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초광시(一秒光時)의 인생
" 아니 ~ 당신은 또 우산도 쓰지 않았구만 ~~~ 아홉살 손자보다도 못한 철부지인지 내 원 참 ~~~" 오후부터 내리는 비를 홀딱 맞고 현관에 들어서는 남편을 향한 아내의 한마디이다. 아침에 산행을 하러 나서는 이 노객(老客)의 배낭에 우산을 넣어준 자신이 그저 답답한 모습이다. 삿갓을 쓰고 헤여진 무명옷 두루마기와 바지를 입고 삼천리 방방곡곡을 헤매는 초라한 김삿갓이 아닌 최삿갓 모습이 아닐까. 비가오면 비를 맞고 눈이 퍼부어도 온몸이 바로 우산이며 비옷인 셈이다. 땡전 한닢도 없이 짚신 서너개를 둘러매고 이곳 저곳 주막을 기웃거리며 한잔술에 넋두리를 하는 방랑객 모습일 터이다. 유명 메이커의 방수등산복을 걸쳤으나 온몸은 빗물로 쩔은 상태이다. 2021년 3월 27일(토) 오전 10시 17분에 7호선 전철을 타고 용마산역 2번출구로 나선다. 30여년전에 열대여섯명으로 출발한 고교동기들의 정기산행일이다. 해마다 3월이면 처음 산행을 시작하는 시산제(始山祭)가 아닌 산행감사제(山行感謝祭)를 갖기도 한다. 산행을 할 수 있음에 감사 축하연을 하는 날이다. 하늘나라로 먼저 훌쩍 떠나간 친구도 있다. 고혈압 당뇨 퇴행성무릎관절증 심근경색 전립선 비대증 파킨슨증후군 위암 대장암등등 한마디로 종합병원의 집합체가 아닌가. 이런 저런 이유로 참석불가는 물론이며 그토록 즐기던 한잔술도 바다건너 불구경 신세이다. 지금은 팔십세에 접어든 1940년대 초중반에 태여난 노객들이다. 오늘 산행의 동행자는 언제나 그러하듯 네명뿐이다. 행선지는 왕복으로 기껏해야 3Km 정도인 용마산(해발 348m)이다. 한시간 반이면 가볍게 혼자 수없이 오르내리던 곳이다. " 오늘 비도 내린다고 하는 이런 날은 바위산은 오면 안되는 거야, 그러니 정상(頂上)은 생략하는 게 좋겠다, 이 산행대장 놈아 ! " 최근에 수시로 들어야 하는 충고아닌 푸념이다. 용마산폭포공원을 스쳐지나 어린이 놀이터를 거쳐 용마산정(龍馬山亭)에서 정상으로 향할 생각이다. 남쪽 바로 앞에는 바보 온달장군과 평강공주의 애닲은 사랑의 이야기가 숨쉬고 있는 아차산(峨嵯山 295.7m)이다. 조선시대에는 용마산 망우산 봉화산도 모두 아차산에 속하고 있는 태백산맥의 끝우머리로 광주산맥인 곳이다. 서울 한강을 중심으로 동쪽에는 예봉산 검단산 남쪽에는 남한산성 대모산 구룡산 서쪽으로는 청계산 관악산 가운데 남산 인왕산 북악산 북쪽으로는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망우산 용마산 아차산이 서울분지를 아우르고 있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강남에는 대모산(293m)과 구룡산(306m)이 강북으로는 아차산(295.7m)과 용마산(348m)이 서로 쌍벽으로 이마를 맞대고 있는 형국이다. 자식들이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입학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학군(學群) 문제로 강남에 살아야 하는 시절이다. 그 당시에는 대모산과 구룡산을 아침이면 찾던 산이다. 그 이후로 광진구 강변역 근처로 이주하고는 아차산과 용마산을 오르내리곤 하던 필수코스이다. 약사회장을 한답시고 새벽까지 술에 쩔에 헤매던 시절도 있다. 표준체중 보다 10Kg 정도 과체중으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부정맥 바로 성인병의 주인공이다. 손목에 맥박을 잡아보니 부정맥 증상이 나타나는 게 아닌가. " 약사님 약을 복용해야 됩니다 " 약국 건너편 내과에서 진료를 받은 후에 의사의 간곡한 당부의 목소리가 아직도 가슴을 울리고 있다. 그 당시 40대 후반일 때이다. 밤낮으로 영양가 없는 삶에 허덕임에 정신이 번쩍 드는 순간이기도 하다. 약사가 약을 마다하고 새벽과 낮시간에 아차산 용마산을 두번씩 뛰다시피 오르내린다. 불쑥 튀여나온 뱃살과 체중을 줄이기 위함이다. 동문회에 참석을 해도 육식과 술을 멀리하고 채식 위주로 위(胃)를 달랜다. " 너는 왜 식사를 그리 하고 있는 거냐 당뇨라도 걸린거 아닌가 ?" 