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노래
쏟아져라, 비여, 쏟아져라
물방울이 모래에 거품을 일으킬 때
나는 어린 시절 꾸었던 꿈들을
다시 떠올린다.
찌는 듯한 여름 무더위가
이따금 신선한 냉기와
이슬에 흠뻑 젖은 잎사귀
그리고 진한 푸른색으로 물든 들판에 맞서 발버둥칠 때,
이 호우 속에
잔디밭을 맨발로 밟고 서 있을 때,
이 거품들에 손을 대어볼 때,
혹은 차가운 물방울들을 맞기 위해
뺨을 내밀 때,
그리고 그 싱그러운 공기를 가스에 품을 때의
환희란!
물방울이 또르르 흘러 들어가는 꽃봉오리처럼
영혼은 가슴을 활짝 열고 숨 쉰다.
향기에 취한 꽃처럼,
천국의 이슬에 흠뻑 젖는다.
심장부를 흔들며
증발해버리는 빗방울 하나하나,
은둔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내 안에
파고드는 우주만물의 신성함
쏟아져라, 비여, 쏟아져라.
빗방울이 바깥을 두드릴 때마다
우리가 문간에서 부르던
옛 노래들을 떠올린다.
나는 이 달콤하고 촉촉한 빗소리를
다시 듣고 싶다.
성스럽고 순수한 경외감에
부드럽게 젖는 내 영혼
- 클라우스 그로트
Brahms - Violin Sonata No. 1 in G Major Op. 78 브람스 - 바이올린 소나타 1번 G장조 Op. 78 '비의 노래'
Johannes Brahms, Violin Sonata No.1 in G major, Op.78 (비의노래)
Johannes Brahms [1833 ~ 1897]
Pierre Amoyal - violin
Pascal Rogé - p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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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악장 Vivace ma non troppo
2악장 Adagio
3악장 Allegro molto moderato
브람스의 바이얼린 소나타 1번에는 비의 노래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3악장의 첫부분이 그의 가곡 [비의노래]와 닮았기 때문이다.
브람스는 교향곡과 마찬가지로 바이얼린 소나타는 40대의 장년이 되어 처음 발표하었다.
이전에 몇곡의 소나타를 쓴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스스로 습작정도로 간주 한것 같다.
브람스가 바이얼린 소나타로 발표한 곡은 세곡이다.
브람스는 오스트리아의 작은 도시 펠차하를 사랑하였고,
여름이면 자주 그곳에 가서 피서를 즐기며 작곡활동을 하였는데,
[바이얼린 협주곡]도 이곳에서 작곡 되었으며, [바이얼린 소나타 1번 비의 노래]는
바이얼린협주곡이 씌어진 다음해인 1879년 여름에 완성 되었다.
펠차하에서 작곡 된 곡들은 그곳의 경치를 닮아서인지 모두가 상쾌하고 우아하고,
이곡에서도 그와 같은 밝은 기분이 가득 담겨져 있고 브람스 특유의 애수어린 서정이 담겨있다.
이곡은 브람스의 창작 3기의 작품이다.
이시기의 작품에는 각 악장을 동기적으로 밀접히 연관 시키거나
2개의 주제를 동일한 소제에서 만들어 내는 일이 많다.
이소나타도 3악장 서두의 주제가 1악장과 2악장의 첫 주제와 융합한 것처럼 되어있다.
그 밖에도 각 악장의 주요선율은 어떤 형태로든 서로 연결되어 있다.
뿐만아니라 3악장에서는 2악장의 주제가 다시 나타난다.
이곡은 확고한 유기적 통일을 의도한 브람스 3기의 대표작이다.
브람스의 절대 옹호자였단 19세기 후반의 작곡가 Max Reger는
'브람스는 베토벤 이후 가장 뛰어난 작곡가이다.
피아노의 기법에 관해 그는 아주 독자적 이었다.
그의 손에서 피아노의 악보는 완전히 관현악의 색체를 띈다.' 라고 표현하였다.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 ‘비의 노래’
Clara-Jumi Kang & Sunwook Kim: Brahms, Violin Sonata No 1. in G Major
0:00 | 1st Mov. - Vivace 11:32 | 2nd Mov. - Adagio
19:38 | 3rd Mov. - Allegro moderato 28:32 | Applause
거리는 황량해지고 사람들 사이에 뭔가 모를 불신의 느낌이 드는 이즈음,
비라도 쏟아져 바이러스를 다 씻어 내렸음 하는 바램으로.
비야 쏟아져라... 어두운 하늘에서 내리는 비, 비, 비...
1879년 여름, 오스트리아의 푀르차흐에서 휴양 중이던 브람스는
오랜 친구에게 편지를 썼다. "한 번 연주해보세요. 온화하고 가벼운,
비 오는 저녁의 약간 달콤 씁쓸한 분위기가 날 겁니다."
자신의 집에서 연주해본 후
"어둠 속에서도 눈을 감고 들어야만 할 정도로 독특한 분위기의
음악이군요."라고 답장을 했다한다. 사십 넘어 발표한 첫 바이올린 소나타로
1878년 봄에 떠났던 이탈리아 여행과도 연관있다.
휴양지 푀르차흐의 호수도 브람스의 마음속에서 추억의 모티프로 작용했을 것이다.
브람스의 기쁨과 슬픔같은 다양한 감정들이 모두 녹아있는.
부제인 '비의 노래'는 3악장이 브람스의 가곡 '비의 노래'에서 따왔고,
독일의 시인 클라우스 그로트(Klaus Groth)의 시에 곡을 붙인 작품으로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의 노래로 들어보는 것도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 아래에 함께 소개한다.
이 곡의 3악장을 들으면서 시를 함께 읽으면 또 다른 감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