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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배산에서 가덕산 가는 길
여름날 오후, 새빨간 큰 소반에 새파란 수박을 올려놓고 잘 드는 칼로 자른다. 아, 이 또한 유
쾌한 일이 아니겠는가.(夏日于朱紅盤中,自拔快刀,切綠沉西瓜。不亦快哉!)
――― 김성탄(金聖嘆), 『유쾌한 한때 33절(不亦快哉三十三則)』중에서
▶ 산행일시 : 2013년 7월 27일(토), 맑음, 바람 한 점 없는 염천
▶ 산행인원 : 6명(드류, 더산, 상고대, 해마, 우보, 가은)
▶ 산행시간 : 10시간 03분
▶ 산행거리 : 도상 20.5㎞
▶ 갈 때 : 상봉역에서 경춘선 전철 타고 강촌역으로 가서, 강촌역에서 택시 타고 덕두원
리 덕두원교로 감(정액요금 : 10,000원)
▶ 올 때 : 춘천댐 앞 매운탕골 입구에서 택시 타고 남춘역으로 가서(미터기 요금 19,900
원), 경춘선 전철 타고 상봉역에 옴
▶ 시간별 구간
06 : 30 - 상봉역 출발
07 : 33 - 강촌역 도착
08 : 05 - 춘천시 서면 덕두원리(德斗院里) 덕두원교, 산행시작
08 : 23 - △219.3m봉
09 : 18 - 326m봉
09 : 55 - △387m봉, 구진대(九唇岱)
10 : 18 - 수레넘이고개
10 : 46 - 412m봉
11 : 18 - 516m봉
11 : 45 - 자작고개, 임도, △563.1m봉을 임도 따라 돌아 넘음
12 : 05 ~ 12 : 25 - 산모퉁이 임도에서 점심
12 : 40 - 임도 버리고 능선에 붙음
13 : 04 - 743m봉
13 : 25 - 780m봉
13 : 55 - 북배산(北培山, △867.0m)
14 : 52 - 가덕산(加德山, △858m)
16 : 08 - 임도 지나는 안부
16 : 25 - 삿갓봉(714m)
16 : 54 - ┣자 갈림길 안부, 직진은 춘천댐 4㎞, 오른쪽은 매운탕골 입구 1.6㎞
17 : 45 - 은혜기도원
18 : 08 - 춘천댐 앞 매운탕골 입구, 산행종료
1. 북배산에서 바라본 월봉산
▶ 구진대(九唇岱, △387m)
강촌역에서 택시 타고 덕두원천을 덕두원교로 건너고 바로 음식점 옆 너른 공터에서 산행채
비를 서두른다. 몇몇은 강촌역 근처의 편의점에서 사온 컵라면으로 아침식사를 때운다. 저렇
게 부실하게 먹고도 복더위 산행을 견딜 수 있을까 내일처럼 염려된다. 모름지기 단체산행에
서는 일행을 위해서도 든든하게 먹어주어야 한다. 음식점 삽살개는 아무리 복중이라 한들 왜
소한 나까지 잡아먹지는 않겠지 하는 믿음인지 짖지도 않고 우리들 하는 양을 느긋이 바라보
고 있다.
오른쪽 능선 끝자락까지 돌아가서 산릉에 붙고 싶지만 낙석방지 철조망이 거기까지 이어질
수 있겠다 싶어 음식점 뒤편 산기슭으로 다가가는데 음식점 아낙이 우리를 보더니 그리로는
갈 수 없다며 삼이웃이 떠들썩하도록 소리친다. 하도 성화여서 혹시 산약초라도 심어놓으셨
느냐고 묻자, 그런 게 아니고 길 없는 절벽이라 아주 위험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걱정 마시라
하고 씩씩하게 간다.
과연 지도 등고선에서 읽을 대로 가파르다. 누리장나무 무성한 숲을 구린내 나게 헤치자 잡석
이 부슬거리고 장마통에 질척이게 젖은 흙이라 미끄럽기까지 하다. 양손 오지(五指)를 피켈
삼아 풀뿌리 나무뿌리 움켜쥐며 긴다. 13분 걸린 그러나 무척이나 길게 느껴진 한 피치의 된
오름으로 능선 마루에 이르니 오른쪽 능선 끝자락에서 올라온 소로가 한갓지다.
