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이나 논리학에서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라는 말이 있다. '구성의 오류'란 간단히 말해서 일부분에 적용될 때는 타당하지만 이것이 전체에 적용될 때는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즉, 개별적으로 특수한 상황에서만 허용되는 것이 일반적으로는 허용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특수성이 일반성으로 바로 전환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어떤 개별적인 문제를 해결할 때, 개인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행동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만들어 낼지라도 전체가 똑같은 행동을 했을 때는 비합리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공유지의 비극'이라든가 '죄수의 딜레마' 같은 것도 구성의 오류와 맥이 닿아 있다.
예를 들면, 극장에서 공연이나 영화를 볼 때, 앞사람의 머리에 무대가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을 때 일어서서 보면 잘 보인다. 그런데 한 사람이 일어서서 공연을 관람하면 문제 없으나, 모든 사람이 일어서서 보게 되므로 결국은 모든 사람이 다 잘 보이지 않게 되는 현상이 바로 구성의 오류다. 이런 현상은 우리의 삶의 모든 곳에서 일어난다.
한 분야에서 성공한 방법론을 다른 분야에 적용하면 실패하는 경우라든가, 어떤 영업 사원이 탁월한 실적을 냈는데, 그가 퇴사해서 자기사업을 하면 실적이 저조하다든가, 대학 교수 한 사람 한사람은 똑똑하고 지혜롭지만 교수가 집회를 하거나 자신들의 지도자를 뽑을 때는 군중심리가 작용하여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경우라든가, 한 사람이 열심히 저축하고 소비를 줄이면 그 사람은 부자가 될 수 있으나 모든 사람이 열심히 저축만 하고 소비를 하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모두 가난해 지는 경우(케인즈 - 절약의 역설)라든가, 졸업식장에 자동차를 가지고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자동차를 가지고 가면 길이 막혀서 걸어서 가는 것보다 늦어 진다든가, 한 사람이 교통정보를 듣고 길이 안 막히는 길로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그 교통 정보를 듣고 그 길로 가면 길이 더 막히게 되는 것도 같은 논리다.
이와 같이 특정한 조건하에서 일부분에 타당한 것이 전체에 적용되면 타당하지 않게 되는 것을 논리학에서는 구성의 오류 또는 결합의 오류라고 한다. 이 논리는 여러 학문에서 응용되어 다양한 논리 모델로 발전했다. 정치학에서는 마키아 벨리가 ‘군주론’에서 “대중은 어리석다. 어리석은 무리를 다스리는 길은 권모술수밖에 없다”고 주장한 우민론(愚民論)도 '구성의 오류' 예다. 이러한 '구성의 오류'를 정치학에서는 '집단행동문제(Collective Action Problem)'라고 정의하고 있고, 경제학에서는 미시경제에서 좋은 해결책이 거시경제에서는 나쁜 해결책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기도 한다.
명리학에서도 이러한 구성의 오류 현상이 많다. 명리학 용어로는 식신봉효(食神逢梟), 도식(倒食) 또는 탈식(奪食)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단어가 모두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종종 명리학에서 인용되는 거식호살(去食護煞)이라는 말도 탈식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도식의 현상은 한 마디로 과도한 탐욕에 의한 결정 또는 과거에 성공한 경험을 지나치게 맹신하여 잘못된 결정을 하는 경우에 주로 발생한다.
즉, 지금 당면한 일이 과거의 일과 비슷할 지라도 과거에는 과거만의 특정한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조건이 있었다. 특수한 환경하에서 특정한 일이 성공한 것인데 그러한 전제 조건을 무시하고 단지 현실의 상황을 과거의 경험에 대입하여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모두 도식(倒食)의 한 예라고 볼 수 있다.
