한낮에 잠들었어.
10:50분에 E한테서 전화가 와서
그때는 제대로 깨어 있던 상태라서 드디어 지금 자러 갈 거라고, 저녁에 보자고 한 다음 전화를 끊었지.
꿈을 꿨어.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않은 꿈이지만 여기에는 일단 적어볼게.
뭐랄까, 처음에는 즐거웠어. 뭘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꿈 속의 나는 너무나 신나게 누군가와 뭔가를 즐겁게 하고 있었거든.
안전한 곳에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 뭔가 밝고 화사한 쇼핑 몰 안에서 뛰놀고 있었달까.
지금 생각해보면 비인간적인 신체능력이 있었던 것 같아 ㅋㅋㅋ 막 엄청 높은 곳까지 뛰어다닐 수 있었고 ㅋㅋ
난 자각몽같은거 한번도 꿔본 적이 없어서 그 모든 게 현실처럼 느껴졌고, 정말 꿈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꿈속에서 여자들이 나왔어.
알몸에, 기분나쁜 미소를 짓고 있던 그 여자들이.
163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21 22:03:26 ID:ZNFWXMh9fDo
저번 꿈에 나왔을 때처럼 가까운 존재라고는 느끼지 못했어.
그냥,
위험하다.
그런 생각이 든 것 같아.
그리고 그 여자들에게서 정신없이 도망갔어.
이상한 일이지. 그 꿈속에서는 나라는 존재가 그녀들의 관심대상이 아닌 것 같았는데도
그냥 내가 도망갔어. 여자들이 날 찾지 못하게.
들키면 안된다고, 무섭기보다는 들키면 뭔가 큰일이 날 것 같아서
죄지은 어린애마냥 여기저기 초인적인 힘을 사용하면서 쇼핑몰 안을 뛰어다녔거든?
164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21 22:03:42 ID:ZNFWXMh9fDo
그런데 있지,
난 그녀들이 내 시야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도망다니고 있었어.
그 드라마에서 나오는 '나잡아봐라~'같은 쓸데없는 짓을 할때 여주인공이 노리는 행동 있잖아.
도망치는 척하면서 오히려 잡아주기를 원하는 느낌같은거?
그래, 난 그 여자들이 다시금 나를 알아봐주길 원했어.
날 찾아주고, 내쪽으로 다가와준 다음,
그리고-...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는 못했는데, 그냥 그녀들이 나를 찾았으면 했어.
165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21 22:07:02 ID:ZNFWXMh9fDo
>>161 응 그 여자들이었던 것 같아.
>>162 레에에에스으으으주우우우우 기다려줘서 고마워!! ㅎㅎㅎ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났어.
진짜 어째서 체력이 닳지 않았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꿈이란걸 알아채지 못한게 대견할 정도야.
이번 꿈은 싱거웠다?
그냥 그렇게, 애절한 기분으로 잠에서 깨버렸거든.
왜 나를 찾아주지 않는 걸까,
왜 나를 알아봐주지 않은 걸까,
대체 왜.
166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21 22:07:16 ID:ZNFWXMh9fDo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깨어났는데
그 여자들 있잖아, 내가 한 4~5명 있었다고 말했었지?
줄어들어있었어.
여자들의 수가, 줄어있었어.
처음이 4명이었다면, 이제 2명 정도? 로 줄어있던거야.
167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21 22:12:27 ID:ZNFWXMh9fDo
왜였을까? 라는 의문따위는 짧은 시간 안에 사라져버렸어.
왼쪽 목이 아팠거든.
밴드에이드를 붙히고 잤는데, 그건 언제 또 떼버린건지.
거울에 비춰보니 새빨간 목만 보일 뿐이었어.
잠에서 깨었을 때는 당연히 8시 33분 전이었어.
몇시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냥 그때도 아무렇지도 않았어.
사실 그게 가장 장난아니잖아?
예정된 시간이 오기 전까지 난 아주 평화로운 일상생활을 만끽하고 있었다는 게.
168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21 22:15:22 ID:ZNFWXMh9fDo
머릿속에 있는 공포나 어젯밤의 기억들같은건 전부 휴지통에 쳐박아버린 듯이
그냥, 노트북 앞에 앉아서 웹서핑을 하며 낄낄대고 있었다, 나.
방에서 나갈 의욕같은건 조금도 생기지 않았었다 이말이야.
오히려 밖으로 나가서 대학생활을 올바르게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속에서 부대껴야 한다는 상상에 더 몸을 떨고 있었으니까.
어젯밤에 E랑 J가 입모아서 정신상담과에 가보라고도 했거든.
나 안갔어.
이유를 대자면, 무서워서.
상담을 하면, 그 사람들이 나를 정신병자 취급하는 듯한 눈빛으로 날 볼 것 같았거든.
169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21 22:17:02 ID:ZNFWXMh9fDo
그게 몸서리치도록 두려웠어.
