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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타닉>의 주제곡 'My Heart will go on'
* <타이타닉>에서
[ 헐리우드 최고의 블록버스터 감독, 제임스 카메론 ]
세계 영화사상 최고의 블록버스터 2편(아바타, 타이타닉)을 모두 만든 감독이 바로 제임스 카메론입니다. 참고로 2016년 1월 기준 역대 블록버스터 10편은 아래와 같습니다(괄호 안은 수익액)
1. 아바타(28억불)
2. 타이타닉(23억불)
3. 쥬라기 공원(17억불)
4. 스타워스(깨어난 포스)-16억불
5. 어벤져스(2)-15억불
6. 분노의 질주(7)-15억불
7. 어벤져스(1)-14억불
8. 해리포터(2)-13.4억불
9. 겨울왕국-13억불
10. 아이언맨(3)-12억불
1998년도 제 70회 아카데미에서 11개 부문을 수상하였고, 22억 달러의 수익을 기록하면서 그때까지 전세계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였던 <타이타닉>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
<터미네이터>, <에이리언 2> 등으로 매번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궁극의 재미를 안겨준 그는 단순히 볼거리와 스케일에 치중된 블록버스터가 아닌,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풍성한 볼거리와 함께 풀어내며 스토리 텔러로서의 재능과 영상에 대한 뛰어난 감각을 자랑해 왔습니다.
특히 역사적 사건에 드라마틱한 스토리와 스크린을 압도하는 스케일이 가미된 <타이타닉>은 국경과 세대를 넘나드는 관객들의 감성을 사로잡아 10년이 넘게 역대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켰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타이타닉> 이후 12년 만에 돌아온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지난 2008년, 지금껏 그 누구도 상상조차 못했을 작품 <아바타>로 자신의 기록(최고의 수익)을 깨고 말았습니다.
우주라는 무한한 공간과 무궁무진한 상상력,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최첨단 기술력(3D)이 동원된 <아바타>는 4년의 제작 기간을 거쳐 2009년 12월, 관객들에게 선보이며 그의 역량을 다시 한번 전 세계에 드러내 보여 준바 있습니다.
* 블록버스터란?
영화에서 단기간에 큰 흥행을 올리기 위해 엄청나게 돈을 들여 만든 대작을 뜻하는 말입니다.'블록버스터(Blockbuster)'란 단어는 원래 2차 세계대전 중에 쓰이던 폭탄의 이름입니다. 2차대전때 영국 공군은 4,5톤짜리 폭탄을 독일 폭격에 썼는데, 이 폭탄은 한 구역을 (block) 송두리째 날려버릴(bust)위력을 지녔다고 해서 이 폭탄의 이름을 블록버스터라고 명명하였다고 합니다.
이 단어가 영화계로 흘러 들어오면서 뜻이 모호해졌습니다. 처음엔 '흥행에서 단기간에 대 성공을 한 영화'를 가리켰는데, 요즘엔 '단기간에 큰 흥행을 올리기 위해 엄청나게 돈을 들여 만든 대작'을 블록버스터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가장 대표적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류는 많은 제작비를 들여 대규모의 세트, 대규모의 스탭과 엑스트라들, 돈이 많이 드는 특수효과 등을 도입합니다. 대체로 이야기 구조나 배우의 연기에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경향이 있죠.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태어난 카메론의 아버지는 전기기술자, 어머니는 화가였습니다. <고질라> 시리즈를 좋아했던 카메론은 어린 시절부터 잡동사니로 로켓, 비행기, 탱크 등을 만들면서 미니어처 제작의 습작을 거쳤습니다. 독서광이었던 카메론은 특히 공상과학소설을 좋아해 그 시각적 상상력을 표현하는 데 관심을 가졌죠.
캘리포니아 주립대를 중퇴한 카메론은 결혼을 하고 트럭운전사로 일했습니다. 시나리오를 쓰고 있던 그는 LA로 가서 로저 코먼의 뉴월드영화사에 들어갑니다. 81년에 <식인 피라니어>로 감독 데뷔했습니다. 그 후 카메론은 <터미네이터> 시나리오를 들고 제작자 게일 앤 허드를 찾아가고 <터미네이터> 속편을 비롯한 모든 권리를 1달러에 넘길 테니 자신을 감독으로 기용하라고 제안합니다.
