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1 범민중대회 참가기] “우리 아이들 평등 세상 만들어 주세요!”
단기 4340년 11월 11일 아침 7시 35분. 신안동 처가 문을 나섰다. 잠을 설쳐선지 몸땡이가 조께 찌뿌디디허다. 육교를 건너 택시를 잡았다.
“운암동 문예회관 후문으로 갑시다.”
“등산복 차림이 아니네요?”
“저는 이 옷 입고 산에도 가고 바다에도 가고 결혼식장에도 가고 긍만이라?”
‘근디, 이 양반이 어치고 내가 집회에 가는 것을 알아부렀으까? 개인택신디?’
“그러시오?”
“오늘 노동자, 농민, 학생, 빈민 들 다 모인단디 얼마나 올랑가 모르겄습니다.”
“어디서요?”
‘음마? 이 양반이 암것도 모르고 헌 소리링갑네?’
“아, 오늘 서울역 광장서 집회 헌디요.”
“아따, 데모 인자 고만해야 쓰겄습디다. .... 시민단체도 없어져야 되고....”
“.....”(그 전 같으믄 조단조단 말을 했을 것인디, 암말도 안 했다.)
7시 46분. 문예회관 후문에 도착했다. 관광차들이 나래비로 서있다. 다들 등산복 차림이다. 그 기사가 왜 등산복 차림이 아니냐고 묻는 까닭을 그제사 알았다.
‘허기사, 그 개인택시 기사 양반이 우덜 대회 참가 지침을 알 턱이 없제?’
두리번거렸더니 한빛고 동지 한 분이 웃음시로 반긴다. ‘이 분 이름이 뭐더라?’ 이름이 도통 생각나지 않는다.(김정원 동지 죄송헝만이라?^^) 이어, 낯익은 얼굴의 여선생님 한 분이 아는 체를 헌다.
“안녕하세요?”
‘혹시 여수?’
“저 백현이에요.”
“아, 백선생님! 지금도 여수에 계신가요?”
“영광으로 옮겼어요.”
지부 김민수 동지, 담양지회장 채광선 동지, 솟터 승태 성.... 반가운 얼굴들이 나타난다.
“첨단지구는 차가 잡혀부렀다네?”
조용운 지회장님을 비롯한 영광 식구들허고 차에 올랐다. 도교육청 네거리에 경도가 서 있다. 신호등 건너서 차가 멈춰섰다. 장미란 분회장님한테 전화를 걸었다. 목포 동지들은 시청에 묶여있단다. 밀어불제 그러냐고 했더니 아예 닭장차로 막아부러서 딸싹도 못헌다고, 2차 장소인 검문소로 이동헐라고 헌단다.
경도가 차에 오른다.
“반갑네. 어제 보고 오늘 또 봉게.”
“응, 그려.”
“차 막아분 것에 대해서 손해배상 청구헐 수 없능가?”
“글씨, 예전에 그런 적이 있는 것도 같은디....”
“버스회사허고 경찰허고 쌈 시켜부러.”
“대체나 그럴 수도 있겄네, 잉?”
우덜 뒷자리에 앙거있는 여선생님 한 분이 야그 보따리를 풀어놓고 있다. 그는 지난 전남지부 교사대회 때 문화선동 사회를 봤던 분이다. ‘완도 청산 어디 핵교라고 했는디....’
“애들이 한 여름에 2층(학교) 불을 다 꺼놓고 숨바꼭질 놀이를 해요. 한 녀석이 창소함에 숨어 있었는데, 아무도 찾아주지 않자 무서워서 울고 나왔다더라니까요?”
“하하하, 호호호....”
8시 33분 우리를 태운 차는 슬금슬금 서울로 향했다. 고속도로를 안 타고 국도를 탄다. 갑자기 다면평가에 대해서 경도가 물어본다.
“어이, 재성이. 다면평가가 무슨 뜻잉가?”
“말 그대로 여러 가지를 평가헌단 말 아니까? 교사의 인성, 생활지도, 교수활동 들....”
“교장, 교감이 해온 것도 그런 것 아닌가?”
‘그러고 봉게 그러겄네?’
바로 앞에 앙거계시던 염산전자공고 재도 성님이 말씀허신다.
“다면평가에 대해서 회의를 여러 번 했는디 결론이 안 나서 우리 학교는 유보했네.”
“우리 진도실고도 보고를 못허고 있구만이라?”
“글고 막말로, 결과에 대해서 문제 제기했을 때 책임문제가 따라서 쉽지가 않아요.”
우웅허니 문자가 날아든다.
「적들의 탄압에 굴하지 말고
서울상경투쟁 승리! 투쟁!
동지들 시청에서 봅시다」
8시 50분. 분회장 님한테 전화를 했다. 시끌사끌허다. 검문소에서 항의 집회 중이란다. 어느 곳엔가 차가 멈춰선다. 다리에는 깃발들이 펄럭이고 있다.
“열사 정신 계승하자!”
“미국 반대, FTA 저지!”
