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
숙소 데스크 옆의 안내문, WiFi-rd…, PW-yx…. 서울에서도 종종 보았으면서도 처음 본 것처럼 사람들은 퍽 반긴다. 오랜 시간 SNS에 굶주렸기 때문이다. 아마 잠을 늘어지게 자도 스무 시간 넘게 수다를 떨지 못하거나, 뉴스를 못 들은 일은 없었을 것이다. 개중에 무관심한 사람도 있지만, 그 마저도 여행 안내인이 열쇠를 건네며 와이파이 접속방법을 설명하니, 안내인의 턱 밑으로 바짝 다가선다. 나도 그도 별 수 없다.
여행자라면 새롭게 펼쳐지는 남국의 낯선 풍경과 인증샷을 전화기에 담고, 안내인의 설명을 들으며 환호했던 것을 가족과 지인들에게 자랑하여야 할 것이다. SNS대화, 초고속데이터통신망이 쫙 깔린 내 나라에서는 어디서나 가능하지만, 낯선 타국에서는 쉽지 않은 노릇이다. 제한된 장소에서만 가능하니 여행자들은 요것에 목말라 한다. 와이파이! 이 편리함을 때로 당연한 것인 양 착각에 빠졌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온종일 관광지로 목줄 잡힌 강아지처럼, 혼잡한 유원지에서 선생님을 놓칠까 봐 불안해 하는 어린이들처럼 이리저리 끌려 다니면서도 누구에게 호소 한 번 못했다. 또 멋진 풍광을 보았노라, 멋진 경험을 했노라 자랑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더니, 비로소 수만리 저 건너의 친구들과 사랑방에서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구나.
사랑방 문이 열리니 인사할 새도 없이 온갖 소식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온다. 코로나-19가 큰 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에 가슴이 무너지지만, 정치인들의 속 좁은 네 탓 공방과 남을 밟고라도 올라서려는 몰염치한 경쟁은 여전히 고개를 돌리게 한다. 가족과 친지의 안부를 묻고, 사진을 주고받으며 행복해한다. 와이파이가 없다면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다. 물론, 로밍을 하면 모든 것이 서울처럼 가능하지만, 결코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와이파이(WiFi). 이 말을 들은 지는 제법 됐다. 이 말은 번역하지 않아도 제법 친숙하다. 컴퓨터에 연결된 유선인터넷망은 진작 상용화되었지만, 휴대전화기에 이동통신사의 무선인터넷 망을 연결하기 시작하면서 데이터통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생겨난 국부적 데이터통신방식이란다. 마침 스티브잡스의 혜성처럼 빛나는 발명품 스마트폰이 세상에 나오고, 뒤따라 삼성 등 세계적 전자회사도 스마트폰에 매달리니 무선인터넷 수요가 갑자기 많아졌다. 의당 와이파이가 아주 중요하게 되었다.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이전까지는 그렇게 중요하던 유선은 졸지에 쓸모가 없어지고, 무선와이파이 천국이 되었다. 상전벽해다. 달리는 열차에서도, 버스에서도, 비행기에서도 와이파이는 빵빵 터진다.
한데, 5세대 통신망이 개발되어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니, 100메가 정도의 데이터를 주고받는데 불과 몇 초면 가능한 것이 서울의 실정인데, 여기서는 몇 십 분이 걸린다. 오래된 3G통신망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느린 것이 이 나라 사람들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가 보다. 우리완 참 다르다.
다른 것은 또 있다. 이 나라가 분명 선진국이라지만, 사실은 국민들이 순진하니 정부에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고 견디어서 그런가 보다. 어느 학자의 말이 떠오른다. 행복은 소유에 비례하지만, 욕망에 반비례한다고 하더니 딱 맞는다. 빛의 속도로 발전하는 통신 속도가 한국의 칠팔 년 전 같아도, 지근거리를 반나절 돌아가도, 길이 좁아도 불만이 없는가 보다. 전국에 고속도로 하나 없어도 불만이 없는가 보다. 남북이 불과 십 몇 킬로미터의 해협으로 떨어져 있지만, 도버해협 같은 터널도 인천대교 같은 다리도 없다. 그저 여객선이 있을 뿐이란다. 마치 파키스탄과 네팔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제일 높은 것과 일맥상통하는가 싶다. 어제 옆방에 든 친구가 나에게 보낸 사진이 아침이 되어도 그저 오는 중이다.
본래가 완벽한 자연환경과 풍요로움을 갖춘 나라지만, 이곳 사람들의 느긋함과 인내심은 대단하다. 서너 배의 시간을 들여 돌아가는 길이 우리에게는 가능키나 한가. 세계 최고 수준의 토목기술을 자랑하는지 요즘의 우리나라 도로는 쭉쭉빵빵이다. 산을 만나면 냅다 뚫고, 하천이나 계곡을 만나면 슬쩍 다리를 놓는다. 대관령을 통과하는 쭉 뻗은 고속도로가 있는데, 한계령을 지나는 고속도로를 추가로 건설하고, 미시령을 통과하는 고속화도로가 또 필요한 우리나라의 인식과는 사뭇 다르다.
서울에서 인천을 갈 때 천안과 안산으로 돌아서 가라 한다면, 이해하고 기다려줄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무능한 행정이라 질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닐지 궁금하다. 우리는 전국에 고속도로와 철도를 거미줄처럼 깔아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국민성이 아닌가. 우리의 생각이 선진 여러 나라와 비슷하니 꼭 탓할 일은 아니지만, N.Z의 자연보호를 제1로 삼는 인내심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일인가 한다.
첫댓글 사실 문명이니 문화니 하는 것이 알고보면 자연파괴의 소산이지요. 누리는 것도 소중하지만 가꾸겠다는 기본 바탕 위에 이루어져야 할것 같습니다.
인간이 있는한 자연파괴는 불가피하죠.
한데, 뉴질랜드는 너무 고지식하고, 우리나라는 너무 지나치고요. ^^
심적고생이 너무 많으십니다.
요즘 와이 파이를 많이들 이용하는 것 보지요.
저도 집에서 와이 파이를 이용하고 있답니다.
그럼요.최대한 이용해야죠.
근데 여행지에서는 퍽 불편하데요. 특히 빠르지도 못해도 잘들 참네요. ㅎ ㅎ
고맙습니다. 취송선생님.
선생님의 글을 읽고 나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을까! 생각해 봅니다~누가 나더러 고집쟁이라더니 미개인이 었나 봅니다^^
한 번도 남을 따라 하거나 부러워 한 적이 없어던 것도 문제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대 문명이 참 복잡하다는 생각만 한 것 같습니다.~와이파이가 뭔지도 모르고 산 무식쟁이가 아닌가 생각도 해 봅니다^^
어른들에게는 와이파이를 모르고 사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자책하실 일이 아닙니다. 두어 주일 소위 선진국이라 하는 나라를 둘러보니 느린 와이파이와 좁고 불편한 도로가 눈에 띕니다. 또 불만이 없는 국민들의 느긋함이 우리와 크게 다르기에 몇 줄 써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건설기술 전자기술 I T기술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우리 나라가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예, 그렇습니다.
피요르드 해안에 쭉 뻗은 고속도로 하나 놓는 것이야 식은죽 먹기죠 뭐. 허 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