숲길. 바람만 살랑살랑 불어준다면 더 바랄 게 없겠는데 후덥지근한 날씨에 바람 한 점 없다.
△286.5m봉. 삼각점에 ╋자 방위표시만 보인다. 살짝 내렸다가 326m봉 전위봉을 가파르고
길게 오른다. 때 이르게 여기서 녹아난다. 낙엽이 푹신푹신한 등로라 걷기가 매우 불편하다.
326m봉 전위봉 정상에서 너나없이 널브러진다. 목추길 겸 입산주로 냉탁주 식을라 어서 들
이킨다.
등로 주변에 영지버섯이 자주 보인다. 떼로 모여 있기도 하다. 이 영지버섯 때문에 그 아낙이
그리로 올라가지 말라고 소리쳤던 것은 아닐까 싶게 많다. 우보 님이던가? 영지버섯의 효능
을 물었는데 건성으로 대답했다. 두산백과의 설명을 보충한다. 만병통치의 효능이 있다.
“영지(靈芝)는 불로초(不老草)라고도 하며, 차(茶)로 마시면 건위와 건뇌, 강장, 강심, 이뇨, 해
독, 항균, 면역, 진해, 진통, 신경 쇠약, 불면증, 급만성 간염, 위궤양, 혈압 강하 등 다양한 증
상에 효과를 나타낸다. 특히 영지에 있는 다당체는 항암작용을 하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는데,
이것은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니고 인체의 면역력을 높여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
는 것으로 여겨진다. (…)
영지를 오래 복용하면 위장의 영양흡수 기능을 촉진하고 자양강장의 효과가 있으며, 진해, 거
담작용도 있다. 또한 간염 등을 예방하는 간 보호작용과 해독작용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위의 작용이 약한 사람이나 위산과다인 사람, 고혈압인 사람이나 저혈압인 사람이 영지를 복
용하면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아간다고 한다.”
온전한 노랑망태버섯도 본다. 우아하다. 이런 귀물을 보면 하루 종일 더 나아가 두고두고 기
분이 좋다. 326m봉은 미리 지도 읽어 오른쪽 사면으로 질러간다. 구진대 전위봉은 넓고 평평
한 초원이다. 잠깐 내렸다가 오르면 △387m봉, 구진대다. 삼각점은 춘천 311, 2005 복구. 구
진대가 무슨 볼거리라도 있을까 괜히 걸기대 했다. 다만 숲속인 것을.
춘천문화원의 지명유래에 따르면 이곳이 ‘구순대(九脣垈)’로 ‘깃대봉 밑에 있는 골짜기’라고
설명한다. 요령부득이다마는 더욱 가관인 것은 국토지리정보원은 ‘구순대’를 ‘구진대(九唇
岱)’로 표기하고 있다. ‘입술 脣’이 ‘놀라다’는 뜻의 ‘唇’과 비슷하기는 하다. 나는 국토지리정보
원이 잘못 적고 있다고 본다. 옛날 춘천의 관문이었다는 신연강(新延江, 新淵江,)나루만 해도
그렇다. 국토지리정보원은 ‘신영강’, ‘신영강나루’라고 적고 있다.
2. 참나리(Lilium lancifolium),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덕두원교 앞 음식점 화단에서
3. 참나리
4. 영지(靈芝, Ganoderma lucidum), 불로초과의 버섯. 한 곳에서 다 땄다
4-1. 노랑망태버섯
5. 구진대 가는 길
6. 구진대 전위봉
▶ 북배산(北培山, △867.0m), 가덕산(加德山, △858m)
수레너미고개를 조심스럽게 찾아간다. 서진(西進)이 아니라 북서진(北西進)이다. 구진대(하는
수 없이 ‘구진대’라고 한다) 내리고 두 번째 봉우리에서 북서로 꺾고 300m쯤 진행하다 정서
쪽으로 틀어 내리면 안부로 수레너미고개(車峴)다. 옛날 춘천 유수(留守)가 도임할 때 수레를
타고 넘었다고 한다. 고갯마루에 골바람이 분다. 모처럼 시원한 꼴 본다.