승태성이 홍길동 체육관 있는 데란다. 알고봉게 청운고가 네 거리다. 장관호 영광지회 사무국장이 우리한테 ‘천지산악회’에서 계룡산에 가는 중이라고 입을 맞추잔다. 장성읍에서 백양사 넘어 가는 고갯길 양 옆으로 단풍나무 가로수, 은행나무 노란 은행잎들이 가을아침을 한껏 희롱하고 있었다.
9시 42분. 고속도로 장성 백양사 나들목을 아무 일 없이 통과했다. 교통경찰차가 나들목 입구에 서있고, 짭새 두어 명이 있었는디 검문도 허들 안 했다. ‘야호!’허는 함성과 박수가 차 안을 메웠다.
2시 22분. 과천 선바위 지하철 역에서 내렸다. 서울역까지는 지하철을 타고 간단다.
3시가 조금 넘어 시청 앞에 도착했다. 한창 집회가 진행 중이다.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이 무슨 말인가를 헌다. 1호 출구 앞길은 온통 사람들로 북적인다. 사람들 틈을 비집고 도로 쪽으로 나가 봤다. 다행히 틈이 있어서 그리로 가 자리를 잡았다. 언제 왔는지 바로 왼쪽에 보성지회장 백영호 동지가 앙거있다.
문경식 전농의장이 소리대를 잡는다.
“....농민 자살이 늘고 있습니다. 바꿔야 합니다. 세상을 바꿔야 합니다. 이 땅의 양심세력이 올해 세상을 뒤집읍시다. 승리할 때까지....”
지하철 1호 출구 쪽이 전교조 자링갑다. 경지지부 깃발이 보인다. 본부 식구 두 분도 앙거있다. 눈인사를 나눈다. ‘차등성과급 폐지’, ‘무상교육 실시’란 글이 씌여있는 삘건 비닐대롱에 바람을 넣었다. 부딪혀 본다. 소리가 팅팅거린다.
노래패가 올라와 ‘비정규철폐가’를 부른다.
“....단결투쟁으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꼭 찾아오리라....”
김모 전빈련 의장이 열변을 토헌다. 고양시는 50억을 들여서 노점상을 없애고 있고, 서울시는 가락시장 노점상을 철거하는 데 10억이나 깡패들한테 지급하고 있단다. 재개발, 뉴타운 등으로 주거환경이 개선되믄 개발대상지역 원주민들은 갈 곳이 없단다. 있는 놈들만 뉴타운 몇 십 채씩 갖고 원주민들은 또 변두리로 밀려날 수 배끼 없단다. 도시빈민들은 물러설래야 물러설 곳이 없단다. 서울시는 또 노숙인을 쓰레기 취급허고 있단다. 그들은 수용시설에 강제로 수용당허고 있는 현실이란다.
“16일 노동자들이 파업하는 데 엄정대처하겠다고 협박하고 있습니다. 연대투쟁을 제안합니다. 엄호투쟁 해주실 수 있지요?”
“투쟁~!!!!”
사회자가 파도타기를 허잔다. 자기 주위에 있는 유인물(선전지)들을 하늘로 날려란다. 그럼시로 기자들한테 잘 찍어줄 것을 주문헌다. 사회자의 “시이~작!”소리와 항꾸네 앞줄서부터 선전지들이 허공으로 어지러이 치솟다가 곤두박질친다. 그 종우때기 파도는 저 뒤 남대문까지 가서야 그친다.
“정의가 살아있으면 승리할 수 있다는 시실을 우리는 믿습니다. 훗날 우리를 기억하는 자식들에게 자랑스런 부모가 됩시다!”
‘동지가’를 끝으로 전국노동자대회가 막을 내린다.
“....사랑~ 영원한 사랑....”
어느 샌가 재석이 성님이 곁에 와 계신다. 손에는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서명용지를 들고 있다.
범민중대회 앞서 투쟁기금 모금을 헌다. ‘민중의 노래’로 대회 시작을 알린다.
“....민중의 해방.... 너와 나 한 목숨 바쳐.... 투쟁의....독재정권....외세의 수탈에 맞서 역사의 다짐 속에 외치나니 해방이여! 보아라, 힘차게 진군하는 신새벽에 승리의 깃발 춤춘다! 몰아쳐라, 민중이여!”
노래 중에 갈색 마다리푸대를 걸친 사람들이 그 푸대를 들고 한 줄로 대열을 훑은다.
“민중 총궐기로 세상을 바꾸자!”
“민중 총궐기로 세상을 바꾸자! 세상을 바꾸자! 비.정.규.직. 철폐, 투쟁! 결사, 투쟁!”
“조국의 자주, 민주, 통일을 위해 애쓰시다 먼저 가신 님들을 위해 묵념을 올리겠습니다. 일동 묵념!”
아스팔트 바닥에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가 자줏빛 바탕에 하얗게 맥을 놓고 있었다.
“경찰이 운수회사에 공문을 보냈다고 합니다. 만약, 11일 대회에 차를 운행하면 형사입건시킨다고 했답니다. 노무현이 5공으로 회귀하고 있습니다. ....”
‘노꼴통의 본질을 인자사 알았단 말인가?’
한국진보연대 오종렬 공동대표가 인사말을 허신다.
