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과 바늘
박주영
뒷골목에서 정신을 차리고도 울지 못하는 생이 가로 막아 편히 발 들여 놓을 곳을 잃어버린 기억이 있다
선량함조차 무너져 마음 숨길 곳을 찾아 헤메었지만 진정한 나를 만나지 못하고
열열함이 사라져버린 가슴으로 세상 밖에 내미는 손이 자꾸만 하찮아졌다
비명 한마디 지르지 못한 채 마음속 절벽을 여러번 뛰어내리면서
밝은 내일이 열리지 않을것 같은 불안함에 하루하루 가슴속에 뾰족한 바늘이 자라났다
그러던 날 큰 바람 불어온 뒤
한 줌의 꿈을 모아 자신에게 드디어 항복하고 가느다란 실 한 올 키우기 시작했다
두 생각을 꼿꼿이 세워 서로 얼굴 맞대고 다투는 일마저 조금씩 남겨두는 일상에 젖어
방안에 갇힌 뒤척임이 심심찮아지고 날이갈수록 한숨소리는 점점 착해졌다
서로가 서로에게 건네주는 적막 앞에서 지친 맘을 조금씩 덜어내어 검은 꽃 그늘에 앉아있어도 싸울 일이 차츰 낯설어지더니
절망을 노래 할 줄 아는 나이에 들고
휘파람 불며 지난 일을 스스로 지워 늙는 일에만 열중 하자면서 뜨거운 손목 흔드는 당신
거짓말 같은 내 삶 속에 우뚝 들어 앉아 철이 든다는 것은 마음 한끝이 더 명석해지는 일이라고
어깨를 툭툭 쳐주며
낡아가는 사진속 두 얼굴을 바라본다
첫댓글 몇번을 되뇌이며 읽었습니다. 마치 나의 삶의노래를 공감하듯~~~
어울린 인연.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