650만 달러라는 비교적 저예산으로 만든, 미래사회의 암울한 묵시록이 담긴 SF액션 <터미네이터1>(1984)는 ‘테크 누아르’란 평과 함께 대성공을 거뒀고, 카메론은 <에이리언2 >(1988)의 감독으로 발탁됩니다(에어리언1은 리들리 스콧이 감독).
카메론은 <터미네이터>와 <에이리언2>의 성공으로 영화사의 돈을 맘대로 쓸 수 있게 되자 새로운 특수효과를 개발해가면서 시각세계의 표현영역을 넓히는 데 주력합니다. <어비스> (1989)에서도 그랬고 <타이타닉>에서도 제작비가 예산을 초과하자 감독료를 포기하면서 매달렸습니다.
* <터미네이터2>에서
<어비스>에 이어 9300만달러의 <터미네이터2 >(1991), 1억달러의 <트루 라이즈>(1994), 급기야 3억달러 가까운 제작비를 퍼부은 <타이타닉>까지 카메론은 할리우드영화의 제작비 상승을 주도해왔습니다.
스필버그와 루카스가 베이비붐 세대의 이상과 현실을 영상으로 옮긴 대표주자라면 카메론은 그저 SF 액션영화를 뛰어나게 잘 만드는 감독이었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특수효과의 향연과 스펙터클, 멜로드라마의 문법을 결합한 <타이타닉>은 최고의 테크놀로지를 동원해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낸 장인의 경지를 보여줬고, 1998년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한 11개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미국 내 수익과 해외 수익을 합쳐 1년 동안 무려 23억 달러를 벌어들인 <타이타닉>은 총수익 17억 달러를 벌어들인 <쥬라기 공원>의 역대 최고기록을 깨고 세계영화사상 최고의 제작비를 들여 최고의 수익을 올린 전대미문의 블록버스터가 됐으나 이후 그가 만든 <아바타>가 28억 달러를 벌어들여 지금까지의 세계흥행 영화 1,2위를 모두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 <아바타>에서
[ 영화 타이타닉 ]
이 영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벤허>와 <아라비아의 로렌스> 등에 비견될만한 영화사에 길이 남을 불후의 명작입니다.
역사상 최고의 제작비 2억 8천만 달러에, 최대 세트 제작, 그리고 자료 준비 기간 5년과 제작 기간 2년 등, “20세기 마지막을 장식하는 대작‘"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아카데미상에 무려 14개 부문 후보로 올랐는데, 이는 1950년 <이브의 모든 것> 이래 70년 오스카상 역사에 타이기록을 세우기도 했으며, 이중 11개 부문 수상 역시 59년 대작 <벤허>와 동일한 기록입니다.
이 작품은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실제사건을 바탕으로 창조된 블록버스터로 낭만적인 서사극입니다. 1012년 4월 15일 ‘침몰 할 수 없는 배(불침선)’로 불리던 타이타닉호는 2200명의 승객을 태운 채 미국으로의 처녀항해를 하던 중 빙산과 충돌해서 북대서양의 차디찬 물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동안 이 불행한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나 TV물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침몰한 타이타닉호를 건져 올려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를 싣고, 관객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항해를 하도록 만든 작품은 없었습니다.
카메론의 열정과 치밀성은 도처에서 관객의 눈을 놀라게 하고, 심장을 뜨겁게 적시면서, 서사시 규모의 3시간 이상의 전설을 창조했습니다. 그는 테크놀로지를 도입한 단순한 멜로드라마도 이처럼 큰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진리를 유감없이 보여 주었습니다.
타이타닉호를, 1900년대 초의 세계에 대한 소우주로 설정하여 인간 군상들을 통해 휴머니즘을 그렸고, 세익스피어 작품에 버금가는 비극을 묘사했으며, 완벽한 드라마 구조와 테크놀로지를 통해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카메론은 '침몰할 수 없는 배'가 침몰해 있는 바다 속으로 들어가 56캐럿의 다이아몬드를 찾으면서 영원히 '침몰할 수 없는 영화'를 만든 것입니다.
이 작품의 액션은 침몰해 있는 수중의 타이타닉호의 놀라운 장면과 함께 현재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카메라가 수면으로 올라오자 보물 탐사대가 보입니다. 그들은 타이타닉호의 침몰과 함께 가라앉은 ‘대양의 심장’이란 다이아몬드를 찾는 중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배의 금고에서 찾아낸 것은 그 보석을 목에 걸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의 누드 목탄화입니다.
