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영화관에 갔더니 허걱, 관람료가 15,000원.
있는 포인트 다 쓰니 11,000원.
그동안 영화관람료가 참 많이도 올랐네요.
좋아하는 두 배우가 모두 나온다기에 영화관에서 보면 좋겠다 싶어서 달려 갔습니다.
영화 초반은 좀 지루하더군요. 영화에 쭉 빨려들어가기가 쉽지 않았지요.
그러다, 소현 세자가 죽고나서 영화는 빠르게 전개되었어요.
영화는 미스터리한 역사적 사실에 영화적 상상력을 버무려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리고 있어요.
맹인침술사 경수는 낮에는 보이지 않지만 밤이 되면 희미하게 앞을 볼 수 있는데
영화는 이러한 주맹증을 낮보다 야간 시력이 좋은 야행성 조류 올빼미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제목 올빼미는 밤에 먹이를 사냥하는 올빼미처럼 하룻밤 동안 벌어지는 사건을 암시하기도 하는데
이 제목 때문에 영화에 대한 궁금증이 높았던 건 사실이었어요.
인조 역을 맡은 유해진은 인조의 성정을 잘 표현하고 있기는 한데
유해진의 이미지가 자꾸 떠올라 영화에 대한 몰입감은 좀 덜하더라구요.
결국 새로운 세상, 세력에 대해 인정하지 못하는 인조와
새로운 세상, 새로운 세력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소현세자 간의 갈등이
소현세자와 그 일가족들을 모조리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거죠.
영화를 보고나서, 인조에 대해 자료를 좀 찾아보았어요.
그랬더니 인조는 참....그릇이 작아도 한참 작은, 간장종지 같은 사람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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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는 본국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 병을 얻었고 병이 난 지 수일 만에 죽었는데,
온 몸이 전부 검은 빛이었고 이목구비의 일곱 구멍에서는 모두 선혈(鮮血)이 흘러나오므로,
검은 멱목(幎目)으로 그 얼굴 반쪽만 덮어 놓았으나, 곁에 있는 사람도 그 얼굴 빛을 분변 할 수 없어서 마치 약물(藥物)에 중독되어 죽은 사람과 같았다.
- 인조실록 23년 6월 27일
<인조>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
조선시대에 서울 사람들이 위세 높은 종로의 육의전 상인에게 봉변을 당하면 대꾸조차 못하다가 한강 변에 있는 난전 상인들에게 가면 기세 높여 큰 소리를 쳤다는 일화에서 나온 말이다. 그런데 조선의 16대 국왕 인조야말로 이런 경우에 안성맞춤의 인물이 아닌가 싶다. 병자호란의 패배로 삼전도에서 치욕적인 항복예식을 행하고 나서 평생 청나라에 앙심을 품었지만 언감생심 대들 생각조차 못하고 그 울분을 애꿎게 볼모로 끌려갔다가 돌아온 장남 소현세자 부부에게 쏟아냈으니 말이다.
인조는 조선의 정의구현을 부르짖으며 쿠데타에 성공하고 보위에 올랐지만 전임 광해군의 민활한 외교 센스는커녕 정치력 자체가 부족한 인물이었다. 여기에 즉위 초기부터 공신이었던 이괄의 난으로 비롯된 공포심에 항전의 실패로 인한 수치심과 용렬함이 더해지니 가히 최악의 군주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청 태종의 아량으로 간신히 보위는 지켰지만 재위 내내 호란의 트라우마에 젖어있던 인조는 발전된 청나라의 신문물을 받아들임으로써 피폐해진 조선을 신장개업하려 했던 소현세자의 꿈을 냉정하게 짓밟음으로써 변화의 문턱에 서 있던 조선을 퇴보하게 했다는 혐의를 회피할 수 없다.
무릇 한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라면 대국적인 시각으로 국제정세를 살피면서 효과적으로 국정을 견인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인조는 재조지은(再造之恩, 나라를 다시 살려준 은혜)에 얽매인 서인정권의 무책임한 논리에 경도되어 강성한 후금과의 외교적 마찰을 자초했다. 그 결과 조선의 백성들은 임진왜란의 후유증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또 다시 참혹한 시련의 구렁텅이에 빠져들고 말았다. <다음에서 발췌함>
첫댓글 청에서 인조에게 자주 협박했다죠. 너 말고 소현세자를 왕으로 세우겠노라고.
둘의 대결구도를 만들어 손쉽게 이용해 먹으려는 속셈이었겠지요.
지금은 역사에 어떻게 남을까요.
소현세자가 귀국했을 때 그렇게 반기더니만, 중간 과정은 약간 생략된 채
인조의 사주로 세자가 죽음을 맞이했다, 이렇게 전개되더라구요.
권력 다툼은 부자 지간에도 치열했구나, 권력자는 아들이고 며느리고 손자고 다 내치는구나.
어쩌면 옛날 사람들이 더 무서울 수도 있겠네, 하는 생각도 좀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