내가 보기에는 난 정상이고
그 시간 빼고는 정상적인 생활을 보내고 있는데
그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난, 내 기억 속에 없는 일들 때문에
내 이름도 몇시간만에 까먹어버릴 그런 타인들이
나를 미친년 취급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마냥 무서운거야.
그런 눈으로 보이기 싫었어.
그런 눈으로 보이기에는, 차라리 내 손으로 모든 걸 해결해버리고 싶었지.
172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21 22:18:19 ID:ZNFWXMh9fDo
그래서 그때 생각해낸 해결법!
그래, 모든 게 노크소리로 시작한 거라면
그 노크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거나
노크를 하는 범인을 찾아내면 되는거잖아! 아하~!!
........
알아
병신같은거.
안다고....훗
그래도 그때의 나한테는 정말 천재적인 발상이었어.
174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21 22:21:31 ID:ZNFWXMh9fDo
그 방법이 뭐였는지 알려줄게.
준비물은 간단해.
하나, 손바닥만한 우산. 그걸로 끝.
그래,
문 사이에 우산을 끼워서 애초부터 열린 상태로 방치해두는 방법이었어.
안다고
병신같은거....ㅋ
난 그걸 생각해낸 내 자신을 엄청나게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어.
우와, 이걸로 모든 게 다 해결완료! 나좀 대박인듯ㅋ 이라는 자화자찬을 하고 있었지.
그 시간이 오기 전까지의 나는
잉여롭고 괴짜에다 혼자놀기의 진수인, 즉 평소의 나였어. 정말 내가 안심할 정도로.
176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21 22:24:07 ID:ZNFWXMh9fDo
화상채팅은 8시 16분에 시작됬어.
친구들이 접속하자마자 나는 신난 듯이 내 천재적인 아이디어를 말해줬지.
나: 대박대박대박! 나 찬양해라!! 노크소리 안들릴 것 같아!
E: 뭐래
J: 그러게 끄자
나: ...아이들아 쫌... 지금 보여줄게! (카메라를 문쪽으로 돌린다) 문 열어놨어!! 문 열어두면 들어오기 전에 해야되는 그 노크란것도 못할거아냐!! 대박이지!!
E: 그런가?
J: 말은 되네.
그래,
나와 내 친구들은 모두 바보였던거야...
178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21 22:26:31 ID:ZNFWXMh9fDo
내 안에서는
노크소리 후에 문을 연다는 행위가,
아니, 문을 연다는 행위 자체가
J가 말했던 '그것'들을 방안으로 들이는 짓일지도 모른다는 의견따위는
그냥 소설같은 발상이었어.
왜였을까,
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이건 인간의 소행이라고 믿고 있었거든.
그리고 그때도, 문을 열어두면 그 괴짜변태해삼말미잘이 기분나쁜 장난은 그만둘수밖에 없다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았어.
179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21 22:29:26 ID:ZNFWXMh9fDo
그리고 내 믿음은 더욱 굳어지고 말았어.
왜냐고?
8시 33분이 되도 노크소리가 들리지 않았거든.
그래, 난 해낸거야.
나를 괴롭히던 괴짜는 내 재치에 이기지 못하고 패배해버린거야!!
그때 진짜 피버타임이었어. 나랑 내 친구들 다.
모두 나 축하해주고, 나도 엄청 기뻐하고.
하룻밤에 있었던 악몽은 이제 끝난거였지. 정말 해방된 기분이었어.
[우웅-]거리는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았고, 노크소리도 8시 34분이 될때까지 들려오지 않은거야!
180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21 22:31:41 ID:ZNFWXMh9fDo
짧은 우승의 세레머니를 마친 후,
그날은 너무 늦게 일어나서 음식도 사오지 못한 나는 학생식당에 들르고 오기로 했어.
나: 그럼 우승기념으로 밥사올게~ 아윌비백.
E: 옹야.
J: 잘갔다와~
그렇게 끼워뒀던 우산을 빼고, 지갑을 주머니 속에 넣은 채 밖으로 나갔어.
그날 밤은 비까지 와서 더욱 추웠지만, 그런것따윈 신경쓰지 않았어.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거든.
뭐, 그날은 운 참 좋게도 식당이 일찍 닫아서 아무것도 살 수 없었지만..
181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21 22:35:18 ID:ZNFWXMh9fDo
살짝 다운된 기분으로 방으로 도로 돌아왔어.
그런데 방으로 돌아오니까
뭔가가 달라져있었어.
인증사진을 봤다면, 옷장 모습 봤을거야.
서랍이 두개쯤 밑에 보이지?
그중에 하나가 나와있었어.
분명히 닫아뒀었는데 말이지.
게다가 그 서랍에는
내 속옷들을 넣어둔 상태였어.
182 이름 : 이름없음: 2014/01/21 22:37:17 ID:GfwVpGDOVj+
헐 그래서??
183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21 22:38:58 ID:ZNFWXMh9fDo
기분이 확 나빠졌지.