그 그림의 주인공은 현재 백 한 살로 우연히 텔레비전 방송에서 그 그림을 봅니다. 그 노파는 그림의 여자가 바로 자신임을 밝히고 84년 동안 침몰해 있는 타이타닉호의 마지막 항해에 얽힌 추억을 이야기하기 위하여 나섭니다.
영화는 과거로 움직이고 스토리는 젊은 로즈(케이트 윈스럿)의 시점에서 말해집니다. 그녀가 평생 가슴속에 묻어둔 잭 도슨(레오나르드 디카프리오)과의 러브스토리는 어떤 것이었을까요? 그녀는 어떻게 생존했으며 “침몰할 수 없는 배”는 어떻게 침몰했을까요? ‘대양의 심장’”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그 누드화의 역사는 무엇이었을까요?
[ 타이타닉호의 침몰과 진실 ]
1912년 4월 10일, 세계 최신이며 최대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한 여객선이 영국의 사우댐프턴 항을 떠나 뉴욕을 향해 처녀항해에 오르고 있었습니다. 배의 규모로 보나, 설계로 보나, 대지와 해양을 다스리는 그리이스 신인 타이탄 족의 이름을 딴 ‘타이타닉(Tatanic) 호’라는 이름으로 보나, 이 여객선은 천하무적으로 보였습니다.
검은 빛깔로 번쩍이는 선체엔 엷은 황색의 굴뚝 4개, 총톤수 4만 6,328톤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길이는 269.08미터로 두꺼운 강철판을 사용한 2중 바닥이었고, 갑판 아래는 16개 구획으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더구나 브리지(선교)에서 단추를 누르면 각 구획의 문이 닫혀 각기 독립된 수밀(水密) 공간이 이루어지도록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이 배에는 당시 사람들의 모든 기대에 부응하는 모든 장비가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4월 14일 일요일, 별이 빛나는 추운 밤, 타이타닉 호는 뉴펀들랜드 섬 남동해역을 22.5노트의 속도로 미끄러지듯 전진하고 있었습니다. 달빛도 없는 조용한 밤이었고, 기온은 거의 빙점에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이 근사한 호화 여객선의 탑승객들은 배의 따스하고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만찬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축제 기분의 항해를 마음껏 즐기기 위해 2,224명의 승객과 승무원들이 함께 승선해 있었습니다. 승객 명부에는 당시 내노라 하는 큰 부호들과 작위를 가진 명사들의 이름이 기라성처럼 올라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는 자본가인 존 제이콥 애스터, 메이시 백화점의 소유자인 이시도어 시트라우스, 수명의 영국 귀족, 또한 이 배의 건조자로서 자신만만한 토머스 앤드류 등이 있었습니다. 앤드루는 이 배야말로 20세기 기술 발달의 축소판이라고 자부하고 있었습니다.
승무원들도 이 배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신이라도 이 배를 가라앉힐 수는 없을 것이다!’ 갑판원은 배가 사우탬프턴 항을 미끄러지듯이 출항할 때 선원들은 이렇게 말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자신감은 지속되지 않았습니다.
이 아름다운 ‘절대 불침(不沈)’의 거함은 퀸스타운을 출발한 지 사흘 후에 앞의 진로 상에 빙산이 떠 있다는 전문을 받게 됩니다. 최초의 빙산 경고는 커나드 사의 카로니아 호(선장 바르)에서 온 것이었습니다.
* 타이타닉호의 선장 에드워드 스미드, 그는 끝까지 승객들의 탈출을 돕고 마지막에는
배와 운명을 같이했습니다
<타이타닉호 선장께. 서쪽으로 향한 증기선들이 북위 42도, 서경 49~51도 사이에 빙산과 작은 얼음덩이 및 얼음 벌판을 보고하고 있음. - 바르>
무전실에서는 잭 필립스와 해롤드 브라이드가 그 지역에 있는 다른 배들로부터 빙산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무선 통신사들은 그 전문을 무시해 버렸습니다. 그 배가 절대로 침몰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여러 경로를 통해 수차례나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경고 메시지를 해마다 그 시기에는 으례껏 되풀이 되는 경고쯤으로 취급하고 전혀 위협이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많은 거함들이 위험을 간과하게 되는 내부의 방관자적 태도, 부적절한 의사결정과 많은 점에서 닮은꼴이 그날 밤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죠.
