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잠이 드는게 너무 어렵다.
몸은 너무너무 무너질 것 같은데...
불안한 요소가 너무 많다는거 나도 잘 안다.
겨우 잠들어서도 계속 머리로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걸 느낀다.
어떻게 하면...어떻게 하면...이런 생각들.
내 옆에 지금같이 힘든 상황에 오빠라도 남아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막상 남아있었다면 내가 더 쪽팔렸거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어제 보니까 내가 억지로 올려놨었던 같이 찍은 프로필 사진들도 드디어 지워졌더라.
이런 자잘하지만 내 흔적이 지워져가는 모습을 보면, 괜찮다가도 가슴이 쿵, 한다.
우리는 이제 다시 만나도 아니라는 거 너무 잘 알지만, 사람 마음이 그런가보다.
정말..쓰러질 것 같다.
도대체 왜 이렇게 불운, 불행이 끝나지를 않는건지.
생각해보면 내 잘못이기도 했다.
전 회사, 대표도 좀 희한한 사람이었지만 나도 희한한 사람이었겠지.
내 카톡을 본건 솔직히 별로고 아직까지도 그걸 왜 봤나 싶은데, 내가 회사 뒷담화 한건 사실이니까.
근데 정말 운도 지지리도 없었다.
어떻게 딱 그렇게 되는지...ㅎㅎ
그냥 좀..너무 지친다.
어떤것도 잘 풀리는게 없다.
근데 이건 왜 그러는지 안다.
알고 있지만 쉽게 달라질 수 없다는게 몹시 큰 함정이다.
난 30년 가까이를 아빠의 가치관으로 살아왔고...그게 절대적인거라고 믿으면서 살아왔다.
차라리 그렇게 어떠한 가치관을 절대적인거라고 믿으면서 흔들리지 않았을 땐. 스스로를 몹시 구박하기도 했지만 보기에는 안정적이었다. 그래...보기에는. 겉으로만 그렇긴 했네. 결국 언젠가는 터질 시한폭탄이었구나..
그 후에 가치관에 대한 혼란이 오면서..어떤게 나의 것인지, 어떤게 내 생각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에 대한 고민들이 갑자기 물밀듯이 밀려온 것 같다.
그러면서 너무 혼란스러워졌고..진짜 나의 모습대로 사는건 뭔지 모르겠고..기준이 정확하질 않으니 뭘 해도 불안하기만 하고..내 말에 반문할 때마다 몹시 흔들린다.
설령 내가 맞게 생각하고 있는거라 하더라도, 나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남들의 진짜 그렇대? 하는 말에 몹시 흔들린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게 맞는것이었음에도. 맞는 생각이었음에도 그렇다.
그리고...항상 내가 옳을수만은 없는거고, 정답은 없는것일텐데도. 뭐가 맞고 뭐가 틀리는건지 자꾸 헷갈린다.
그냥 나답게 하면 된다고 하는데...그러기에 난 너무 부족한것만 같고. 미숙한것만 같다.
뭐든 처음부터 원숙할 순 없겠지만, 무섭고, 두렵다.
모든게 잘 풀리고있지 않기 때문인지...자꾸만 위축이 되고 하루하루 버텨가는게 일이 되었다.
아무것도 되지 않을 땐 힘을 빼고 좀 가만히 있어도 봐야 한다고들 하는데...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난 이 상황에서 변하는게 없을것 같고. 어렵다.
조용히, 아주 조용히 납작 엎드려서 숨만 쉬면서...상황이 변하기를 도모해야 할 거 같다.
지금은 사람들의 말에 집중하기 보다는, 스스로를 들여다보면서..내가 과연 살고싶은 삶은 어떤건가, 난 어떻게 하고 싶은가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
...
사람들은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를거다.
그냥..하고싶은 걸 하기 위해서 고군분투중일거라고 생각할거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나는 하고싶은 걸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누군지 몰라서 이러는 것일 뿐이다.
'나'라는 사람과 '주변'이 너무나도 붙어있어서, 이것이 내가 원하는건지 주변에서 그러길 원해서인건지 헷갈리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내가 주관이 너무 뚜렷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너무 자유로워서 그런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자유로운게 아니다. 주관이 뚜렷한게 아니다.
어찌해야할지를 모르는 것 뿐이다.
나는 진짜 제로베이스가 되었다.
또다시.
아니 또다시도 아닌거같다. 내가 제로베이스였던적은 없었던 것 같다.
실제로 제로베이스였던 적은..
회사도 잃었고, 남자친구도 잃었고, 돈도 없고, 주변의 기대도 잃었고, 스스로에게도 실망했고.
모든걸 잃은 그 순간에는, 솔직히 후련한게 더 컸다.
그래 그냥 다, 옛날것들은 다 떠나보내고싶은 그런 마음이 더 컸다.
구시대적인 것들, 내가 해오던 것들...그런것들을 다 떠나보내고싶었고 다 떠나보낸 것 같아서 후련했다.
걱정은 되었다.
그리고 뭐랄까, 내가 원해서 그렇게 됐다기보다 그냥 흐름이 그랬다. 그렇게 흘러갔다. 그래서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어쨌든 다 떠나갔고, 다 떠나보냈다.
