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년인 작년이 가고 새년인 개년이 왔다. 우리 모두 잘 살아보자고 1월 13일 금요일, 드디어 작년에 못한 광주지역동창 송우회 다정회 모임인 개들의 합창이 대성황을 이루고 막을 내렸다.
작년말부터 다정회의 물밑작전으로 망년회를 추진했건만 어찌된 일인지 천지신명은 우리편이 아니었다. 망년회 모임을 위해 몇몇 다정회 회원들이 발품을 팔아 식사장소 및 노래방을 사전답사까지 하여 예약했건만 처음에는 회장님 어머님 별세로 무산됐고, 다시 연기를 했더니 이번에는 천재지변인 폭설로 우리의 모임을 무산시켰다. 이건 신의 뜻이 아니라고 그냥 조용히 접어두었다가 새년인 1월 모임때 같이 만나자고 송우회측과 합의를 봤다.
드디어 모임날, 다정회 회원은 영자만 빼고 100% 참석
영자왈 “저번에는 휴가까지 신청하여 망년회를 기다렸건만 복쪼가리 없는 년은 지지리 복도 읍써야. 이번에는 딴 사람이 먼저 휴가신청을 해서 도저히 빠질 수가 읍따야.”하고 한숨쉬는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영자의 한숨소리를 뒤로하고 우린 만났다.
수덕이한테 전화를 했다.
“수덕아, 우리 한시간 전에 먼저 가서 식당 예약 사항도 살펴보고 친구들을 기다리자.”
두말하면 잔소리 무조건 오케이다.
가까운 곳에 사는 칠순이를 빼놓고 가면 천벌받을 짓, 칠순이까지 대동하고 약속장소인 일곡지구 청석골식당으로 달려갔다. 2층에 좌석이 잘 준비되어 있었다. 가운데쯤 앉아 그동안 밀린 이야기 보따리를 풀고 있는데 착실과장 봉덕이가 제일 먼저 온다.
조금 있으니 회장님을 위시해서 건우, 병국, 진순, 순연이 규식이가 들어온다. 갑자기 2층 홀이 좁아진 느낌이다.
“엉? 영부인은 어디다 떼어놓고 혼자 온가?”
아래층에서 그 소리를 들었는지 양님이가 2층 계단을 올라오면서 “바늘 가는데 실이 따라댕겨야제. 나 여그 왔네”
하면서 칠순이를 밀어내고 내 옆좌석에 앉는다.
약속시간이 되자 정겨운 얼굴들이 하나 둘 입을 귀에다 걸고 들어온다. 언제봐도 정답기만 한 깨복쟁이 친구들, 경찰청장 채홍이, 맘씨 좋은 아자씨 모습 도현이, 머리에 무스바르고 있는 멋 없는 멋 다내고 온 폼나는 송시장 유근이, 오늘 일당만 채우고 헐레벌떡 와버린 닷근이, 미장원에서 머리에 힘주고 분까지 덕지덕지 바르고 온 순덕이, 늘씬한 몸매를 무기로 눈웃음 살살 흘기면서 들어선 영심이, 누구 애간장을 녹일려고 빤스가 다보인 미니스커트를 입고 등장한 귀례 등등,
끝으로 이웃마을 살고 같은 반을 가장 많이 해서 제일 반가운 신기 춘근이, 영원한 젊은 오빠 범종이, 만호, 항상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명호가 왔다. 다정회 회원 10명과 송우회 회원 15명, 모두 25명이 참석을 했다.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회장님의 건배사
“올해는 모두 건강하고 개같이 벌어서 사람답게 쓰세”를 필두로 전국에 있는 동창들에게까지 들리도록 술잔을 부딪치고 함성을 질렀다. 낙지회무침, 아구찜으로 푸짐하게 포식을 했다.
지난 총동창회 모임때 부산송정해수욕장에서 서울 대표 경주에게 장사씨름타이틀을 빼앗긴 용기에게 우리들은 그 설욕의 한을 꼭꼭 갚으라고 신신당부를 하면서 부족한 것이 있으면 뭐든지 말하라고 했다. 양기가 부족하면 전복죽을, 영계가 필요하면 영계를, 박수부대가 필요하면 박수부대까지 대동할테니 제발 이겨만 달라고..... 언제든지 지원사격 준비는 완벽하게 되어있다고..... 다정회 송우회 단합을 과시하면서 다시 한번 투지를 살려 재도전해 보자고 다짐을 했다.