몇 시간 후에 다시 한 번 같은 내용의 전문이 들어왔습니다. 무선통신사는 그 통신을 들었으나 받아 적지 않았습니다. 세 번째 전문이 들어 왔습니다. 통신사는 이번에는 그 통신을 적어서 E. J. 스미드 선장에게 전했습니다. 그 지시들은 선장과 간부들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선장은 그 전문을 읽어 보고는 아무런 논평 없이 그 배의 소유 회사인 화이트 스타 라인(White Star Line) 사장에게 건네주었습니다. 그는 그 전문을 보고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습니다.
한 시간쯤 후에, 다시 네 번째 경고가 들어왔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선장이 말했습니다. “승객들에게 빙산을 조심하도록 일러줘라.”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승객들이 빙산을 어떻게 조심해야 하는지, 그것은 매우 모호하고, 넌센스에 가까운 지시였으며, 주의를 환기시키는 의사결정이라고 보기에는 아무래도 무리 있어 보이는 엉뚱한 지시였던 겁니니다.
타이타닉호는 22.5노트, 전속력으로 어둠을 가르며 항해했습니다. 그날 밤 9시 30분에 다섯 번째 전문이 들어왔습니다. 이렇게 결정적인 빙산 경고는 다섯 시간 이상이나 잊혀 지거나 무시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배의 속도는 늦춰지지 않았습니다.
* 타이타닉호의 침몰 지역
얼음덩이 천지인 북대서양 지역으로 가속도를 붙이며 들어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대답은, 같은 시기 대서양을 항해하던 올림픽호의 최고 횡단 기록을 깨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밤 9시 30분, 타이타닉은 뉴펀들랜드 섬 남동해역의 케이프 레이스(Cape Race)에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때에는 친구들과 친척들과 사업상 계약 등으로 보내는 승객들의 일상의 무전들로 무전실은 혼잡을 이루었습니다.
10단어에 3달러를 받는 당시로서는 엄청난 폭리를 취하는 무선 요금에도 불구하고 1등석의 승객들은 경쟁적으로 타이타닉 호에서 무선 연락을 보냈습니다. 외부로 나가는 무선 송신기는 고장 나 6시간 후에나 복구되었습니다.
거드름을 피우며 메시지를 작성하는 일은 이 배에서 제공하는 으리으리한 시설과 엄청난 오락 레퍼토리에도 불구하고 따분하기만 한 항해 중에 부릴 수 있는 기분전환 방법의 하나였을 뿐입니다. 이로 인해 이 시간에 전달된 빙산에 대한 가장 중요한 경고는 무시되었습니다.
증기선인 메사바 호가 급전을 띄워서 타이타닉이 진행하고 있는 방향에 거대한 빙산이 펼쳐져 있다고 전해 주었지만, 이 마지막 결정적인 정보도 끝내 무시되고 말았습니다.
11시 30분에 무선실에는 다른 배에서 전문이 들어왔습니다.
<우리는 멈춰 섰고 얼음에 포위되어 있음....> 그러나 위치를 말하기도 전에 타이타닉호의 무선사가 말했습니다. <물러서서 입 다물 것. 당신은 남의 신호에 끼어들고 있다. 나는 지금 레이스 곶과 통신 중임.> 그리고는 통신을 끊어버렸습니다.
* 영화에서
10분후, 마스트(돛대) 꼭대기의 망대에서는 프레드릭 플리트가 어둠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그는 배 항로 바로 앞에 검은 물체가 떠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빙산이었습니다! 빙산은 망령처럼 어둠속에서 어슴프레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갑자기 손을 뻗어 타이타닉호의 조종을 울렸습니다. 망루에서 종을 세 번 친다는 것은 바로 앞쪽에 물체가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전방에 빙산이다!”
그는 당황하여 경종을 울리고 전화로 브리지에 보고했습니다. 지휘소에 있던 1등 항해사 머독은 '전속력으로 후진'할 것과 '우측으로 선회'할 것을 명령하였습니다. 당직 항해사는 즉각 모든 엔진을 멈추게 하고 키를 우현으로 최대한 돌리도록 명령하였습니다.
그러자 배는 천천히 돌기 시작했고, 빙산을 피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항해사의 행동은 민첩했지만, 그러나 명령은 이미 때늦은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모든 일이 너무 늦었습니다.
