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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의 판도
송영혜는 몽천악의 목에 매어 달린 채 왼손으로 팔이 떨어져 나간 몽천악
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
"내일 떠나시면 아무쪼록 몸조심하세요, 당신은 이미 불구의 몸이에요.
비록 당신의 무공이 매우 높다 해도 강호 무림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일들
은 무공만 가지고 해결하기가 어려울 거예요."
그녀는 마치 어머니가 사랑하는 아들에게 말하는 것처럼 부드러운 어조로
몽천악에게 신신당부를 하는 것이었다.
삼 년이란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다.
강호 무림은 마치 공증에 떠도는 구름처럼 이루 말할 수 없는 변화가 있
었다.
무아진교는 몽천악이 자취를 감춰 버린 이후로 그 신비스럽던 교파가 아
무런 기척도 없이 조용해졌고 그 대신 궁한방과 혈검문의 세력이 날로 팽
창해 갔다.
궁한방은 무림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것 중의 하나로서 그들의 처사는
정도(正道)도 사도(邪道)도 아니었으며 용두방주는 그 위풍이 매우 무섭
고 쟁쟁한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과연 용두방주란 누구일까?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용두방주가 수중에 든 한 자루의 검은 무림 고수들의 간담을 서늘
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소문에 의하면 무아진교가 자취를 감춰 버린 것도
궁한방 용두방주가 한 자루의 검으로 세상을 휩쓴 까닭이라는 것이다.
한편 새로이 등장한 혈겁문은 신비롭고도 잔인한 문파였다.
그들은 피비린내 나는 살육, 기습 등의 행동을 일삼았다.
그렇다면 혈검문의 두목은 누구일까?
역시 아는 사람은 없었다.
중원 무림의 구대문파가 개봉부에 조직했던 맹주부는 삼 년전에 해산되었
다.
맹주부가 해산하게 된 데는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들리는 바로는 단 하룻밤 사이에 전부 자취를 감추어 버리고 그들의 생사
조차 통 모른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건은 모두 삼 년 전에 발생했던 것들이었다.
헌데 최근 삼 개월 동안 강호 무림에서는 또 두 가지의 놀랄만한 소문이
떠돌았다.
그것은 역시 무림 인물들에 대한 두 가지 기이한 추측이었다.
하나는 남자, 하나는 여자에 대해서였다.
여자는 얼굴이 아름다운 절세의 가인이며 또한 마녀라고 했다.
그녀는 뛰어난 얼굴과 몸매로 천하 남성들을 유인하여 잠자리를 같이하는
데, 그중에서 살아 남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삼 년 동안 발가벗은 남자의 시체가 이곳 저곳에 나타났다는 것
이다.
또한 남자는 무공이 매우 높은 고수로서 삼 개월 동안에 백여 명을 살상
했다는 것이다.
언뜻 듣기에는 수십 년 전 한 자루의 장검으로 강호 무림을 휩쓸고 다니
던 마검신군 조전신과도 비슷했다. 하지만 그 검객은 조전신과는 모습이
전혀 달랐다.
그의 허리에 찬 검은 칼날도 없는 목검이며 또 절름발이에 외팔이었다.
늦은 가을철이 되자 낙엽이 휘날리며 날씨가 싸늘해졌다.
황도경성 가도에 몽고산 황표마 한 필이 달리고 있었다.
그 말 위에 올라앉은 기사의 얼굴은 창백하여 마치 병인같았다. 그리고
오른쪽 소매자락은 저절로 펄럭이고 있었다.
돌연 그 기사는 길가 한나무 밑에 말을 멈추어 세웠다.
이때 앞에서 네 필의 빠른 말이 한 줄로 늘어서서 질풍같이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기사는 그들과 마주칠 것을 염려해서인지 한쪽 옆에 비켜 서있었다.
그러나 네 필의 말은 기사 앞에 다가오더니 돌연 일제히 멈추는 것이었
다.
말 위에 세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타고 있었다.
남자들은 모두 장겁을 맨 씩씩한 청년 공자들이었다.
여자는 얼굴이 매우 곱고 몸에는 불을 뿜는 듯한 빨간 옷을 입었으며 등
에는 쌍검을 메고 있었다.
그들의 말 타는 솜씨만 보아도 무공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그들은 일자로 늘어서더니 기사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중 얼굴에 까만 사마귀가 나고 체구가 깡마른 공자가 먼저 너털웃음을
짓고 공수를 하며 물었다.
"귀하는 바로 잔결서생이 아니시오?"
기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소. 네 분들은 강남 일대에 이름이 자자하신 비안사검(飛眼四劍)이시
군요."