얼추 저녁식사가 끝나고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날갈 수 없지.” 하면서 모두 노래방으로 갔다.
지금까지 배꼽 떨어진 후 이렇게 재미나게 놀기는 처음일게다. 구구팔팔(99세까지 팔팔하게 살자)을 외치면서 그동안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보냈다. 아! 놀기에 둘째가라면 설러워할 다정회 송우회 회원들, 그 뜨거운 열정들을 그동안 어떻게 꾹꾹 누르고 있었을까? 그윽하고 구성진 양님이 노래를 시작으로, 날마다 방송청취로 노래에 달인이 된 봉덕이의 트로트, 풍성한 분위기로 좌중을 휘어잡는 수덕이의 호소력있는 노래소리, 송우회원들의 혼을 쑥 빼놓고 침을 잴잴 흘리게 하는 귀례의 요염한 몸놀림 등등
노래방은 현란한 불빛과 뜨거운 열기로 가득찼다. 얼짱, 몸짱, 인기짱, 노래짱 머시매는 누굴까? 이번에도 닷근이 노래가 단연 선두였다. 한가지 진보한 것은 닷근이가 마이커를 계속잡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닷근이 주특기는 마이크를 한번 잡으면 절대 남에게 주지 않는데 이제는 많이 발전하여 마이크를 남에게 넘길 줄도 알게 되었다. 젊은 오빠 태진아 닮은 범종이의 노래와 춤도 귀엽게 봐줄만 하다. 너도 나도 어깨동무를 하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어릴쩍 동심의 세계로 떠나 신나게 놀았다.
신성일 닮은 미남배우 규식이는 우리들에게 푸짐한 과일서비스, 딸기, 귤, 장두감홍시, 양주로 무슨 비리가 그렇게 많아 입막음을 하려는 것인지, 아님 시의원에 출마할 뜻을 갖고 있는지 그날밤 우리들의 위장을 책임졌다. 회장님은 그 특유의 춤(몸을 빙그르 돌리고 한쪽 무릎 꿇고 여왕을 떠받치듯 한 몸짓)으로 우리 다정회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면서 인기를 독차지했고 2차 비용을 감당했다. 허리디스크로 맨날 병원에 다니느랴 밤일도 제대로 못한다고 서방 흉보는 양님이의 하소연은 순전히 거짓말임이 입증되었다.
젊은 사무장님 오빠 만호 왈
“지금까지 아무리 이쁜 영계를 봐도 거시기가 서지 않았는데, 00 이를 보듬으니 좀 쓸만해질려고 한다.” 그말에 모두들 포복절도를 했다.
우리의 영원한 기쁨조 한식이는 봉덕이한테 뱃사공 노래를 불러 달라고 청하면서, 눈에 병뚜껑을 끼우고 한다리의 바지를 걷고 어디서 검은 막대기를 구해왔는지 그걸 잡고 노를 젓는 흉내를 내는데 코메디언 이주일은 새발에 피였다.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다. 진즉 그 방면으로 진출했더라면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가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었을텐데..... 친구들은 물때 맞은 물고기마냥 파닥거렸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싸구려 디카인지 아니면 내가 디카성능을 제대로 숙지를 못한 탓이지 이 귀중하고 소중한 순간을 사진으로 포착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이 죄는 실로 죽어 마땅하나 한번쯤 다시 기회를 주면 다음에는 더 멋진 사진으로 보답하겠다.
12시가 넘도록 신나게 놀았다.
마시지도 못한 술을 소주, 맥주, 양주까지 몇잔을 마셨다. 음주단속에 걸릴까봐 생전 처음으로 대리운전을 시키고 남구지역 회원들을 태워 바래다 주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니 이미 1시가 넘었다.
정말 만나도 또 만나고 싶고 헤어지기 싫은 친구들, 잠시 철부지 초등학생이 되었다.
첫댓글 정말 글솜씨가 좋네, 글쓰는 직업으로 전환 해 봄이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