귀에 거슬리는 긁히는 소리가 들려오고, 머독은 배가 빙산에 부딪쳤음을 깨달았습니다. 감시원으로부터 보고를 접수한지 30초가 지났을까 말까 한 시간에 당직 항해사는 꾸르륵꾸르륵 하는 무서운 소리를 들었습니다. 빙산이 배의 밑바닥을 문지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 영화에서
작은 얼음 조각에서 농구 공 크기의 얼음에 이르기까지 대량의 얼음이 우현의 갑판위에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습니다. 배와 빙산은 길어야 10초 동안 접촉했으나, 약 90미터 길이의 이곳저곳에 10센티미터의 상처를 입혔습니다.
머독은 즉시 방수용 문들을 닫도록 명령하였습니다. 16개실의 방수실이 즉각 봉해졌으며,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들은 안전해요. 이 배는 절대로 가라앉지 않으니까”’ 그러나 차단벽은 하나씩 붕괴되어 갔습니다. 배의 운명은 암울했습니다.
거의 믿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얼음의 홍수에 직면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자기들에게 되돌릴 수 없는 재난이 덮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승객들은 얼음 조각들을 주워 올려 서로 부딪쳐 깨뜨리면서 장난까지 치고 있었습니다.
* 영화에서
2등 흡연실에 있던 누군가는 그 장남삼아 농담으로, “이 칵테일에 넣게 얼음을 몇 개 주시구려”라고 청했습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얼음을 기념품으로 가져가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카드놀이에 정신이 팔려 있던 사람들은 테이블에서 눈을 돌려 밖을 보았으나, 현창(舷窓) 밖으로 빙산이 지나가는 것을 본 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게임에 물두했습니다.
선장에게서도 조금도 당황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34년간의 항해 경력을 지닌 베테랑인 스미드 선장은 배 건조사인 토머스 앤드류와 배를 한 바퀴 돌기 위해 막 걸음을 옮기려던 참이었습니다.
하지만 구명보트를 내리거나 비번 항해사를 깨우거나 혹은 조난신호를 발신하게 하려는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피해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습니다. 그것은 선장의 상상을 훨씬 초월한, 처참한 것이었습니다.
* 영화에서
빙산은 이미 선체의 리벳(rivet: 철판을 이어 고정시키는 큰 대가리 못)을 쥐어뜯고, 강철판에 구멍을 뚫어 놓았던 것입니다. 이 바닥에는 무게 270톤이 나가는 50만개의 리벳이 쓰였습니다. 그것은 배 전체를 만들기 위한 못의 6분의 1분량에 해당됩니다.
후에 난파선에서 수거한 강철을 실험해 본 결과 타이타닉 호에 사용된 강철 종류는 영하 1도 이하의 수온에서 부서지기 쉽다는 점이 발견되었습니다. 선체 자체에 치명적인 결함이 분명히 있었던 것입니다.
10분 사이에 해수는 용골보다도 5미터나 높게 솟아오르고, 16개 구획실 가운데 5구획실이 물을 뒤집어썼으며 가장 낮은 갑판 위의 승무원실과 조타실 도어 밑에서도 물길이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 영화에서
대형 사고가 급박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아차린 선장은 승무원에게 펌프를 준비하도록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30분도 채 지나기 전에 그는 물이 무서운 속도로 침입하여 배수 작업이 절망적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배의 건조 총책임자인 토마스 앤드류는 스미드 선장을 만나 타이타닉호가 종국을 맞이했음을 침통하게 알려 주었습니다.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스미드 선장은 타이타닉에서 하선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선장은 구명보트를 내리고 항해중의 다른 선박에 조난 신호를 보내도록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배의 전 승객수에 비하면, 구명보트의 정원은 훨씬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배가 침몰할 위험에 처했으니 승객들은 구명보트를 타라는 지시가 있었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은 그 지시에 따르지 않았습니다. 승객들은 타이타닉호가 침몰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배에는 구명보트 14척, 비상용 소형 돛배 2척, 공기 구명정 4척이 탑재되어 있었고, 공식 수용인원은 1,178명으로 승선 인원의 3분의 1에 해당되었습니다. 타이타닉의 비극이 있은 다음에야 승선 인원 전원을 위해 구명보트를 장착하게 하는 원칙이 적용되게 됩니다.
* 영화에서
나중에야 밝혀진 일이지만, 최초 배 설계시에는 구명보트가 64척이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그것은 40척으로 줄어들었고, 그 다음엔 다시 23척으로 점점 더 줄다가 선박 제작팀과 소유주 사이에 회의 끝에 결국 20척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소유주들은 더 넓은 공간을 산책로로 사용하길 바랬던 것입니다.
