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대청소도 아닌데 마당 구석구석 정리하는 일로 하루를 보낸다.
고물과 잡동사니를 정리한 다음에 나뭇가지를 한쪽으로 쌓아두었다.
수거 업체에서 일정이 맞지 않아 아직 처리하지 못한 채 그대로 있다.
마냥 기다릴 수 없어 마당 앞쪽에 있던 화분을 옮기려고 개집 옆으로 터를 다듬었다.
이전에 있던 가마솥 밭침 돌로 경계석을 만들고 흙으로 편편하게 메꾸었다.
꽃밭에 쌓아 놓은 검불과 나뭇가지도 옮겼다.
벌써 10년쯤 방치되었던 화분이라 푸석푸석하게 갈라진다.
화분 재료와 받침대와 용기들을 다 옮긴 후 청소하니 한결 깔끔한 모습이 나왔다.
그러나 개집 앞은 화분으로 가득 차 있어 모양이 별로다.
어쨌든 눈앞에 보기 싫은 것들을 치우고 나니 마음은 한결 가볍다.
교회 사무실에 탁상을 옮겨놓고 이리저리 배치해 보아도 뾰쪽한 구도가 나오지 않는다.
원래 칸막이 공사를 계획했으나 영 어설퍼서 그냥 책장으로 공간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화분 정리로 시작된 일이 돌고 돌아 사무실과 텃밭 경계까지 두루두루 손을 보게 되었다.
고물을 수거해 가야 공간 정리를 할 텐데 다음 주로 미루어야 할 것 같다.
텃밭 경계도 다시 하고 닭장 앞 돼지감자밭도 정리해야 한다.
정자를 허무는 일이 아주 큰 골칫거리다.
지을 때보다 허물 때가 더 힘이 들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는 상황이 되었다.
하고 싶었던 것 해 보니 다 부질없어 결국 처음으로 돌아왔다.
온갖 과일나무를 심었다가 없앴고 닭장도 지었다가 부셨고 개집도 그랬다.
돌아보니 처음이 제일 좋아 보이는 것은 왜일까?
처음부터 들은 것이 너희 안에 거하면 너희가 아들의 안과 아버지의 안에 거하리라[요일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