안그래도 다녀오는데는 한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서
키는 일단 가져가지만 문을 잠가두지 않았거든.
'설마 누가 들어왔던건가?'
혹시, 어젯밤 노크해대던 그 괴짜가-
기분이 확 나빠져서 자켓도 팽개쳐버리고 의자 위에 앉았어.
우승은 했지만 여전히 경계를 늦추기에는 너무 빠르다고 판단해서
친구들과 화상채팅하던 노트북의 카메라가 문만 보이지 않는 각도로 방의 앞부분이 모두 잘 보이게 한 상태로 세팅해놓고 나갔었거든.
그렇다면 친구들이 뭔가를 봤을 거 아냐?
카메라를 돌려둬서 정말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고 걔내들의 얼굴을 봤어.
184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21 22:42:58 ID:ZNFWXMh9fDo
뭘 봤냐고 물어볼 생각이었는데,
애들 얼굴이 엄청 언짢은거야.
보기 싫은 걸 봤다는 듯한 얼굴.
뭐랄까, 걔내들은 괴짜가 들어왔다면 사진찍었다고, 당장 경찰에 전화하라고 그런 식으로 적극적이게 들이댈 애들이었거든?
그런데 그냥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표정으로 날 빤히 쳐다보고 있었어.
그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입을 닫으니까,
E가 천천히 입을 열고 질문했어.
"너 나가자마자 다시 들어왔었어?"
뭐?
185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21 22:44:58 ID:ZNFWXMh9fDo
나: 그럴 리가 없잖아. 나가고 방금 다시 들어온거야.
E: 확실해? 잃어버린 거 있어서 빨리 가지러 돌아온 건-
J: 야, 그건 아니다.
잃어버린게 있으면 급하게 들어왔겠지, 그런 거 하겠냐.
'그런 거'?
그런 거라니?
뭐야? 무슨 일이야?
점점 더 나쁜 예감이 들었어.
186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21 22:45:58 ID:ZNFWXMh9fDo
속옷서랍이 열려있었다는 말을 하려던 것도 까먹어버릴 정도로 나쁜 예감.
나: ...뭐야. 무슨 일 있었는데.
E: 그러니까, 너 나가자마자 니 문 앞에서 노크했어?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어.
노크소리라니?
뭐야, 노크소리라니.
아니, 8시 33분에는 들리지 않았잖아.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잖아.
노크소리라니, 뭐야.
왜 내가 내 문 앞에서 노크를 해.
노크소리라니!!!!!!!
187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21 22:50:13 ID:ZNFWXMh9fDo
미쳐버릴 것 같았어. 화도 나고, 무섭고, 억울하고, 그냥, 다 싫어지려고 하고 있었어.
그래도 나 참 대단하지?
친구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설명해달라고 했어.
E랑 J는 찝찝한 얼굴로 입을 닫았다가 내가 재촉해오는 바람에 내키지 않는 듯한 목소리로 설명해줬지.
걔내들 말에 인하면,
내가 나간지 1~2분 만에 노크소리가 들려왔대.
8시 33분에 내가 들려온다고 했었던 느낌으로
일반적인 [똑똑똑-]이 아닌
188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21 22:50:48 ID:ZNFWXMh9fDo
일정하게 느린 속도로
똑
똑
똑
똑
똑
똑
이렇게.
조금도 조급하지 않은 듯한 느낌으로.
189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21 22:52:13 ID:ZNFWXMh9fDo
E랑 J는 서로의 방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아니냐고 확인한 뒤
내 방에 집중했어.
그렇게 몇십초동안 노크소리는 지속되었어.
조금도 빨라지지 않고, 느려지지도 않은 채.
그리고
문 손잡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어.
말했지?
5분거리였기 때문에, 문은 잠가놓지 않았다고.
193 이름 : 이름없음 ◆1vxJKNmoaU: 2014/01/21 22:55:01 ID:ZNFWXMh9fDo
[달칵]
[끼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어.
내 병신같은 카메라 각도때문에,
사람이 문을 열고 완전히 방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한, 문을 누가 여는지 알 수는 없었대.
문이 열리고,
한동안 그렇게 열려있다가
다시, 열렸던 것처럼 조용히 닫혔어.
그리고 몇 분 후, 내가 돌아왔지.
첫댓글 근데 읽을수록...스레주가 미친거같은데...ㅠㅠ저 e랑 j도 이상해 왜 하루종일 앉아서 화장전화만 보고있는겨? 사실 e랑 j도 스레주가 미쳐서 만들어낸 허상인거아냐?알고보니 그냥 꺼진 컴터앞에서 혼자 떠들고있었다던가..ㅋㅋㅋㅋㅋㅋㅋㅋㅜ힝
아앙아앙아아아ㅠㅠ너무무섭자나
진짜 허상같아..
헐 그렇게 생각하니까 무섭 ㅠㅠㅠ
끄아아아 무서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