혼란 속에서 운 좋게 구명보트에 옮겨 탈 수 있었던 사람들은 타이타닉에 타고 있던 2,200여 명 중에서 전체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불과 711명의 승객에 불과했습니다. 구명보트에는 최소한 500명이 더 탈 수 있었다는 사실이 나중에야 확인됩니다.
승객들이 구명보트에 옮겨 타려는 아수라장에서 무전실의 무전수들은 타이타닉의 위치를 알리는 다급한 전문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 배는 심하게 기울어져 엄한의 북대서양 속으로 조금씩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오전 2시 15분, 빙산과 충돌한지 대략 2시간 반 후 드디어 바닷물은 타이타닉 호의 뱃머리에 올라와 철썩거렸습니다. 선미(고물)를 공중에 높이 들어 올려 배가 순간적으로 수직으로 섰습니다.
그러자 엔진과 승강기, 비품류와 식료품, 유리 식기와 석탄 따위 배 안의 온갖 것이 튀어 나와 굉장한 소리를 내면서 굴러 떨어졌습니다. 그리고는 잠시 후 음산한 정적만이 남았습니다. 이렇게 호화 여객선은 1,513명을 태운 채 바다의 쓰레기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빙산에 부딪친 지 세 시간도 안된 새벽 2시 20분에 이 배는 침몰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살려 달라고 울부짖는 소리도 다 가라 앉고 말았습니다. 최대의 여객선이었던 타이타닉호가 남긴 것은 부분적으로 사람을 채운 채 칠흑 같은 어두운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구명보트들뿐이었습니다.
타이타닉의 침몰과 관련되어 소유사인 화이트 스타사는 회사 운영에서 수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불법적인 기업경영, 무모한 정책 결정, 불운, 사고의 파국 등 비상식적인 진기한 기록으로 철저하게 ‘벼랑 끝에 선’ 기업운영을 해 왔고, 이것이 이 회사 정신의 본질이었던 것입니다.
* 영화에서
약 2시간 후 최초의 구조선이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승무원들은 타이타닉호의 구명보트가 빙산의 부스러기로 덮인 10 제곱킬로 미터의 해역에 흩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겨우 동이 트기 시작한 어스름 속에서는 보트와 얼음은 서로 구분되지 않았습니다.
세계에서 제1의 거대한 이 여객선을 침몰시킨 빙산이 어느 것이었는지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거대한 배는 빙산에 충돌했고, 그 빙산은 300피트나 되게 길게 갈라졌다는 것 밖에는...
이 빙산은 높이 25미터, 길이 약 20미터로 그랜드 뱅크의 빙산으로서는 극히 흔한 크기인데, 그 추정 배수량은 20만 톤이어서 타이타닉 호의 4배나 되었습니다. 거대한 중량이 전속으로 항해 중이던 배의 힘과 합쳐져 타이타닉호의 강철로 된 선체를 눈 깜짝할 사이에 잡아 찢었던 것입니다.
* 영화에서
타이타닉호가 사고를 당한 당시 그린랜드와 북부 지역은 30년 만에 가장 온화한 겨울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빙산과 얼음들은 래브라도 해류의 영향을 받아 남쪽으로 흐르고 있었던 것이죠. 자연의 기후 조건마저도 사고를 유발하기에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하였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동북쪽으로 따뜻한 걸프 해류에 떠밀려 빙산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던 대서양 횡단 해상 통로로 밀려들어 온 것입니다.
이 얼음 덩어리가 항해에 위험하다는 것은 상식의 범주 속합니다. 그런 정보는 당시 널리 퍼지던 무선 설비의 영향으로 쉽게 전파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정상적인 얼음 밀집 지역으로 항해를 밀어 붙인 것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습니다.
그들은 왜 이 같은 선택을 했을까요? 흥미로운 일이지만, 화이트 스타사의 유리 액자에 들어있는 선원들을 위한 기본 수칙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습니다.
‘항해에서 가장 주의를 요하는 것은 생명의 중요성이다. 다른 어떤 고려보다 안전이 우선된다.’
그러나 우선시된 것은 무분별과 탐욕과 무책임이었던 것입니다.
