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각하는 지인이 소치 허련선생의 그림을 새겼단다.
오륙개월 걸린 대작이다. 점 하나하나를 표현하기 위해 하나하나 나무를 도려내어 산을 만들어야 한단다. 문화후원비를 후원하고 한 점을 받았다.
표구를 못해 여러개월 묻어두었는데 드디어 액자를 만들어 공양간에 걸었다.
보살님왈, 그림 한 점이 분위기를 바꾼단다.
雪嶺層松[설령층송] 車天輅[차천로]
눈 덮인 산마루의 층층으로 우거진 소나무
千仞岡頭萬丈松[천인강두만장송] : 천길의 고개 마루에 우뚝 선 소나무
高低積雪壓重重[고저적설압중중] : 위와 아래에 눈이 쌓여 겹겹이 눌리고있네.
擎天偃盖盤銀鶴[경천언개반은학] : 하늘을 받들어 덮어 씌우니 은빛 학이 서리고
出壑長身倒玉龍[출학장신도옥룡] : 골짜기로 드러낸 긴 줄기엔 옥룡이 움직이네.
月照瓊林淸影散[월조경림청영산] : 달빛이 옥같은 숲을 비추어 맑은 그림자 흩어지고
風生瑤海怒濤洶[풍생요해노도흉] : 요해에 바람이 일듯 세차게 물결치고 용솟음치네.
歲寒獨立貞心在[세한독립정심재] : 세한에 홀로 서서 정절한 마음 간직하고
肯向靑春作冶容[긍향청춘작야용] : 푸른 봄을 즐기려 몸을 단련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