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은 머리가 커진 동교동 계 의원들을 솎어내기 위해 386이라 불리던 운동권의 젊은 애들을 대거 끌어들여 민주당(당시 새정치국민회의)을 완전히 장악합니다. 이들이 바로 지금의 친노 좌파 세력입니다. 오랜 동안 야당 생활을 해 온 동교동 계 의원들이 있을 때만 해도 국회와 정치(政治)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과 국회을 운동권 어린 애새끼들로 채우자 정치(政治)는 실종됐고, 김대중은 절대 권력이 됐습니다.
중국 송나라 시절 과거 시험에 합격한 수재(秀材)들은 시험을 주관한 조정 대신을 사부(師父)로 모셨습니다. 또한 황제는 과거에 등극한 수재들을 불러 축하하고 자신의 제자(弟子)로 삼았습니다. 이렇게 맺은 사제 관계는 수재가 조정 대신이 될 때까지 꼬리표처럼 붙어 다녔고 일종의 출신 성분이었습니다. 처음엔 수재들을 가르친 사부가 엄연히 따로 있는데 왜 시험을 주관했을 뿐인 조정 대신이 사부가 되고, 왕이 그들을 자신의 제자로 삼는지 의아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렇게 과거에 등극한 젊은 신료들을 왕의 친위부대로 만들고, 대신들은 대신들마다 자기 세력을 구축하기 위함임을 알아 차릴 수 있었습니다.
새누리당 비대위에 당시 20대 청년이던 이준석이 발탁되자 세간은 놀랐습니다. 그런데 이준석은 이미 새누리당과 끈이 닿아 있었습니다. 유승민 의원의 친구 아들로서 국회에서 인턴도 했다고 합니다. 김무성 대표가 6인의 영입인재를 발표하면서 제발로 찾아 왔다고 하는데, 이제 고작 변호사 4년 차인 34살 짜리 배승희 변호사가 제발로 찾아 왔다고 믿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원래 이 자리엔 이준석도 참석시킬 예정이었지만 본인이 마다했다고 합니다.
재벌 2세가 기업을 말아 먹는 패인 중에 하나는 자신을 넘 볼 수 있는, 자기보다 권위가 높은, 능력이 있어 자신보다 더 돋보일 수 있는 사람들을 도태시키는 행위입니다. 또 사업체을 망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임원들이 발전을 위해 협력하기보다 주도권 경쟁에 빠졌을 때입니다. 망하는 사업체의 공통점은 사장이 자신보다 우수한 사람은 채용하지 않는단 점입니다. 이게 어리석은 행위여서 매우 드문 일인 줄 알지만 사실은 거의 모든 사업체의 사장이 이런 속성을 띱니다. 특히 오너 사장인 경우는 더 심합니다. 반대로 성공한 기업의 사장들은 우선 자신을 광내지 않고 우수한 인재를 채용해 많은 권한을 주고 자유로운 활동을 부추겨 줍니다.
대통령 후보까지 나왔던 문재인이 당을 거덜낸 원인은 당을 자기 소유물로 생각하고, 자신을 광내기 위해 당을 독점하고, 당 내에선 경쟁자가 될 만한 사람들은 밟아 놓고 당 외부에선 경쟁자가 될 만한 인재들은 아예 영입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즉, 문재인은 스스로 말라 죽은 것입니다. 문재인은 박원순이 그랬던 것처럼 안철수를 자신을 광내 줄 노리개로 여겼습니다.
대통령과 맞짱을 뜬 후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유승민은 사퇴한 그날 자신이 거느렸던 원내대표단을 위로한단 구실로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을 데리고 김포의 모 가든 야외 정원에서 생맥주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유승민의 행위를 "자기 정치"란 한마디로 정확하게 정의합니다. 유승민 사퇴 문제가 나오자 소위 유승민 호위무사란 세력이 등장합니다. 박 대통령의 '자기 정치'란 의미를 그들 스스로 입증했던 거지요.
국회에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집권여당의 비상대책위원회에 친구의 아들인 20 여살의 애를 꽂아 넣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권력이 과연 있겠습니까. 그리고 정상적인 사회라면 그게 과연 가능하겠습니까. 당원의 권리와 국민의 주권이 살아 있다면 가능한 일이겠습니까. 새누리당은 이미 정상적인 당이 아니예요. 서로 문재인이 되기 위한 패권다툼에 빠진 의원 클럽이지. 심지어 이원집정부제 개헌으로 정치적 쿠데타를 꿈꾸는 자들까지 있는 지경입니다.