[ 영화 터미네이터 2-인간과 기계에 대한 성찰 ]
영화 <터미네이터 2>는 사람들이 흔히 헐리우드 오락영화 또는 상업영화 정도로 치부하는 영화이지만 그러나 이 <터미네이터 2>는 이 오락성 뒤에 절박하고도 중후한 문제성과 예술적 주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대부분 모르고 그냥 즐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1997년 세계는 핵전쟁으로 인해 파멸한다.그리고 그 와중에서 30억의 인구가 전멸당하고 오직 소수의 생존자들만 살아 남습니다. 때는 서기 2029년-세상은 이제 마일드 베넷 다이슨 박사가 만든 사이버넷 로봇들의 지배하에 들어가게 되고, 살아남은 인간들은 반군이 되어 저항하게 됩니다.
로봇들은 반군 지도자 존 코너를 제거하기 위하여 그의 소년 시절인 1994년으로 T-1000이라는 최신형 터미네이터를 파견하고, 그것을 알게 된 존 역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구형 터미네이터 101을 파견합니다. 영화 <터미네이터 2>는 1994년으로 보내진 이 두 터미네이터들의 이야기입니다.
<터미네이터 2>는 북적되던 거리의 자동차들과 평화롭게 웃으며 그네를 타던 어린아이들이 갑자기 불어닥친 핵폭풍에 의해 삽시간에 재와 뼈로 변하는 끔찍한 장면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는 바로 그 폐허의 잿더미 위에서 인간들과 기계들의 전투가 벌어집니다. 이 영화의 핵심주제는 이미 이 첫 장면을 통하여 제시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이 영화는 우선 인류문명의 파괴와 낙원의 상실에 대한 비탄과 경고로부터 시작되고 있습니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문명을 상징하는 자동차의 행렬과 낙원을 상징하는 그네 타는 아이들은 핵폭탄의 열풍에 날려가 뼈만 남습니다.인간은 핵폭탄을 만들어 어리석게도 자멸하고 만 것입니다.
인류의 어리석음에 대한 그와 같은 경고는 이 영화의 구석구석마다 무겁게 깔려 있습니다. 예컨대 그와 같은 가공할 비극을 미리 알고 경고하는 존의 어머니 새라 코너(린다 해밀턴 분)는 적절하게도 정신병원에 갇혀 어리석은 병원장과 직원들의 감시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구의 파멸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시종일관 계속되는 그녀의 절박한 표정과 필사적인 행동은 바로 이 영화의 가장 절실한 주제의 하나가 됩니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 영화의 도입부에는 핵폭탄의 열풍이 불어옵니다. 그리고 그 열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자동차와 인간의 잔해만 남습니다. 휴머니티가 타버린 후에 남는 것은 다만 인간이 그 지배력을 상실한 기계뿐입니다.
과연 타이틀 백이 끝나 가는 화면에서는 불타는 화염 속에서 기계인 인조인간이 등장하고 화면은 굉음과 함께 위아래로 닫힙니다. 그것은 곧 인간이 인간성을 상실하고 기계의 지배를 받는 닫힌 세상의 도래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 이 영화는 스스로의 두 번째 주제를 제시합니다.
이 영화의 두 번째 주제는 인간과 기계(테크놀로지)의 대립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와 같은 주제를 다루기 위해 이 영화에는 두 가지 부류의 ‘터미네이터’가 등장합니다. 존을 죽이기 위해 온 터미네이터 T-1000은 인간을 공격하는 비인간적인 기계와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상징합니다.
예컨대 T-1000은 아무런 감정도 없이 사람들을 죽이는 기계이자, 액체금속으로 만들어진 하이테크 인조인간이죠. 그는 물론 여러 인간들의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으로 그는 그 누구라도 속일 수 있다.그는 심지어 존의 어머니 새라로까지 변신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본질은 싸늘한 금속일 뿐입니다. 그는 악수하는 대신 금속 칼로 변한 손을 내밀어 방심하고 있는 타자를 찔러 죽입니다. 그는 액체금속이기 때문에 무정형이고 또 파괴되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곧 최첨단의 테크놀로지일수록 그만큼 인간에게는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해 주고 있습니다.
반면 재래식 인조인간인 터미네이터(아놀드 슈와츠네거 분)는 다른 사람으로 변신할 수 없습니다. 그에게는 정해진 모습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몸 속에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여러 구조물들이 들어 있으며 살과 피부 역시 인간과 구별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졌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인간과 기계가 이상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특이한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흥미 있는 것은 존과 같이 지내면서 그가 사물을 배워가고 있다는 점이죠. 그것은 곧 그가 비록 기계이지만 동시에 인간적인 능력과 측면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계로서 그는 T-1000보다 훨씬 더 불완전합니다. 그러나 불완전한 만큼 그는 더 인간적입니다.