“존경하는 동지들, 서울시민 여러분, 국민여러분!
시청광장은 서울시민의 것이요, 국민의 것입니다. 경찰의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시청광장을 경찰병력이 불법 점거하고 있습니다. 용서할 수 없습니다. ....왜 비정규직 노동자가 죽어가야 합니까? ....노동자, 농민, 빈민, 청년활동가, 여성이, 민중이 총궐기해서 비정규직 없애버립시다!....우리 민중들이 일어서서 한미FTA 없애버립시다! .... 이라크, 레바논에 가 있는 우리 자식들 조국의 품으로 데려옵시다. 자유와 평화, 우리 힘으로 지켜냅시다!
....민중의 권력, 자주민주정부.... 이번 대선 활짝....민중대통령, 민중 권력, 자주민주정부 결의....반드시 세워나갑시다. ....500만 자영업자....대선 .... 자주민주정부 수립 투쟁 선포합니다. 투쟁~! 승리를 향해 전진해갑시다. 투쟁~!”
“투쟁~!!!!”
“투쟁~!”
“투쟁~!!!!”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를 연호한다.
“권영길~!”
“권영길~!!!!”
“권영길~!”
“권영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노동자, 농민, 빈민, 형제 자매 여러분!
이 자리에서 위대한 민중의 승리를 선언합니다! 여러분, 우리는 승리했습니다!“
‘당최 누가 누구를 이겼단 말인가? 이명바기를 이겼능가, 회충이를? ;;;;'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해낼 것입니다. 우리는 12월 대선 때문에 모인 것이 아닙니다(????). 노무현의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에 수많은 노동자, 농민, 노점상들이 죽어 갔습니다. 우리는 노무현에게 구걸하지 않고 우리 힘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대반격을 선언합니다!”
그는 한미FTA 국회비준을 하지말고 국민투표에 붙일 것을 다른 대선 후보들한테 제안헌다. 둘째로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겄다고 약속헌다. 삼성문제를 해결헌단다. 이건희를 감옥 보낼 특검을 제안헌다. 민주노동당이 재벌개혁을 허겄단다. 이라크에 가 있는 군대를 즉각 철수하지 않을 때는 강경투쟁을 선언허겄단다. 마침내 12월 19일, 권영길과 함께 위대한 민중 승리의 날로 만들어 세상을 바꾸어 가잔다. “권영길~!”하는 소리가 잠시 허공을 가르더니 이내 잦아든다.
결의문 낭독을 하고, 상징의식을 끝으로 민중대회는 막을 내렸다. 4시 12분이다. 문자가 날아든다.
「[지부] 4호선 선바위 역으로
5시 30분까지 집결, 지회별로
이동 바람. 시간 엄수/투쟁」
사회자가 바뀐다. 행진을 시작헌단다. 서울지역 동지들허고 어느 단체가 앞장선단다.
사람들이 일어서고 여그저그 쓰레기 태우는 냉갈이 치솟는다. 사회자가 태우지는 마라고 헌다. 그 때 전화가 온다. 우성이 전화번호다.
“잉, 우성이냐?”
“예, 선생님!”
“너 서울 있담서 잘 사냐?”
“예, 선생님은요?”
“나사 늘 잘 살제.”
“선생님, 혹시 서울 올라오셨어요?”
“응, 나 시청 앞이다.”
“어디쯤에 계신디요?”
“1번 출구 앞에....”
“선생님, 저도 여기 와 있는디 금방 그리 가께요, 잉?”
한참이 지나서야 청바지에 밤빛 양복을 걸치고 목에 남빛 수건을 두른 우성이가 웃음시로 나타난다. 가무스레헌 얼굴이 쬐께 까칠해본인다.
“와따, 우리 우성이 얼마만이냐?” 허고는 보둠았다.
“선생님 그 동안 잘 계셨어요?”
“응, 참 너 금속노조 일허냐? 무슨 목도리?”
“그냥 하나 주길래 둘렀어요.”
“어디 있냐?”
허고 묻는디 획 뒤로 돌아선다. 와하하핳!!!! 등 뒤로 날개를 달고 있다. 천사의 흰 날개는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희망을 보고 계신 거죠? 한미 FTA 반대!”
-한미 FTA 저지 관악운동 본부-
그는 관악동 공부방에서 아그덜을 가르치고 있단다. 그것이 직업이란다. 야그 몇 마디 안 나눠서 전화가 온다. 얼릉 오라고 헌단다. 목포 내려가믄 꼭 전화허겄단다.
‘허허 그 놈 참....’
우성이 사라진 쪽을 향해 눈길을 주고 있는디 누가 종이를 말아쥐고 소리대 삼아 뭐라고 외쳐싼다. 알고 보니 서울지부 강수정 동지다. 몸자보를 걸치고 연신 타까이 외쳐대고 있다. 사진을 찍었다.
“입시 폐지, 대학평준화.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됩니다!”고상이 많노라고 악수허고 물병을 건넸다. 그 너머로 여러 동지들이 서명을 받고 있고, 강원지부 배희철 동지는 글씨판을 들고 서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