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대사회에서 나이드신 분들의 이야기를
고리타분하거나 진부하다고 몰아부치는 걸 목격합니다.
오늘 이야기는 '고리타분/ 진부'입니다.
'고리타분'은 '고리'와 '타분'으로 나눌 수 있죠.
'고리'는 '썩은 상태'를 이르는 말이고, 썩은 상태에서 나는 냄새가 '고린내'입니다.
혹자는 '고린내'는 사신으로 간 고려사람에게서 나는 냄새라는 뜻의
'고려취(高麗臭)'에서 온 말이라고 합니다만 근거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곯다'의 옛말 '골다'에서 온 말이라는 학설이 더 옳은 것 같습니다.
'타분'은 상하지는 않았지만 선도(鮮度)가 떨어진 상태를 이르는 말입니다.
나아가 '입맛이 개운하지가 않다'라는 뜻으로도 쓰이는 말입니다.
"조금 타분하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하네!!" 따위로 쓸 수 있는 말이죠.
'고리타분하다'라는 말은 실제 냄새나 맛이 그러해서 쓰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사상이나 표현, 행동 따위가 진부한 경우에 많이 쓰는 말이기도 합니다.
'고리타분'이 '썩거나 조금 오래된'이라면
'진부'는 '오래 되었거나 썩은'이라는 말입니다.
'진부'는 한자로 '陳腐'라 쓰는데 각각 '묵을 진', 썩을 부'이거든요.
'陳'은 땅(나라) 이름을 나타낸 글자인데 왜인지는 모르지만 '묵다'라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묵은 것과 새 것을 바꾼다는 '신진대사(新陳代謝)'라는 말이 있잖아요?
'腐'는 '곳집 부(府)'와 '고기 육(肉)'이 만난 글자입니다.
'府'는 기밀문서를 보관하는 곳집이기에 밀폐된 공간입니다.
여기에 고기를 넣어 두면 쉽게 상하고 말죠.
'진부하다'라는 말은 어감이 조금 다릅니다만
'켸켸묵다'라는 말과 바꿔 쓸 수 있죠.
'켸켸묵다'는 '켜켜이 묵다'를 줄인 말인데요,
사전에는 '케케묵다'로 나옵니다.
1988년 맞춤법을 새로 바꾸면서 몇 개의 단어를
"모음이 단순화한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말 같잖은 규정을 만들어
'케케묵다'로 바꾼 것입니다.
우리말을 바로 알고 쓰자는 이야기가 조금은 고리타분하고 진부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사라지고 있는 우리말을 살려서 쓴다는 것이 나쁜 일이 아니잖아요?
오늘은 비소식이 있으니 조금 귀찮을 수도 있겠네요.
건강 관리에 유의하시고, 자주 많이 웃으세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