물론 그에게는 인간의 감정이 없고 따라서 고통의 느낌도 또 눈물의 의미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는 존을 보호하는 자신의 임무에 충실합니다. 그래서 존의 어머니는 터미네이터에게서 존의 완벽한 아버지상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곧 그녀가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보다도 차라리 기계가 더 낫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녀는 존과 놀아주고 있는 터미네이터를 바라보며 이렇게 독백합니다.
“존과 기계를 바라보면서 나는 갑자기 모든 것이 분명해지는 것을 느꼈다. 기계는 결코 멈추지도 않고 존의 곁을 떠나지도 않을 것이다. 그는 존을 다치게 하지도,소리지르지도,상처입히지도 않을 것이고,바빠서 놀아 줄 수 없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언제나 존과 함께 있을 것이며 존을 위해 죽기까지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기계만이 존의 아빠가 될 자격이 있을 것이다. 이 미친 세상에 그것만이 미치지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터미네이터 2>는 결코 단순한 반기계주의 영화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아놀드 슈와츠네거가 분장한 인조인간 터미네이터를 통해 인간과 기계가 조화를 이루며 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해 주고 있죠. 과연 인간과 더불어 살면서 터미네이터는 점점 더 인간을 닮아갑니다. 처음에는 존이 가르쳐주는 농담과 유머를 배우기 시작하던 그는 나중에는 인간이 흘리는 눈물의 의미까지도 깨닫게 되는 감정의 발달을 보여 줍니다.
그리고 드디어 영화의 마지막에 그는 인간들이 아예 다시는 자신과 같은 인조인간을 만들지 못하게 하기 위해 끓는 용광로 속으로 들어가 스스로를 파괴시킵니다. 기계가 인간을 위해 자살하는 최초의 영화장면으로 영화사에 기록될 이 인상적인 장면은 감상적인 관객들로 하여금 눈시울을 적시게 할 만큼 감동적이고 또 이기적 인간들을 부끄럽게 합니다.
T-1000과 터미네이터는 또 ‘선악의 이분법 해체’라는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주요한 주제를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전작인 <터미네이터 1>에서 존을 죽이러 파견되었던 사악한 터미네이터의 역을 맡았던 아놀드 슈와츠네거가 2편에서는 존을 보호하는 선한 터미네이터의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입니다.
바로 그와 같은 설정으로 인해 관객들은 3편이 한참 진행될 때까지도 아놀드 슈와츠네거를 악한으로 오인하게 되고 반대로 경찰관 제복을 입은 T-1000을 선인으로 오해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설정은 다만 관객들이 갖고 있는 선악의 이분법적 편견을 해체시키기 위해 고안된 의도적 혼란일 뿐입니다.
과연 사악한 터미네이터인 T-1000은 영화가 계속되는 내내 경찰관의 제복을 입고 등장함으로써 경찰과 정의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바꾸어 놓습니다. 경찰복과 경찰차로 인해 사람들은 아무도 그를 의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의심하는 것은 모터사이클을 타고 갱 복장을 한 선한 터미네이터입니다.
그와 같은 설정을 통해 이 영화는 우리의 고정관념이 사실은 근거 없고 위험한 편견일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T-1000은 나중에 죽으면서 그 동안 자신이 변신했던 여러 사람들의 모습으로 되돌아 갑니다. 그것은 곧 T-1000이란 것이 어떤 본질이나 정형이 있는 존재가 아니고 사실은 우리 모두의 혼합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해 주고 있습니다.
악을 상징하는 T-1000은 전혀 보이지 않게 자신을 위장할 수도 있고 그 어떤 장애물도 뚫고 스며들어올 수 있습다.그것은 곧 오늘날 악이 액체금속으로 이루어진 T-1000처럼 도처에 편재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법과 질서의 제복으로 그리고 때로는 우리와 가장 친한 사람의 모습으로 위장하고 있는 그러한 가공할 만한 악의 끈질긴 추적과 위협으로부터 벗어나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악에 대한 종래의 단순한 단견으로부터 벗어나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안목이 있어야만 합니다. 그럴 때에야 비로서 우리는 스스로의 파멸을 막고 또 기계와의 싸움에서도 승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터미네이터 2>는 우리에게 바로 그와 같은 깨우침을 가져다 주고 있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