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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생자락(餘生自樂) 남은 생을 스스로 즐기며 뜻깊게 살아간다는 의미다.
울산 시니어초등학교가 지역 은행의 통 큰 기부로 독립 건물을 확보하게 되었다는 소식은 이 '여생자락'이라는 표현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다. 인생의 황혼기에 다시 교실로 돌아가려는 어르신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스스로의 삶을 즐기며 더욱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한다. 이는 단순한 교육 공간 확보를 넘어, 노년층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 참여를 확대하는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그동안 좁고 열악한 환경에서 배움의 열정을 키워가야 했던 이들에게, 이번 기부는 물질적 지원을 넘어선 커다란 사회적 관심과 응원이라 할 수 있다.
김두겸 울산시장의 주요 공약사업 중 하나로 제시했던 울산 시니어초등학교 사업은 개교 이후 지속적으로 높은 호응을 얻었으나, 그동안 전용 건물 없이 타 기관의 공간을 임대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 아쉬움이 매우 컸다. 학습공간 부족, 시설 노후화 등의 이유로 교육 환경은 결코 만족스러울 수 없었으며, 어르신들의 배움에 대한 의지를 뒷받침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은행의 이번 기부 결정은 지역사회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될 만하다.
시니어초등학교의 독립 건물 확보는 단순히 학습 공간만의 의미를 뛰어 넘어 울산광역시에 여러 가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먼저, 울산 지역 내 고령층의 교육 환경이 개선됨으로써, 노년층의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향상될 것이다. 이는 어르신들의 자존감 향상과 지역 공동체 활성화라는 긍정적 효과까지 포함하고 있다. 교육을 통해 어르신들은 스스로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사회적 관계망을 넓히며 고립과 소외감을 해소할 수 있다. 기존에는 교육 공간 부족으로 인해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지만, 이번 독립 건물 확보를 통해 보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교육 환경이 조성될 수 있게 되었다. 노년층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보다 나은 환경에서 교육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한 점에서 이번 사례는 단순한 공간 확장을 넘어 사회적 지원의 모범이 될 수 있다. 교육은 단순히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 안정을 제공하며, 새로운 역할을 찾는 기회를 제공한다. 따라서 이러한 배움의 기회가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전체의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예컨대, 시니어초등학교는 스마트기기활용이나 시니어모델과 같은 예술 활동, 건강을 위한 운동 프로그램, 그리고 자원봉사자와의 협력을 통한 다양한 지역사회 공헌 활동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계획되고 있어 어르신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 인구 증가와 그에 따른 평생교육의 필요성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 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울산 또한 빠르게 노령 인구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도시 중 하나다. 이 가운데 평생교육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아가고 있으며, 울산시니어초등학교와 같은 기관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질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교육 환경과 시설 확충은 정부나 지자체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 지역은행의 사회공헌적 기부는 지역사회 전체가 고령화 문제에 함께 참여하고, 그 해결에 동참하는 좋은 본보기로 남을 것이다.
이번 사례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기업과 지역사회가 협력하여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 은행의 적극적인 참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단순한 이미지 개선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기여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는 기업과 지역사회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이 지역 사회와의 연계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더욱 확산될 경우, 평생교육을 위한 민간 지원이 더욱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국가적 차원의 재정 부담을 경감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지역사회가 건강해야 기업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노동력 확보, 지역 소비 시장의 활성화, 기업 이미지 제고 등 기업이 지역사회와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더 많은 기업들이 평생교육 지원과 같은 사회적 기여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이 지역 교육기관을 후원할 경우 세제 혜택을 제공하거나, 공공기관과 기업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업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면서도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상생 모델이 될 것이다.
다만, 이러한 의미 있는 변화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꾸준한 관심과 관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교육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전문적인 강사 인력 확보, 지속 가능한 운영 재원 마련, 어르신들이 보다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교통과 같은 부대시설 지원 등 세부적인 부분까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역 내 다른 기업이나 기관들도 이에 자극을 받아 더 많은 지원과 참여가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번 기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그것이 지역사회의 변화를 얼마나 크게 만들 수 있는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이다. 울산시와 지역은행의 이번 협력이 좋은 모범으로 자리 잡아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를 바라며, 인생의 두 번째 배움을 시작한 어르신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더욱 밝고 희망찬 삶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하는 성숙한 공동체로 성장하는 데 이번 사업이 든든한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