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숫자 읽기는 정확한 원칙을 세우기가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서 말은 맞지만 네 마리라고 해야 맞지요. 그러나 세 마리인지 네 마리인지 모호할 때는 세네 마리라고 하지 않고 서너 마리라고 하지요. 좀더 자세한 내용은 우리말 배움터에서 답변한 내용을 대신합니다. 사실 질문하신 내용처럼 숫자 읽기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만 정확하게 말씀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말에서 숫자 읽기는 규정으로 정해 두지 않고 대개는 관용 에 따라 흔히 쓰는 표현으로 읽습니다. 시간을 셀 때와 분을 셀 때 숫자 표기가 달라지는 경우도 특별히 이유가 있지는 않습 니다. 한편 '세 살'과 '삼 세'처럼 어떤 경우는 한글 숫자는 한 글 단위와 어울리고 한자 숫자는 한자 단위와 어울리기도 합니 다. 그리고 책에서 목차를 나타낼 때는 '(제)일권', '(제)이 권'과 같이 나타낼 수 있지만 책을 셀 때는 '한 권', '두 권'으 로 나타내야 적절합니다. 이처럼 같은 단위라도 경우나 상황에 따라 읽기를 달리 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대개 보편적인 쓰 임을 따르면 됩니다.
다음은 질문하신 내용과 조금 다르지만 우리말 숫자 읽기와 관 련 있는 글이니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듯합니다.
우리말에서 숫자의 발음을 특별히 정해두지 않았습니다. 다만, 같은 숫자라도 '사십 년, 사십 주, 사십 그램, 사십 미터'와 같 이 쓰는 데 비해 '마흔 살, 마흔 명, 마흔 마리' 등으로 달리 쓰일 수가 있습니다. 이 예에서 '마흔'은 '사십'으로 바꿔 쓸 수 있지만, '사십'은 '마흔'으로 바꿔 쓸 수 없습니다.
현대 한국어에서 고유어로 헤아릴 수 있는 가장 큰 수는 아흔아 홉입니다. 물론 중세 한국어에는 '온(백)'과 '즈믄(천)' 등 더 큰 수를 헤아리는 말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말들 입니다. 고유어의 한 자리 수는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 섯, 일곱, 여덟, 아홉'이고, 두 자리의 기본 수는 '열, 스물, 서른, 마흔, 쉰, 예순, 일흔, 여든, 아흔'입니다.
이러한 고유어 수사들은 여러 변이 형태를 지닙니다. 이 말들 이 관형사로 쓰일 때, '하나'는 '한'이 되고, '둘'은 '두'가 되 고, '셋'은 '세'가 되고, '넷'은 '네'가 됩니다. 그래서 우리 는 짐승이나 물고기를 셀 때 '하나 마리, 둘 마리, 셋 마리, 넷 마리'라고 말하지 않고,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네 마 리'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관형사들 가운데 '세'와 '네'는 단위를 나타내는 일부 불완전 명사 앞에서는 '서'와 '너' 또 는 '석'과 '넉'으로 다시 바뀌기도 합니다. '서 돈, 서 말, 서 푼, 서 홉, 석 달, 석 자, 석 장, 석 줄, 너 근, 너 되, 너 말, 너 푼, 너 홉, 넉 달, 넉 섬, 넉 자' 같은 말에 이 '서', '석', '너', '넉'을 씁니다. '스물'도 관형사로 쓰이 면 '스무 집', '스무 개'에서처럼 '스무'로 변합니다.
'다섯'과 '여섯'은 형태를 그대로 지닌 채 '다섯 마리, 여섯 마 리'에서처럼 관형사로도 사용되지만, 단위를 나타내는 일부 불 완전 명사 앞에서는 역시 '닷'과 '엿'으로 변하기도 합니 다. '닷 냥, 닷 말, 닷 돈, 엿 냥, 엿 말, 엿 돈' 따위의 표현 이 그 예입니다. '다섯'은 또 수사로 쓰이든 관형사로 쓰이든 불명료함을 드러낼 때는 '댓'으로 변합니다. '군인 댓을 데리 고 오다'나 '잉어 댓 마리'라고 말할 때, '댓'은 '다섯 가 량'의 뜻입니다. '두엇'이나 '너덧'도 '둘 가량', '넷 가량'의 뜻이지만, '둘보다는 좀 많은', '넷보다는 좀 많은'이라는 뉘앙 스가 있습니다. '너덧'은 '그 남자 애인이 너덧은 될걸'이 나 '강아지 너덧 마리'에서처럼 수사로도 관형사로도 쓰이지 만, '두엇'은 '친구를 두엇만 불러라'에서처럼 수사로만 쓰일 뿐 관형사가 되면 '두어'로 바뀝니다. 예컨대 우리는 '쌀 두엇 가마'라고 말하지 않고 '쌀 두어 가마'라고 말합니다.
이 숫자들은 또 앞이나 뒤의 숫자와 결합하면서 흔히 조금씩 형 태를 바꿉니다. 한둘, 두셋, 서넛, 두서넛, 네다섯, 네댓, 대여 섯, 예닐곱, 일고여덟, 일여덟, 열아홉 따위의 말들에서 보듯, 이 숫자들이 혼자 쓰일 때와는 달리 조금씩 그 형태가 일그러 져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댓, 두엇, 너덧과 함께 이런 수사들 을 불확정수라고 합니다. 한둘, 두셋, 서넛, 두서넛은 관형사 가 되면 한두, 두세, 서너, 두서너로 바뀝니다. 물고기의 수효 가 딱 넷일 때는 '네 마리'이지만, 셋인지 넷인지 확실치 않을 때는 '세네 마리'가 아니라 '서너 마리'입니다.
서수사(사물의 차례나 등급을 나타내는 수사)는 양수사(기본 수 사) 뒤에 접미사 '째'를 붙여서 둘째, 셋째, 넷째, 다섯째, 따 위로 만들지만, ,하나'에 대응하는 서수사는 예외적으로 ,첫 째'입니다. 그러나 두 자리수 이상이 되면 다시 '하나'로 돌아 와, '열첫째', '스물첫째'가 아니라 '열하나째(열한째)', '스물 하나째(스물한째)'가 됩니다. 이밖에도 접미사 '째'가 덧붙을 때 양수사의 형태가 변하는 예는 '열두째, 스무째, 스물두째' 등이 있습니다.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만 숫자를 읽는 규칙을 따로 두지 않아 아직은 숫자 읽기 규칙은 모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