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틀에 관한 추억
이정희
길 안이 모두 빙판이고
길 밖 또한 온통 빙판인 계절에
눈물만큼 묽게 반죽된 그대와의 추억
참으로 소용없이, 열에 달뜬
이 몸 안으로 부어집니다
그리움 다스리는 불 지펴지고
몸 뒤척일 때마다
가시 하나 없이
온화하게 찍혀 나오는 기억 속 그대
시간이 내 속을 걸어와
따끈따끈한 기억 몇 개 집어 가면
남은 그대와의 추억은 차가운 바람에
굳어갑니다
그대, 지금 물 속을 거칠게 살아가겠지요
내가 잡지 못한 그대 마음, 놓친 비늘
지금 내 한 몸 틀이 되어 그댈 찍습니다
뜨거운 불로 몸 지져야만 그대 추억할 수 있는 나,
우리 인연 참 야속타 싶어도
세상살이 차갑지 않을 때는
그대와의 추억 내 몸에서 익고 있는 순간뿐
첫댓글
그대가 버려진 비늘을
이 악물고 여직 애용 합니다
죽어도 승천은 못할 비늘로
한 세월을 마중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