수레너미고개에는 봄내길로 석파령 너미길이라는 이정표가 있다. ‘봄내’는 춘천(春川)을 우리
말로 풀어 썼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수레길인 봄내길을 따라 북배산에 근접하고 싶은 유혹
이 없지 않았으나 거리와 소요시간이 확실하지 않아 군침만 삼킨다. 염천에 알바는 독약일
터. 412m봉을 다시 비지땀 찔찔 흘리며 오른다.
412m봉 정점은 찍지 않고 바로 오른쪽(북쪽)으로 꺾는다. 길 좋다. 긴 오르막 내친걸음으로
516m봉을 그대로 넘어버렸다. 마루금인 자작고개는 516m봉을 오르자마자 왼쪽(서쪽)으로
방향을 확 틀어야 한다. 그리로는 등로가 뚜렷하지 않고 숲속이라 목측할 수도 없다. 선두가
후미 된다. 지도상으로는 야트막하지만 걸음으로 힘든 봉우리 두 개 넘고 임도 삼거리인 자작
고개다.
오른쪽 산허리 감는 임도는 약간 구불대지만 준봉으로 보이는 △563.1m봉을 돌아 넘는다. 우
리는 만장일치로 쌍수 들어 임도로 간다. 산모롱이 골짜기 흐르는 물이 차다. 낯 씻고 식수로
보충한다. 산 그늘진 산모퉁이에서 점심밥 먹는다. 맛은 사치다. 그저 찬물에 말아 어쨌든 목
으로 넘기는 것이 상책이자 일거양득이다.
임도를 왼쪽 산허리로 보내고 능선 마루금 잡아 743m봉을 오른다. 완만한 오르막 풀숲 길이
다. 오늘은 하루살이, 날파리떼와 숫제 전쟁을 벌인다. 잎 성한 싸리나무 가지를 꺾어 한 손에
들고 연신 얼굴을 훔치며 간다. 잠시라도 멈추면 날파리인지 귀, 눈, 코, 입으로 막 파고들어
성가시다. 팔심이 부칠 지경이다.
743m봉에 오르자 북배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등로 옆 너른 초원이 보기에 좋아서도 누비며
간다. 더산 님이 있음에야. 산행 후 생더덕주 마실 즐거움에 780m봉을 거뜬하게 오른다. 등로
는 한층 탄탄해졌다. 통신기지 지나고 몽가북계 주릉의 방화선에 든다. 이윽고 북배산 정상이
다. 삼각점은 2등 삼각점이다. 춘천 23, 2003 재설. 산 이름의 유래는 알 수 없고 다만 가평읍
의 북쪽에 위치하여 북배산(北培山)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으로 짐작한단다.
햇볕을 가릴 데가 없다. 북배산 정상 표지석에 둘러서서 얼른 기념사진 찍고 물러난다. 몽덕
산 너머로 방화선은 이어지지만 우리는 가덕산까지만 방화선으로 간다. 풀숲 길. 직사하는 땡
볕을 그대로 이고 간다. 얼굴을 풀숲에 묻히는 것이 마치 숯불에 바짝 대는 듯한 후끈한 열기
를 느낀다. 키 넘는 풀숲도 헤친다. 팔뚝은 억새 잎의 날카로운 거치(鋸齒)에 쓸리고 베인다.
산딸기나무가시 또한 땀에 젖은 옷이 찰싹 달라붙은 데를 골라 사정없이 할퀸다. 이래저래 여
름철에는 지나기 고약한 방화선이다.
햇볕을 가릴 데가 없어 한달음으로 간다. 두 번째 ┫자 갈림길 안부인 전명골재에서 바닥치고
오르막이다. 아예 풀숲에 묻혀서 간다. 이슥하여 풀숲에 빠져나오니 ├자 삿갓봉 갈림길인 헬
기장이다. 가덕산 정상은 이 헬기장에서 조금 더 가야 한다. 조망이 없지만 다니러간다. 북배
산에서 가덕산까지 2.6㎞. 줄곧 풀숲을 양팔로 헤쳐 나아가야 했다. 더산 님의 소요시간은 43
분. 대단한 기록이다.
