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화가 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1급 발암 물질인 미세먼지가 몸 속으로 흡착되어 가는데, 우리 어른들은 저를 포함해서 무력하지 않나 하는 자괴감 때문입니다.
매일 흐린 해를 보면서 맑은 해를 염원해 봅니다. 글을 쓰려고 조사해 보니 우리 인천의 상황은 정말 좋지 않습니다. 정부는 대외적으로는 오염 물질의 반 이상을 보내는 중국에 실효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얻어내야 합니다. 어렵다구요? 아니면... 나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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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떠라>
'해야 떠라! 해야 떠라! 말갛게 해야 솟아라~.
고운 해야, 모든 어둠 먹고 앳딘 얼굴 솟아라.~'
-'해야 떠라' 中. 박두진 작시(作詩). 마그마 노래
6년 째 살고 있는 신흥동에서 '말갛고' '앳딘' 해는 보기 힘들다. 오늘도 베란다 앞이 뿌옇다. 아침에 창문을 열려다 말았다. 교통의 요지이고 트럭이 많이 다녀 수도권 최악의 대기로 알려졌다. 요즘은 지난달 개통된 제2외곽순환도로에서 미세먼지 등 유독물질이 방출된다는 민원까지 더해졌다. 신흥동은 인천 대기환경개선의 컨트롤 타워인 인천보건환경연구원의 둥지다.
인천은 어떤가? 한국환경공단(www.airkorea.or.kr)의 통계를 보자. 4월8일까지 한달치 매일 측정치를 평균내어 보았다.
인천은 17개 광역시·도 중 아황산가스와 일산화탄소 농도가 가장 높았다. PM10(10/1000mm 크기 미세먼지)도 세 번째로 심했다. 인천 면적의 반을 넘는 지역이 강화군과 옹진군 섬지역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심각하다고 하겠다. 인천엔 세계 환경보호 사령부인 녹색기후기금(GCF)가 있다.
우리나라의 대기는? 근래에 미세먼지가 급증해서 OECD 국가 중 터키를 제외하면 최악의 수준이다. 아시아에서도 몽골, 베트남보다 안 좋다. 인하대학교 등의 연구에 의하면 미세먼지를 포함한 공기오염으로 수도권에서만 한 해 1만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원래 수명보다 조기에 사망한다고 한다. 영국의 파이내셜타임스는 지난 달 한국이 중국과 인도와 같은 최악의 공해국가에 합류했다고 보도했다.
우리는 24시간 숨 쉬고 있다. 공기라는 공공재를 이용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재를, 국제보건기구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인 미세먼지와 같은 공해로부터 보호할 의무가 있다.
국내 대기오염 원인에는 어떻게 대처하나? 시행의지가 절실하다. '환경보호'는 '안전'과 마찬가지다. 두 이슈 모두 단기적으로 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그것을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미루면 결국 재앙을 맞는다. 충분히 경험해 본 바다. 규제와 함께 프로모션도 병행돼야 한다. 선진국의 노력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슈투트가르트는 '바람길'에 주목했다. 오염된 고인 공기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시계획에 반영했다. 구릉지의 숲과 낮은 건물들 사이로 새 공기가 흐르게 했다. 일본은 올해의 환경도시를 선정하며 환경개선에 대한 분위기를 북돋운다. 시행과정에서 각 지자체의 대책을 공유한다. 나고야는 환경도시로 선정되면서 시민들의 환경보호 참여와 만족도도 높아졌다. 대외이미지 제고는 물론이다.
중국발(發) 오염문제는 어떻게 하나? 핵심은 당당한 대응이다. 한국 대기오염의 대략 반이 넘는 오염물이 중국에서 황해를 건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환경부는 "중국이 자국민을 위해 이미 엄격한 환경규제를 한다. 지금처럼 양국 간 양해각서나 공동연구단으로 해결해야 한다. 압박해서 협력이 깨지는 상황보다 낫다"고 한다. 틀렸다. 중국은 현존치도 않는 위협인 싸드에 대해 보복한다. 세계무역기구(WTO)규약도 뛰어넘는 횡포를 부린다. 국민생명 보호는 국가 제1의 책무다. 정부의 중국에 대한 실효적인 조치가 없으면 국민이 들고 일어설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이 최근 우리와 중국 정부를 상대로 원인규명과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을 가벼이 보면 안 된다.
런던에서 1952년에 큰 사건이 있었다. 5일 간 무려 4000명이나 죽었다. 3주후에 연쇄적으로 8천명이 더 죽었다. 살인범은 아황산가스로 인한 스모그다. 이후 클린에어 액트라는 강력한 대책 등을 통해 문제를 개선해 왔다. 시 당국은 그럼에도 요즘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이고자 더 고심하고 있다. GCF가 대한민국 인천에 있다.
인천이 세계환경수도가 되긴 힘겨울지언정, 그 위상과 책무에 맞는 환경개선이 이뤄지길 희망한다. 아니 차치하더라도, 우리 아이들 앞에 맑은 해를 뜨게 하는 것보다 무엇이 더 중요하겠는가?
오늘자 인천일보 11면. 배준영의 인천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