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동47&8 산행동우회 소식지 (제67호)
2010년 06월 24일 발행
제목 제77차 산행 (과천 청계산)
4년에 한번씩 찾아오는 월드컵 축구경기가 국민 다수를 들뜨게 하는 6월이군요.
사람들은 왜 그토록 스포츠에 열중하고 승리에 열광하는 걸까요?
어쨌든 많은 국민들의 열망과 온 나라가 스포츠공화국이라도 된 듯 TV도 신문도 온통 축구기사로 도배질을 하는 이상 열기에 보답을 한 것일까, 남아공으로 날아간 우리 대표선수들은 아슬아슬한 위기도 있었으나 나이지리아와 무승부를 이루고 그토록 열망하던 월드컵 16강의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아마도 인간의 공격성과 자기동일시를 스포츠만큼 여실히 드러내는 분야도 없을 테지만 대중은 이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정치가는 이를 이용하여 분열된 민심을 자기네 편으로 끌어들이고자 고도의 책략을 동원하고 기업은 이와 연관지어 스포츠 특수를 누리고자 갖가지 마케팅 수법을 쓰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일찍이 군중동원과 선동정치로 정권을 잡은 히틀러가 올림픽에 정치 군사적인 색깔을 입혀 독일을 세계 2차대전으로 이끌어간 나치당의 스포츠 정치학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가깝게는 박정권의 스포츠 중흥책이나 5공시절 국민의 정치에의 관심을 돌리고자 프로스포츠를 활성화시킨 예 역시 우리가 잘 아는 역사적 사례입니다.
정치적인 이용사례는 아니라 해도 흐트러진 민심을 추스르고 하나로 통합하는 사례로 한때 IMF라는 된서리로 시름시름 앓고 있던 이 나라에 유일한 위안거리가 하나 있었지요. 바로 메이저리거 박찬호였습니다. 그가 몰아친 역투는 마치 모르핀이라도 되는 듯 신음하던 국민의 마음에 위안을 가져다 주었고 그가 등판하는 날이면 온 국민이 TV앞에 모여 앉아 응원했고 그의 강속구에 삼진아웃 당하는 타자들을 보면서 암울했던 현실의 카타르시스를 맛보곤 했습니다.
이처럼 스포츠는 그 본래의 영역을 초월하여 국민통합이나 사회적 갈등을 무마하는 모르핀과도 같은 뛰어난 효능을 발휘하는 탓에 늘 정치적 영역으로 전환될 수 있는 무서운 위력이 있다는 것만은 명심해야 하겠지요.
월드컵의 열기 탓인가, 금년 6월은 분단의 비극을 낳은 6.25전쟁 발발 60년을 맞는 달로 한국전쟁의 뼈아픈 상흔을 다시금 되새기고 인간의 존엄을 말살하는 전쟁의 참혹함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마땅함에도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스포츠에 가려 빛이 바랜 형국입니다. 불과 몇 달 전 백령도 해상에서의 천안함 피격사건이란 쇼크를 당하고도 이토록 쉽사리 망각의 늪 속으로 빠져드는 오늘의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느껴지는 건 나만의 불필요한 우려는 아니겠지요.
어디 그뿐일까요. 지난 6월초의 지방선거는 집권여당에게 충격과도 같은 패배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집권 2년반을 넘긴 현 정권으로서는 4대강사업은 물론이요, 집권당 내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세종시 문제 등 어느 것 하나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난제에 부닥친 셈입니다.
세상 만물은 그 생김새부터가 크고 작고 두껍고 얇고 강하고 약한 차이가 있듯이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은 누구든 동일한 생각을 가질 수는 없는 것이 당연할진대 그 차이를 인정하고 공통점을 찾아 합의를 이루는 방법은 없는 것인지 참으로 답답한 생각이 듭니다.
여기쯤에서 한번 우리네 지도자 집단은 어빙 제니스(Irving Janis)가 지적한 집단사고(Groupthink)에 빠지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는 것도 현실을 타개하는 좋은 방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흔히 집단사고라 함은 응집력 있는 집단의 조직원이 갈등을 최소화하여 의견의 일치를 유도하고 비판적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을 뜻합니다. 제니스는, 응집력이 높은 집단에 소속된 사람들은 만장일치를 위해 노력하고 타인이 내놓은 생각을 배척하려 노력하는 일종의 상태라고 규정했지요.
이들은 외부의 의견을 차단하고 자기들이 편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려고 애씁니다. 또한 이 사고에 빠지면 반대의견을 가진 자를 바보로 매도하거나 조직 내의 비동조자를 당황하게 만들어 반대의견을 봉쇄함으로써 불합리한 결정을 내리기 쉽다고 주장했습니다. 대표적 집단사고로 인한 실패사례로 그는 미국의 케네디정권이 벌인 쿠바 피그스만 침공 실패사례를 들었습니다.
케네디 행정부는 미 역사상 가장 우수한 두뇌집단으로 조직되었지만 이들은 비슷한 정치성향을 가진 사람들로 쉽게 말해 한 마디 하면 열 마디를 이해하는, 소위 코드가 맞은 사람들로, 눈엣가시인 쿠바 카스트로 혁명정권을 붕괴시키는 목표에 집착했지요. 침공계획을 논하는 회의에서 그들은 침공목표에 걸림돌이 될만한 발언은 일체 하지 않았고 1961년 미국은 쿠바 망명자 1500명을 훈련시켜 피그만에 상륙시킵니다. 이들이 민중을 선동하여 봉기를 일으키면 혁명정권은 하루아침에 무너질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지요. 허나 몰래 침투한 망명자들의 선동에 민중은 전혀 동조하지 않았고 침략자들은 이틀만에 완전히 궤멸되는 참담하고 뼈아픈 실패를 맛보게 됩니다.
이 사건 이후 케네디는 토론형식을 바꿔 찬성과 반대의 치열한 논쟁을 거쳐 정책을 결정하는 지도자로 거듭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혹여 우리네 두뇌집단도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른 대안에 대한 충분한 분석이나 토론 없이 쉽게 합의를 이루려는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이켜 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답답한 우리네 정치현실을 보면서 푸념이 너무 길어졌나 봅니다.
지난 6월초순의 산행은 양수리 부용산을 다녀왔습니다. 완만한 산길을 참석한 모든 회원이 즐거운 마음으로 웃고 떠들면서 서너 시간의 산행을 즐기고 가까운 음식점에서 뒤풀이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여름날씨로 7월초의 산행은 가까운 청계산을 오를까 합니다. 등산코스는 과천 대공원역에서 출발하여 과천매봉, 전망대, 이수봉을 거치고 철쭉능선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걸어 옛골로 하산할 예정입니다.
많은 친구들의 참석을 기대합니다.
제76차 산행 참석자 <권병찬, 김영민, 김영석, 나순연, 박용배, 손경준, 이영구, 전종옥, 한기백, 한태식, 황교섭, 황순호, 황영숙, 황인환 외 1명.>
.회비 지출 내역
첫댓글 오늘도 모두가 즐거운 시간 되었으면.... 청계산에서 만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