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라서 맞아야 한다”?
- 여성폭력을 방치하는 정부
정부는 여성폭력 관련 인식 개선 예산을 전액 삭감한 예산안을 전면 폐기하라!
지난 열흘 동안 여성이 남성에 의해 살해당하거나 폭행당한 뉴스가 쏟아졌다. 그중 몇 가지 사건은 다음과 같다. 지난달 30일, 베트남 이주여성이 ‘재산을 상속받게 되는 것이 못마땅하다’라는 이유로 한국인 남편에 의해 폭행당해 끝내 사망했다. 같은 날, 50대 남성이 ‘자신을 비웃는 것 같다’며 10대 여성을 길에서 폭행했다. 그리고 11월 4일, 한 남성이 “머리가 짧은 것을 보니 페미니스트”, “페미니스트는 맞아야 한다”라며 편의점에서 일하는 여성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다.
한 개인이 다른 개인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거나 심지어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범행 동기’라기엔 참으로 무참하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거나, 비웃는 것 같다는 이유로 여성에게 폭력을 가하는 사건이 이토록 연달아 일어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가당치도 않은 ‘범행 동기’를 가해자가 언론에, 사회에 발화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결국, 여성의 영역은 제한되어야 하며, 그에 벗어날 경우 폭력을 가해도 된다는 성차별적 인식이 사회에 만연한 결과다. 그간 발생해 온 여성폭력 사건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방기한 결과이며, 미디어‧경제‧정치 등 전 사회의 영역에서 성별에 기반해 가해지는 차별을 방치한 결과다.
그러나 정부는 대책 마련은커녕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라고 공언하고, 성평등 정책 전담 부처인 여성가족부 폐지를 시도해왔다. 특히,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4년 여성가족부 예산안’에 따르면, 성인권 교육, 디지털 성범죄예방교육 콘텐츠 제작, 성희롱·성폭력·가정폭력·이주여성 폭력피해 예방 및 홍보 사업 등 여성폭력에 대한 전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되었다.
전액 삭감된 예산이라고 해봐야 고작 가정폭력 예방‧홍보 8천2백만 원, 이주여성인식개선 및 폭력피해예방 홍보 7천6백만 원, 성인권교육 5억 5천6백만 원 등과 같이 중앙정부의 예산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부끄러운 수준이다. 예산을 증액하지는 못할망정 이 같은 예산마저 삭감한다는 것은 수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가 출범 이후부터 지금까지 보여온 행보를 강행하겠다는 것이며,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여성폭력 사건을 방치, 조장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폭력을 당하는 피해자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이에 우리는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 여성이 인간으로서 온전히,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사회적 조건을 마련하라. 정부는 성평등을 후퇴시키는 2024년 여성가족부 예산안을 전면 폐기하고 인식개선 및 홍보 예산을 대폭 확대하라. 정부가 손 놓고 있는 사이 2023년 대한민국에서는 오늘도 여성이 하루에 한 명꼴로 살해당하거나 살해당할 위협에 처해 있다.
* 관련 기사 : https://m.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11061710001#c2b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23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