과거의 성공은 과거의 특수한 환경하에서만 성공 할 수 있었던 것 뿐이고 그러한 논리가 시공을 초월하여 항상 통용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성공한 경험사례를 일반화 시키고 그러한 방식을 일생 동안 변함없이 적용할려고 한다. 불행의 씨앗은 이런 태도에서 싹튼다고 볼 수 있다. 과거의 성공은 과거일이고 지금 당면한 과제는 지금 끊임없는 학습과 더불어 상황에 맞게 합리적으로 새로운 방법을 창안해서 해결해야 한다. 구성의 오류는 이러한 참신한 논리체계의 빈곤에서 움튼다.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명리학의 도식(倒食)현상은 도처에서 나타나지만 특히 도식현상이 잘 나타나는 분야는 영업사원, 정치인, 사업가, 기술자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예를 들면 어떤 영업사원이 탁월한 판매실적을 내서 회사 매출의 대부분을 그의 실적이 차지한다고 할 때, 그 영업사원은 회사가 나를 먹여 살린다고 생각하지 않고 내가 회사를 먹여 살린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경우에 그 회사의 우수한 품질이라든가 그 회사의 지명도 때문에 매출이 상승한 경우가 더 많다. 이런 사실을 간과하고 그 영업사원의 욕심이 과도하게 팽창한 결과 퇴사해서 자기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폭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정치인의 경우에도 이런 현상이 많은데, 어떤 정치인이 한 곳에서 3선이나 4선을 해서 고정표가 많고 소속정당의 지지도 보다 자신의 지지도가 더 높게 나오는 경우에 그 정치인이 공천을 못받게 되면 탈당하여 상대당으로 가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하게 되는데, 결과는 거의 대분분 초라한 성적으로 낙선한다. 구성의 오류는 모두 현실에 대한 착각과 함께 자신을 과대평가한 결과다.
최근에 연예기획사 하이브(HYBE-방시혁, BTS소속사)와 그 자회사 어도어(ADOR-민희진)간의 법적 분쟁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 볼 수 있다. 민희진씨가 '뉴진스'라는 걸그룹을 육성하는데 상당한 공이 있는 것은 맞지만, 그것은 하이브라는 모회사의 네임밸류(Name-Value)나 자본 없이는 불가능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그러나, 민희진씨 입장에서는 본인이 거꾸로 별 볼일 없는 '어도어'라는 조그만 신생 회사가 자신의 아이디어와 노력의 결과로 성장했다고 볼 수도 있다.
누구 생각이 맞는지는 민희진씨가 모든 것을 버리고 혼자 허허벌판에 나가서 재기할 때 어느 정도 인정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이미 하이브와의 법적분쟁을 통한 노이즈마켓팅과 어도어에서 직접 뉴진스 육성이라는 그 경험을 한 결과이므로 완전히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의 성공은 아니다. 어느 경우에도 하이브와 어도어의 근무 경험이 상당한 자본이 된 결과라고 봐야 한다.
특정한 환경이나 조건하에서 성공한 것이 항상 통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구성의 오류이고 명리학에서는 식신봉효 또는 도식이라고 한다. 식신봉효나 도식이 생기는 원인은 '착각(Iiiusion)'에서 비롯된다. '착각'이란 사물이나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주관이 개입되어 현실을 잘 못 인식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것은 바로 겸손의 결여와 욕망의 과도함이 초래한 결과다. 그것이 도식이다. 도식(倒食)현상이란 말 그대로 해석하면 자신의 밥그릇을 엎어 버린다는 뜻이고, 자신의 일터를 망가뜨린다는 의미다. 민희진씨도 이번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훨씬 더 많은 부(富)를 얻고 명성도 얻었을 텐데 참으로 아타깝다. 이번 총선에서 자신을 과대평가하여 거대 여야정당을 탈당하여 출마한 이낙연, 홍영표, 이원욱, 조응천, 장예찬, 김영주 등 대부분의 사람들이 초라한 성적으로 낙선한 것도 도식 현상이다. 다소 굴욕이 있더라도 참고 있었으면 또 기회가 올텐데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