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因緣)
송학 김 시 종
봄인가 싶더니 어느새 초여름이다. 요즘 날씨는 봄과 여름을 구분하기가 혼란스럽기도 하다. 화사한 봄날에 돌풍과 천둥소리가 나면 비를 동반한 우박이 포탄이 터지듯 쏟아진다. 콩알보다 더 큰 우박은 들녘에 자란 농작물의 꽃과 잎사귀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 대기층이 고르지 못한 상태에서 냉기류를 만나 우박이 형성되는 듯하다. 농사도 절후에 따라 재배를 하지만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에는 대처 방법이 없는 듯했다.
우리 집 앞뜰에는 자연석에 블리스타운이라는 표지석을 세운 자연석 돌이 수문장처럼 아파트 단지를 지키고 있다. 표지석을 중심으로 화단 울타리의 석축 사이마다 철쭉꽃과 영산홍이 아름다운 색으로 몸단장이 절정이다. 햇살을 받은 땅 장미와 덩굴장미가 어우러져 5월의 여왕처럼 가지마다 꽃이 활짝 피어 바람결에 출렁거리며 꽃잎이 한잎 두잎씩 휘날리고 있다.
5월은 장미의 계절이라 하더니 분홍색의 땅 장미와 붉디붉은 덩굴장미가 영산홍과 함께 어우러진 형상(形狀)이 한 폭의 정물화처럼 아름답기도 했다.
덩굴장미꽃과 영산홍은 제각각 독특한 컬러로 5월을 대변하듯 봄을 만끽 즐기고 있다. 올해는 영산홍이나 덩굴장미꽃의 색상이 유난히 밝고 고우며 아름답게 피었다. 해마다 피고 지는 꽃이지만 그 색상이 너무 곱게 피어 봄의 정취를 강렬하게 풍기는 듯했다. 영산홍의 빛깔이 곱고 예쁘게 핀 것은 지난가을과 올해 초봄에 영양이 듬뿍 담긴 거름 덕분이 아닌가 싶다. 정원의 석축 사이마다 조경수로 심어둔 영산홍이 연분홍의 색감으로 물들어지면서 몸치장을 하니 길손들의 발걸음을 잠시나마 멈추게 하고 있다.
전후 세대는 자연석과 꽃을 배경 삼아 추억 만들기 사진을 촬영했으면 좋겠다고 감탄하기도 한다. 젊은이는 영산홍과 덩굴장미꽃 속에 파묻혀 사진 촬영 장소로 제공되기도 하였다. 사람이 살면서 보잘것없는 꽃나무라도 물을 주고 거름을 주며 가꾸다 보면 사람에게 즐거움과 유쾌한 기분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부모 형제자매나 친구로서 연인들과의 인연을 맺는 것도 귀중한 일이다. 그러나 말 못 하는 자연과 호흡을 같이하며 인연을 맺을 수 있다면 자연의 순수함이 그윽한 꽃향기로 옥타브(octave) 되어 인간의 심성을 더욱 감미롭게 할 것 같았다.
우리네 인생사에 누구와도 인연을 맺는다는 것은 소중한 일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것은 인연이요 또는 필연적이라 하기도 한다. 그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인연을 맺는 것은 소중하면서도 기이(奇異)한 일이다. 우리의 소중한 인연이 무관심 속에 소홀히 지내고 있지 않은지 한 번쯤 돌이켜 볼 마음의 여유가 필요할 때가 있다.
전생에 선한 인연으로 태어났다면 현세에서도 좋은 인연을 만날 것이며, 악한 인연을 맺고 출생했다면 악연의 갈피에서 몸부림치게 되리라 예상된다. 그러나 악연을 선연(善緣)으로 풀어 줄 수 있다면 악연의 업이 사해진다고 하니 사람은 누구나 선량하며 착하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맹자는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선하고 착하게 태어난다고 하여 성선설을 주장하였다.
부모가 자식을 생산하고 키우는 것은 보통 인연이 아니다. 자식이 성장하여 성인이 되고 혼기가 찬 남녀가 결합하여 한 가정을 꾸미는 것도 천생연분처럼 긴요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불가(佛家)에서는 인간의 삶도 인연 따라 살다 보면 인생살이가 향기롭고 보람 있는 삶의 발자취가 아닌 가 했다.
약력
대구 출생, 수필가, 사진작가
2010년 한국 경찰 문학, 2011년 영남 문학 수필 등단.
대구 문인협회원, k 펜 문학회원, 대구수필가협회 이사, 신한국 운동본부 인성 대학원 이사, 영축문학 회원, 대구 북구 문인협회, 한국 경찰 문학회 대구 경북 지회장.
*제50회 한민족 통일 문예 대축전 공모전 수상, 송암 문학상, 한국 예술인 복지재단 “디딤돌” 창작 기금 수혜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