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엄마와 아들
초저녁 무렵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서울에는 땅이 꺼져라, 하늘이 구멍이 났나 싶을 만큼 소낙비가 내린다고 친구가 날씨 중계를 현장에서 영상으로 해주었다. 우산으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대단했다. 집에서는 비가 들이쳐서 베란다 창문을 닫아놓고 있는 까닭에 비 오는 풍경을 제대로 느낄 수 없어서 우산을 앞세워 나왔다는 것이다.
정자에서 우산을 들고 비 오는 풍경을 보여주는데 아직도 소녀처럼 고운 친구가 사랑스러웠다. 여기는 비다운 비가 오지를 않으니 부러웠다. 날씨가 찹찹한 것이 한바탕 비가 내릴 것 같다고 전해주었다. 다행스럽게 초저녁부터 비다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가뭄에 정말 반가운 단비다. 뜨거운 열기도 식혀주고 메마른 대지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선물 같은 비다.
빗소리가 얼마나 시원한지 창문가에 서서 비 구경을 한참 동안 했다. 베란다에 조명을 다 켜니 환상적인 공간이 되었다. 바닥에 매트를 깔아놓아서 폭신하니 어느 카페가 부럽지 않다, 창밖의 풍경을 앉아서 감상하니, 마치 영화관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세차게 내리다가 잠시 주춤하다가 신나게 내리다가 소리 없이 내리다가 정말 신바람 나는 여름밤이다.
따스한 호두 차를 한잔 만들어서 쑥떡과 함께 먹었다. 저녁에 작은아들이 돼지고기로 탕수육을 만들었다. 목살로 만들었는데 맛이 제법이었다. 작은아들과 주방에서 자주 요리를 한다. 오늘은 내가 식빵으로 새로운 샌드위치를 간식으로 만들었다. 저녁에는 작은아들이 주방에서 요리해주니 큰아들과 나는 초대받은 기분이 들었다. 아들이 둘이면 하나는 딸 노릇을 한다더니 맞는 말 같다. 덕분에 주방에서 함께 요리하는 시간이 많다. 그 시간이 행복하다.
소꿉놀이처럼 도란도란 아들과 보낸 행복한 하루였다. 내일은 더 즐거운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