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삼매경에 들 수도 없는
비리와 횡포가 난무하는 세상
6.25 포탄 밑에서도
책은 읽었다
영혼이
흔해빠진 휴지처럼 찢기고
번철 위에서 튀다가
늘어지는 생선 같은 우리
모두 오고 가고 걷고 있다
오만 가지 모양의 사람은 있으나
꿈꾸는 사람
황혼의 서산마루 보는 사람
흔치 않고
냉동실과 용광로
보다 차갑게 보다 뜨겁게
그런 것만
확실하게 존재한다
아암 확실하기야 하지
오늘은 그런 세월
=[우리들의 세상] 박경리 시집 156~157쪽에서=
내일부터 3일간 연휴입니다.
"한글날", 이 한글이 얼마나 위대한 문자인지
세계의 석학들도 인정한 한국의 자랑거리이지요.
글은 참 위대합니다.
바람이 분다, 낙엽이 아름답다, 비가 온다, 구름, 천둥, 번개,................
글로 쓴 단어 몇 개로 순식간에 풍경화가 됩니다.
화가가 그릴 수 없는 마음까지도 척척 그릴 수 있는 것이 글이기에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요.
들판의 벼가 익어가고
집 앞 감나무에 감이 익어가는 계절에
낡은 책 한 권 들고 느티나무 밑에
다리 길게 뻗고 앉아 독서를 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왠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순식간에 수백 년 전으로 시간을 돌려놓기도 하며
제가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을 미리 알게도 하는 책.
연휴에는 중고 서점 알라딘에 들려 책 내음에 취해보고,
시집이나 몇 권 모셔오려 합니다.
편한 날 되시고, 건강하세요.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