7. 각시원추리(Hemerocallis dumortieri)
8. 임도, 자작고개에서 △563.1m봉을 임도로 돌아 넘었다
9. 북배산에서 바라본 계관산 지나 삼악산 가는 길. 삼악산이 흐릿하게 보인다
10. 더산 님, 북배산 정상에서
11. 북배산 정상에서, 왼쪽부터 더산, 해마, 상고대, 우보, 가은
12. 북배산에서 가덕산 가는 길
13. 가덕산 자락
14. 우보 님
▶ 삿갓봉(714m)
엊그제 수요일 관악산 야등에서 선바위 님이 삿갓봉 가는 길도 방화선이라고 해서 은근히 쫄
았는데 그게 아니다. 키 큰 나무숲길이다. 왼쪽 사면은 도립춘천수렵장이다. 마루금을 경계로
철조망을 쳤다. 철조망을 따라간다. 661m봉 내리고 잔봉우리를 숱하게 오르내린다. 저기가
삿갓봉 정상일까 하고 가보면 더 높은 봉우리가 막고 있다.
봉봉 오르내리기가 지겹기도 하거니와 하산시간이 너무 이르다 핑계하여 해찰 부린다. 비스
듬한 철조망을 해먹 삼아 누워도 보고, 사면 쓸어 풀숲을 헤치기도 한다. 그런 중 망외의 소득
이 있어 이따 마실 생더덕주를 더덕즙으로 업그레이드 한다. 임도로 내리고 맨땅 드러난 방화
선 길로 한 피치 오르면 삿갓봉 정상이다.
삿갓봉. 정점에는 무인산불감시시스템이 있고 그 아래에 데크 전망대를 설치하였다. 박무로
조망이 썩 좋지 못하다. 삿갓봉에서 오른쪽(동쪽)으로 내리는 능선이 직진하여 춘천댐 쪽으로
내리는 능선보다 더 실하다. 아쉬운 눈으로만 얼핏 넘는다.
우보 님이 탈났다. 내릴 때면 왼쪽 무릎의 연골이 찢어질 듯이 아프다고 한다. 여기 오기까지
나는 듯하여 오지산행에 또 한 사람의 준족이 탄생했다고 기뻐했는데 옥에 티다.
삿갓봉을 가파른 계단 내림 길로 뚝뚝 떨어진다. 당초부터 능선을 타고 458m봉을 넘어 춘천
댐으로 가려고 하지 않았다. 매운탕골로 내리려고 작정했다. 알탕에 혹했으므로. 골골을 엿보
며 간다. 얕은 안부. 왼쪽 사면의 수렵장을 지나 하납실로 내리는 길이 가깝지만 우보 님 달래
나지막한 봉우리 넘어 ├자 갈림길인 안부로 내린다. 이정표에 직진은 춘천댐 4㎞, 오른쪽은
매운탕골 입구 1.6㎞. 매운탕골로 간다. 삿갓봉을 오르내리는 주등로이기도 하다.
곧 계류 흐르는 물소리부터 시원하다. 계류는 골골이 합류하여 우당탕탕 흐른다. 그러나 꾹꾹
눌러 참으며 큰길이 가깝도록 내린다. 더구나 등로에는 아무 등산객들도 오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등로 옆 와폭 아래 아마 선녀탕일 소(沼)를 찾아냈다. 물이 차다. 한 번의 자맥질로 소
름이 돋도록 차다. 그만 뛰쳐나오고 만다.
은혜기도원 지나고, 매운탕골은 옛말이다. 매운탕 집들은 흉가로 변했다. 주차장은 잡초가 무
성하고 집집마다 거미줄과 풀숲으로 뒤덮였다.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건 골 입구의 두 집이
다. 수족관의 향어와 송어가 살판나서 유유하다. 우리가 춘천댐 앞 매운탕골 입구에 다다르자
진작 불렀던 택시가 때마침 도착한다. 남춘천역 근처 목욕탕에 들려 그 옆 ‘숯불구이 닭갈
비’집으로 가기로 한다. 안전산행을 자축하는 하이파이브는 목욕탕에서 한다.
15. 가운데 멀리가 춘천시내 봉의산(鳳儀山, 301.5m), 삿갓봉 가기 전 임도에서
16. 북배산, 삿갓봉에서
17. 삿갓봉 내림 길
18. 삿갓봉 내리다가 올려다본 계단 길
19. 매운탕골로 가는 계류
20.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산행로(노란선)
첫댓글 따끈따끈한 날씨 속에 방화선도 찾느라 고생들 많으셨습니다^^
산행 사진 잘 보았습니다.
편안한 주말이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