내 모습을 보는 선배님의 의아심스런 한마디도 듣는다. 드디어 6개월만에 10Kg 정도의 체중을 감량을 한다. 혈압 당뇨 고지혈증등 모든 증상이 사라진 것이다. 떡 본김에 제사지낸다는 속담이 있듯이 내친 걸음을 하늘로 치솟으면 어떨까. 재학시절에는 약학(藥學)이 무슨 학문이고 약사(藥師)는 어떤 직업인가. 나와는 상관없는 관심 밖의 존재이다. " 선배님은 언제든지 오시면 됩니다 " 성균관대학교 임상약학대학원 원장인 10여년 후배의 격려의 한마디이다. 임상약학대학원이 신설된 초창기 때 일이다. 후배들이 교수이고 각 약대 출신들이 30대의 어린(?) 학생들이 동기가 된 셈이다. 2년동안 내 딴에는 열심히 시험공부도 해야 한다. 후배들 얼굴에 먹칠만은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대로 학점을 제대로 취득하고 졸업식장에는 아내도 참석을 한다. 환한 모습으로 기념 촬영도 앨범에 담겨있다. 50대에 들어서서야 내 자신도 스스로 자화자찬을 해도 부족함이 없지 않을 터이다. 오늘 찾은 용마산을 비롯하여 아차산 대모산 구룡산 네 곳이 내 삶의 꿈과 굴곡이 서려있는 강남북의 4형제봉이라고 하면 어떨까. 비는 계속 추적추적 내리고 출출해진 속을 달래려고 용마산정(山亭)에 자리를 잡는다. 포도주에 안주는 모시떡과 땅콩 초코렛이 빈속을 달래주고 있다. 정상까지 0.35Km로 바로 코앞이다. 한 녀석은 뒤에서 엉기고 세명만이 348M 숫자가 새겨진 정상 바위에 올라선다. 이곳에 오르면 언제나 서울시내 모두가 한눈에 들어오고 북한산 예봉산 남산 대모산 구룡산 모두가 발아래에 밟히곤 있다. 비구름에 젖어 있는 오늘은 서울시내 전망은 그저 희뿌연 모습뿐으로 답답한 모습뿐이다. " 산에는 아기 장수 전설이 전해지는 데, 삼국시대에는 장사가 태여나면 가족을 모두 역적으로 몰아 죽이는 때가 있었다고 한다. 백제와 고구려의 경계였던 이곳에서 장사가 될 재목의 아기가 태여났는데 걱정하던 부모가 아기를 죽였버렸으며 그 뒤 용마봉에서 용마기 나와 다른 곳으로 날아간데서 용마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라는 용마봉에 대한 설명 게시물도 오를 때마다 읊어 본다. 건너편 남쪽에 있는 구룡산에도 용(龍)에 대한 전설이 있다. 용(龍)은 예전부터 근접키 어려운 상상의 존재이지만 실생활과는 이처럼 밀접한 인연을 가지고도 있다." 高句麗氣像 " 글귀가 새겨진 표지석과 바람에 휘날리는 태극기도 마음에 새긴다. 산에는 진달래꽃 개나리꽃들이 군락을 이루며 산객(山客)들을 반기고 있는 모습이다. 비바람에 시원스레 불어오는 산소탱크를 심호흡으로 가슴 깊숙히 채워 넣는다. 밑에서 기다리고 있는 친구의 볼멘 소리가 폰에서 귀청을 때린다. 서두를 수 밖에 없다. " 어디로 가야 하나 구름같은 내 인생 바람이 부는대로 흘러가네 ~~~산 위에 올라보면 하늘은 더 높듯이 갈수록 멀어지는 나의 꿈들 아~ 아 ~ 이것이 인생이란 말인가 ~~ " , " 가슴을 툭 터 놓고 어디 한번 말해 봐요 ~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 그 누가 말했던가 산다는 것이 끝없는 방황이라고 그래서 인생은 연극이요 그래서 사랑은 예술이요 고로해서 사는거야 " , " ~~~ 언제 한번 가슴을 열고 소리내여 소리내여 울어 볼 날이 남자라는 이유로 묻어두고 지낸 그 세월이 너무 길었어 ~~~ " 비에 젖은 바위길을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며 터져나오는 산행의 기쁨을 거푸 노래로 목청껏 화답을 한다. 그래도 불편한 육체를 뒤뚱거리며 포기하지 않고 따라오고 있는 친구가 대견하기도 하다. " 너도 내 나이가 되어 봐라 이놈아 ~ " 10여년 전부터 부르짖곤 하던 한마디를 지금도 되풀이 하고 있다. " 야 ~ 막내야 ~ 주민증을 까봐 " 1940년대에 태여난 동기들이 도토리 키재기 하듯 생년월일을 반복해서 들추곤 한다. 누가 형놈이고 어느 녀석이 막내님인지 그토록 알고 싶은 노객(老客)들의 망언망동(妄言妄動)이 아닐까. 한시간 삼십분이면 족할 용마산행을 다섯시간이 넘도록 이토록 무엇을 한 것인가. 