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1942-2018)
춘천에서 출생하여 1962년에 현대문학지에 추천하여 등단하였다.
한양대학교 섬유공학과에서 공부하다가 국어국문학과로 전과하여 졸업,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연세대학교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초기 시들은 언어 자체를 대상화하는 작업에 집중하여 개념화를 거부하는 시세계를 주로 보여주었다.
시집으로 《사물들》,《당신들의 초상》,《당신의 방》 등이 있고, 평론집으로 《이상시 연구》,《반인간》,《시론》 등이 있다. 춘천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1970~1980),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1980~2008)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로 재직 하였다.
그의 시는 외부의 사물을 시적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직관 그 자체를 시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러므로 그의 시에서는 감각적 구체성을 드러내지 않는다. 구체적인 형상으로 그려내는 일은 거의 없다. 번득이는 직관에 의해 포착되는 세게가 때로는 일종의 연상 작용에 의하므로, 언어의 놀리를 넘어서는, 상상에 의해 표현된다. 때문에 인식의 명료함을 거부함으로 난해시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의 시는 비대상의 시를 실험하는 것이라며 호평도 받았고, 혹평을 받기도 하였다.
그의 시를 읽을 때는 그가 실험한 시라고 보아야 한다.
<사물 A>
사나이의 팔이 달아나고, 한 마리 흰 닭 닭이 구구 구 잃어버린 목을 ‘쫓아 달린다. 오 나를 부르는 깊은 명령의 거울 지하실에서 더욱 진지하기 위하여 등불을 켜고 우리 생각의 따스한 닭들을 키운다. 새벽마다 쓰라리게 정신의 땅을 판다. 안강한 시간의 사슬이 끊어진 새벽 문지방에서 소리들은 피를 흘린다. 그리고 그것은 하이얀 액체로 변하더니 이윽고 목이 없는 한 마리 흰 닭이 되어 저렇게 많은 아침 햇빛 속을 뒤우뚱거리며 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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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승훈을 소개하는 글을 옮기면서, 심층심리학의 꿈 이론처럼 들린다. 내가 잘못 아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이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려운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