한동안 세상과의 단절감과 고독함으로 이상한 기분을 보냈다. 그러다가 뭔가 또 내가 해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너무 많은 생각들로 마음이 복잡해졌고 불안해지고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이 또 오지 않기 시작했다.
애초에 겪으면서 잡았던 진로를, 또 꼬아서 내가 성공할 수 있는 쪽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던거같다.
내가 이렇게 모든걸 잃고 비실비실거리고 있으니까, 꼭 다시 성공해서 보란듯이 당당해져야겠다. 이런 생각.
근데 저 생각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스스로 뭔가를 해보려고 생각했을 때 머리만 점점 더 복잡해졌고...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망하면 안되었기 때문에.
제로베이스가 되던 순간의 그 후련함은 어디로 가고, 또다시 나는 스스로를 안달복달하는 사람이 된 걸까.
구직기간이 길어지고 하면 불안해지는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렇게 잠도 못 잘 정도라니...
꼭 성공해야만 나의 존재가치가 있어지는건가..
성공하면 물론 좋긴 하지만 성공하기 위해 내가 사는 건 아닐텐데...
오빠와의 이별도. 그 사람이 내게 어땠는지, 나에게 어떻게 대했는지 나한테는 어떤 의미였는지 이런걸 보고 판단하는게 아니라..내가 그 관계를 잘 유지해냈는지 못해냈는지 이걸로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그게 뭐야...
난 주변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내가 스스로 중심을 잡지 않으면 침몰할거같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하지 않나..ㅎㅎ
그런 격인거같다.
나 스스로가 중심이 잘 잡혀있는 아이라면 상관없이 그냥 나 하고픈대로 밀고 나갔겠지만, 이래라 저래라 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스스로에 대한 중심이 무엇보다도 중요해보인다만, 나 스스로가 그 중심에 대해 흔들리고 있으니 뭐...
이 어려운 와중에도 이런 생각들을 한다는 게 대단한거라고 선생님은 말해줬지만, 잘 모르겠다.
난 계속해서 흔들리고, 또 흔들리고, 중심을 겨우 잡았다 싶으면 또 흔들린다.
그건 너무나도 떼놓기 힘든 악습과도 같은 것이다.
그 악습 덕에 난 내가 진짜로 뭘 원하는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를 잊어버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 뿌리만은 아직 남아있어서, 한번씩 그 뿌리를 자극할 때마다 이렇게 아픈 것 같다.
...
마음이 진짜 너무너무 힘들고 아픈데, 가족은 나의 그런 아픈 마음을 보듬어 줄 만한 존재들이 못된다.
아빠는 무조건 약한 마음을 탓하는 스타일이고, 엄마는 무관심하다. 회피하는 경우도 많고, 자기가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니까 그냥 버럭 화를 내거나 신경질을 내고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내가 그래서 약해질 때의 나를 그렇게나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건지도 모르겠다.
난 꼭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동의가 필요한 것 같다.
언제나 그랬고 사실 지금도 그렇다.
난 이렇게 생각하지만...나와 다른 생각을 몹시 두려워하는 것 같다.
내가 절대적으로 옳아야 하기 때문인걸까...
이런거 저런거는 잘 모르겠지만..지금 몹시 불안하고 한 건 맞는거같다.
나의 의견이나 감정에 대해서..확신을 받아본 적이 전무하기에..
오늘 오빠네 집 스페어키를 택배로 돌려주려고 했다.
근데 오늘은 공교롭게도 또 일요일이다.
내일까지 기다려서...등기로 보내줘야겠다.
마음같아선 오늘 당장 보내버리고 싶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
...
어제 또 쓰나미 꿈을 꿨다.
이제는 상담소 경력 5년차로써...이렇게 물에 관련되거나 쓰나미, 이런 꿈은...나의 우울감을 나타낸다는걸 잘 안다.
산을 넘어서 몰려오는 흙탕물은...지금 내 심경이 어떤지를 너무 잘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별...별...
진짜 잠만 들면 무슨 별의별 꿈을 다 꿔대서 잠을 자기는 한 건지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나는 아직도, 나의 욕구와 다른 사람들의 시선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것 같기도 하다.
딜레마...내적 갈등.
내가 바보가 될까봐. 내가 잘못 하는 걸까봐.
...
제로베이스.
나는 너무 애를 쓴다.
사람들로부터 잘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싶어서였을까..?
나는 열심히 했는데 그 쪽으로부터 거절당한 느낌이다.
그렇다는 건..그 쪽의 마음에 들도록 나는 애를 썼지만 내가 애를 쓴 것과는 상관없이 그 쪽은 어떠한 인과관계로 인해 거절을 한 건데, 난 그게 내가 더 노력하지 않아서, 내가 잘 못해서 그렇다고 느끼고 있는 것일까.
모르겠다.
머리가 아프다.
그냥 다 싫다..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도 느낌조차 안온다.
머리도 몸도 아프고, 잠도 계속 못자서 피곤하기만 하다.
악습은 너무 벗어나기 어려운 것 같다.
잠시나마 나는 내가 조금은 단단해졌다고 믿었었다.
후폭풍은 악습으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어렵다.
그리고..내가 하는 모든 일들은 다 그지같고 멍청한것처럼 느껴진다.
그냥 마음이 많이 아프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싶다.
좀 자유로워지고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