인간일세여몽중(人間一世如夢中)이며 인생백세(人生百歲)라고한들 인간의 삶은 일초광시(一秒光時)가 아니더냐. 세월은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블랙홀 같은 미혹(迷惑)이렸다. 어느새 오후 세시가 넘어서니 지치고 출출한 속내을 달래야 할 시간이다. 사가정역 근처에 면목시장을 훑으며 여기 저기를 기웃거리며 눈쇼핑을 한다. 마지막 들어서는 곳은 언제나 그러하듯이 바로 그곳이다. " 친구야 우리 우정의 잔을 높이 들어 건배를 하자 건배 건배 건배 완샷 !!! " 짜릿한 알코올의 목넘김이 삶의 모든 시름 걱정을 한잔술로 흘려 보내곤 한다. 우리들의 인생찬가를 부를 시간은 얼마이던가. " 앞으로 겨우 30년 3개월 3주 3일 3시간이 남았을 뿐이야 " 한잔술에 넋을 놓고 읊퍼대는 넋두리는 아니리라.
2021년 3월 27일 무 무 최 정 남
이곳을 보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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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접종을 받으며
오늘 2021년 3월 26일(금) 오전 10시경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마포구 보건소에서 접종을 받았다. 3월초에 연세한강병원 의사 간호사 그리고 모든 직원들이 예방접종을 자체 병원에서 받은 것이다. 연세한강병원 약제실에 근무하는 약사 이 어르신은 고령(高齡) 이라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유보된 상태였으니 어찌 할 수가 없지 않는가. 그렇다고 백신 선택은 더 더욱 여지가 없으니 그저 기다림밖에 방법이 없다. 최근에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고령자에게 접종해도 된다는 국가 지침으로 오늘에야 맞은 것이다. 접종후에 전철에 몸을 싣고 병원으로 출군을 한다. 마약을 비롯한 모든 의약품을 주문 관리는 물론이며 환자퇴원약을 조제하며 수술실 병동 외래등에 의약품의 불출을 도맡아 하는 일이다. 퇴근시간이 가까워도 아직은 특별한 이상 반응은 없다. 접종후 10시간 정도 지나면 高熱등등의 부작용이 기다리고 있는지 은근히 걱정이 앞서고 있다. 오늘 밤에는 해열제를 침대 머리맡에 준비를 함도 좋으리라. 여러분 동기들은 만75세 이상이니까 아마도 4월부터는 Pfizer 백신을 맞는 기회가 되리라. 너무 겁먹지 말고 모두 접종하기를 바란다. 운명은 재천(在天)이거늘 비켜간다고 되는 일은 아닐것이다. 2차 접종까지 무사히 마치고 COVID-19라는 녀석에 대한 항체(抗體)가 노객(老客)들에게 생기리라고 본다. 우리 동기들 모두에게 그날은 우리 동기들이 재탄생(再誕生)하는날이라고 하면 어떨까. " 생일 축하합니다 ~ 생일 축하합니다 ~ 사랑하는 우리동기들 생일 축하합니다 !!! "라는 노래를 목청껏 부르며 짜릿한 ONE SHOT의 기쁨을 함께 함도 좋으리라.
예방접종 확인 안내
최정남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받으셨습니다.
- 일시 : 2021년 03월 26일
- 장소 : 서울특별시마포구보건소
- 접종받은 백신 :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 2차 접종 예정기간 : 2021년 06월 04일 이후 접종
- 2차 접종 장소는 1차장소와 동일합니다.
○ 접종 후 유의사항
- 접종 후 최소 3시간 이상 안정을 취하시고, 내일까지 무리하지 않습니다.
- 최소 3일간은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는지 주의 깊게 관찰합니다.
- 만약 39℃ 이상의 고열이 있거나 두드러기 등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면 진료를 받도록 합니다.
-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예방수칙을 계속 지켜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