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가 갸우뚱하니 더 친근감있어 보이잖니? 눈깔은 네가 그리면 만들어 붙여주마",
"눈 없는게 좋아요", "..."
얼마 전에 만들어서 작업실 양편에 걸어둔 대형 스피커 덕분에 한층
풍부해진 음량에 만족하고 지내고 있는 중인데, 제작하고 남은 조각들로
더 작은 스피커를 만들려고 차일피일 미루다 드디어 완성해서 지금은
이건 내 취향이야 하고 탐낸 가족의 방에 자리잡고 있다.
소리는 – 네모상자들 유식어로 북쉘프를 치웠던데 성의로 봐서 두었는지
전보다 큰 사이즈가 방방 울려 주어선지는 모르겠다. 스피커 받침대도
생각해 두었는데 가져 가부렀으니 걍 냅둬불자.
이전에 크게 파내고 남은 원형을 다시 파내고 대략 맞추어 보니 그래도
제법 큰 구경과 길이가 나온다. 이번엔 외형을 각층마다 둥글게 깎아내어
보니 꼭 꾸물꾸물 기어 뎅기는 무슨 벌레같은데 그걸 또 귀엽다하니...
그나저나 만들고 나면 탐내는 사람이 항상 있어서 좋은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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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커피 스쿱
최근 몇 번씩이나 커피 생원두를 직접 로스팅해서 갖다주는 지인에게
보답으로 만든 작업물이다. 내 입맛을 자꾸 고급화시킨 덕에 그동안
마시던 커피메이커를 이용하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그래봤자 커피매니아로 즐기는 수준까지 갈수도 없지만 이왕 좋은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일반적인 서민문화가 몸에 배어있는 나의
일상이 조금 업그레이드 된듯한 기분을 종종 즐긴다. 거기에 더하여 몇 년간
쓰지않고 묵혀 둔 핸드드리퍼 찾니라고 개고생한데 대한 보상의 의미도 크다.
취목이다 보니 퀄리티에 더 신경을 쓰게 되어가나 보다. 디자인 뿐만아니라
재료에서 마감까지 완벽을 추구하지만 초작은 항상 불만을 남겨 놓는다.
그 부족함 때문에 더 실력이 나아지리라 생각하며 한건씩 해내어 간다.
로즈우드로 만든 스쿱은 원두를 한번 뜨면 대략 20g내외, 작은 스쿱은
가루용으로 5g짜리 체리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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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안경홀더
“애기가 맨날 만진디 손안타게 잘 좀 놔두란 말이요”
끙~ 맞는 말인지라 잔소리는 아니기에 눈만 부라렸다.
부쩍 키가 커버린 내 껌딱지가 벌써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말귀를 막 알아듣는 시기이지만, 이제 손이 닿지 않은 곳까지 영역을
넓히려 전용변기를 밀고 가서 딛고 서서는 온갖 호기심을 다 채운다.
언젠가 폴더에 넣어 두었던 안경홀더를 보고 다시 더 찾아본다.
손으로 깎는 것은 젬병이라 카빙스타일은 젖혀두고 이리저리 찾아보다
드디어 심플하고 이지하고 퀵한데다가 안경까지 씌워 놓으면 스타일도
좋은 디자인을 고르게 되었다.
그럼 재료는 뭘로 할까나? 내겐 60이상의 각재가 거의 없다.
그러다 생각난 것이 바로 저거 공학목재 자투리다. 이 초이스 한방에
스스로 아주 만족하면서 만든 김에 작은 체리각재로도 하나 더 깎았다.
그리고 꼬맹이가 손에 닿지 않을만한 곳에 자리잡게 하려니 마땅한
곳이 없다. 마침 그동안 도어폰자리가 비어있어 어수선했는데 그 곳을
막고 붙이기로 했다. 홀더를 올려 둘 선반은 나무 판재로 뚝딱 만들어
붙이려다 또 멈추고 짐짓 창의성 발휘 비스드무리하게 머릴 굴려본다.
이왕이면 사각형 선반말고 타원형으로 만들어 붙여보자. 세조각 크기도
모두 다르게 하고 위아래 판의 위치를 좌우로 조금 엇갈리게 붙여보았다.
첫댓글 커피색커피스쿱 이뿌구마~
브라질리아 로즈우드인데 색감이 깊은 멋이 있어.
안경을 걸어본적이없건만 저리하면 집 전체의 격조가 살아날듯. 경이로운 발상과 천재적 솜씨에 박수가 절로나옵니다.
기존 디자인에 재질에 맞는 스타일로 조금 변형을 주는 재미도 솔솔해요. 으잉~? 탐나오이까?
@빛가람마 노노 게을러서리
이가을 품격있는 커피 커피스쿱 가지고 싶다.
커피맛을 더하는 분위기 메이커지라^^
@빛가람마 아 분위기 메이커 나도 되고 싶다.
멋진 삶을 수행 하시는 백마님 행복을 마구 마구 나누어 주시네요
오, 솟대가 맘에 드셨나 봐요? 잘 지내시지요? 만들면서 온갖 행복한 잡념이 떠오른답니다^^
보일러는 린나이시네요 ㅎㅎ
빛가람마님은 아이큐 무한대인 아티스트~
참 멋지게 살고 계십니다^^
갑자기 생각난..우드스푼도 될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