김무성은 김대중 흉내를 내면 안 되요. 그렇게 당을 장악하면 지금은 당이 완전히 깨지고 문재인 꼴 납니다. YS와 DJ 시대의 권위주의가 지금은 전혀 먹히지 않습니다. 김무성은 반기문을 영입하는데 자신이 적극 나서겠다고 합니다. 김무성의 요즘 행태를 보면 대통령 자리는 남에게 내주더라도 당은 자기가 차지하겠단 것 같은데 보수 정당을 완전히 파괴시킬 수 있는 매우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도박입니다.
김무성은 '전략공천 없다', '상향식 공천한다' 등 기계적 민주주의를 주장하지만 정당이 국민의 뜻을 반영하지 못하면 그 어떤 것도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당원투표를 없애고 전화응답으로 대신하겠단 주장은 당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죠. 그러니까 얄팍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결국 그 본질은 현역 국회의원의 권력을 그대로 유지하겠단 뜻이고 그 호위 역할을 김무성이 한단 뜻 아닙니까. '내가 너희를 지켜줄께' 하는 의식은 조폭들이나 하는 짓입니다. 유승민이 국회의원 칠 팔명을 데리고 맥주 마시는 것과는 그 피해 수준이 차원이 달라요.
김무성 대표는 왜 우리 사회에서 널리 인정 받는 유능하고, 국가적 공헌이 크며, 오랜 동안 전문성과 경륜을 갖춘 우수한 인재들을 영입하지 않습니까?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입니다. 집권여당은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는데 야당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유리합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 스스로 그런 우수한 인재 영입을 포기하는 건 자멸하겠단 소리 밖엔 안되요. 보도를 보니 김영란 법을 만들게 된 김영란 대법관 같은 분은 왜 모셔오지 않느냔 불만이 있던데, 왜 김영란 대법관 같은 분을 영입하지 않습니까.
지금 김무성의 행위는 집권당 당대표가 할 수준이 아닙니다. 까놓고 말해서 지금 김무성이 하는 짓은 '전략공천 없다'란 구호 하나 내놓고는 김무성과 또 그와 비슷한 당내 세력에게 경쟁자가 될만 한 인재들은 아예 오지 못하게 막겠단 것 아닙니까. 그래서 종편의 정치 걸뱅이들이나 34살 짜리, 스물 몇 살짜리를 인재랍시고 발표한 것 아닙니까. 앞으로 얼마나 저런 쩌리들을 더 데려와서 인재라고 할 셈입니까. 친박 세력도 서청원도 결국은 현역 의원 기득권 지키기에 암묵적으로 동조하고 경쟁자가 될 수 있을 유력 인사들을 꺼려하는 것 아닙니까.
애국 우파 활동가들을 당내에 들여 놓지 않은 이유는 그들과 함께 서면 자신들의 기회주의적 색채가 더 확연하게 드러날까 우려되서 애국 보수 시민 활동가들과 선을 긋고 있는 것 아닙니까. 19대 국회는 여야 가릴 것 없이 공통적인 특징이 의원들의 권력 독점과 그를 위한 의원들의 집단이기주의와 갑질입니다.
김무성이나 유승민이 하는 짓거리는 정확하게 문재인이 하는 짓과 똑같이 닮아 있습니다. 행태와 의식이 완전히 똑같아요. 새누리당이 이딴 식으로 20대 국회를 공천하면 자멸입니다. 새누리당이 이런 식으로 졸렬하게 자기들 나와바리를 지키려 하면 파괴적 정치 변혁은 불가피합니다. 세대교체는 나이로 하는게 아니라 새로운 의식으로 하고 구체제를 새로운 의식을 갖춘 사람들로 교체하는 말하는 겁니다. 김무성 유승민 이재오 당신들이 바로 권력을 틀어쥐고 내놓지 않는 구체제인 거예요.
어디서 애새끼들 데려다 자기 자리 밑에 깔아서 상왕 노릇을 하려고 하나요. 김무성 대표는 자충수를 두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