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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는 단지 단주가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그에게 천하를 물려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지혜로운 순에게 제위를 물려주면 천하의 모든 사람에게 득이 되고 단주만 손해를 보게 되지만,단주가 왕이 되면 그 혼자에게만 득이 될 뿐 다른 사람들에게는 손해가 될 것이 뻔했다. 결국 요는 “천하의 사람들에게 손해를 끼치면서,한 사람만 이롭게 할 수는 없다”며 큰 결단을 내린다.’(본문 중)
고통과 수치 속에서 저작을 완성해,끝내 ‘역사의 아버지’라는 불멸의 이름을 얻은 사마천. 춘천 출신 유강하 교수가 펴낸 ‘사기’(단비)는 사마천의 삶과 그가 남긴 ‘사기’의 이야기를 골라 옛사람들과 그들의 삶을 되짚어본다.
사마천의 ‘사기’는 수천 년의 중국 역사를 담았지만,위인들의 이야기만으로 엮어낸 책이 아니다. 그 안에는 황제와 같은 전설 속의 인물도 있고,진시황처럼 누구나 알 만한 사람도 있으며,때로 못된 관리들과 착한 관리들,외국인,도굴꾼,도박꾼까지 다양하다. ‘사기’의 편집은 사마천의 역사관과 세계관에 기반한 것이다. 책의 1부에서는 전설의 황금시대를 연 요임금과 순임금,‘주지육림’에 빠져 악행을 일삼다 은나라를 멸망의 길로 이끈 주임금,등의 삶을 살펴보았다.
2부에서는 우정의 대명사 ‘관포지교’의 주인공 관중과 포숙,포숙의 추천으로 자신을 죽이려 한 관중을 등용해 천하를 호령하는 패자가 되었지만 첫 마음을 잃어 외롭고 비참한 죽음을 맞은 제환공 등 춘추시대를 수놓은 인물들의 다이내믹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3부에서는 전국시대에 나라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모욕을 참아낸 인상여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진심으로 사죄한 뒤 인상여와 서로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줄 수 있는 우정을 맺은 염파,‘천하통일’이라는 위대한 공을 세우고 모든 것을 가졌으나 한없이 불안하고 외로워하다 초라하게 생을 마감한 진시황제의 삶을 그려냈다. 4부에서는 남편 한(漢)고조 유방이 천하를 평정하고 한나라를 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자신과 아들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는 사람에게 잔인한 복수를 일삼은 여태후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춘천에서 태어난 저자 유강하는 연세대학교에서 중국고전문학(신화)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해석이기도 한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서 세상과 인간에 대해 탐문하는 한편,일반인들과 청소년들이 중국의 고전과 쉽게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며 글쓰기를 하고 있다. 현재 강원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HK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강원도민일보 ‘도민시론’ 컬럼을 쓰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204쪽 1만2000원 단비. 이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