공자도 따라 웃으며 말했다.
"귀하의 눈매는 매우 매섭소. 핫핫핫, 삼 개월 동안 우리 비안사검은 귀하
의 훌륭한 명성을 전해 듣고 너무도 존경한 나머지 오늘 밤 삼경에 귀하
와 재주를 한 번 비교해 볼까 하오."
잔결서생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재주를 비교하여 그 무학을 인정하는 것쯤은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오.
그러나 오늘 밤에는 시간이 없으니 지금 이 자리에서 시험해 보아도 괜찮
소."
그 중 여자가 이말을 듣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한마디 꾸짖는 것이었다.
"병신인 주제에 너무도 큰소리를 치는군. 흥, 딴 사람들은 너를 무서워할
지 모르지만 우리 비안사검은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잔결서생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비안사검 중에 화운안(火雲雁)은 자기의 별호와 같이 성격이 매우 급하
다고 하더니 아마 아가씨가 바로 화운안인 모양이군."
비안사검의 이름은 이미 강남 일대에서 널리 알려져 있었다.
무림 종사들도 그들을 만나면 모두 소협(小俠), 여협(女俠)하고 불러 왔
는데, 오늘 잔결서생에게 무시를 당하게 되자 이루말할 수 없이 울화가
치솟았던 것이다.
더욱이 화운안 우방방의 발랄하고 거만스러운 성격은 더 이상 참을 수 없
는 듯이 터져나왔다.
그녀는 싸늘한 음성으로 꾸짖었다.
"입을 닥쳐라! 본 아가씨의 큰 이름을 너같은 병신이 함부로 부르다
니......."
잔경서생은 돌연 굳은 표정을 지으며 말을 가로챘다.
"아가씨, 그런 성급한 성격은 일찌감치 조심하지 않다가는 목숨이 길지
못할 것이오."
화운안 우방방은 코웃음을 쳤다.
"흥, 나는 누구의 목숨이 온전치 않은가 두고 봐야겠다. 병신아! 어서
검을 뽑아라! 아가씨가 단단히 버릇을 고쳐 주마."
화운안은 말을 마치자 이미 두 손에 단검을 뽑아 드는 것이었다.
잔결서생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검이 한 번 칼집을 벗어났다 하면 빈 손으로 돌아오는 법이 없소. 당
신들 비안사검은 한창 혈기가 왕성하여 싸움하기를 좋아하는 모양인데 그
것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겠지요."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화운안은 벌써 단검을 들고 말등을 박차고
번개처럼 잔결서생을 향해 덮쳐 왔다.
잔결서생은 말 등에 태산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화운안은 기가 올라서 고함을 지르며 물 속에서 뛰어오른 한마리의 용처
럼 쌍검을 휘둘러 잔결서생의 상반부와 중반부에 있는 급소를 바라고 찔
러 왔다.
그 빠른 솜씨는 보통 고수의 것이 아니었다.
꼼짝도 않던 잔결선생의 팔뚝도 없는 오른쪽 옷자락이 돌연 위로 올라가
며 화운안의 두 팔목에 있는 맥문을 급습해 갔다.
화운안은 큰소리로 외쳤다.
"이제 보니 너의 무공도 시시하구나."
원래 그녀의 쌍룡출수의 일 초는 허초였던 것이다.
그녀는 호통 소리와 함께 두 팔을 한 번 구부렸다가 빠른 속도로 검을 휘
둘러 반원을 그렸다.
싸늘한 검광을 일으키며 찌르는 같은 검법으로 잔결서생을 공격해 왔다.
이번에는 잔결서생의 오른쪽 옷자락조차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다만 화운안의 쌍검만이 유성처럼 날아 들어왔다.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세 공자는 생각했다.
'잔결서생이 말 등에서 내려오지 않는다면 제아무리 무공이 높다 치더라
도 우방방의 일 초를 피할 길이 없을 텐데.......'
이 순간 잔결서생이 왼손을 한 번 펴자 화운안은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손에 들었던 두 자루 단검을 잔결서생에게 버렸다.
"땡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강철로 만든 두 자루의 단검은 이미 잔결서
생의 왼손에 의해 부러져 네 동강이가 나고 말았다.
이 놀라운 무공와 내력은 누가 보든지 뒷 걸음을 치게 할만 했다.
그러나 화운안은 부끄러움이 울화로 변하여 한마디 고함 소리와 함께 말
에서 뛰어내리더니 한 가닥의 경력을 잽싸게 잔결서생의 가슴을 노리고
쳐냈다.
잔결서생은 눈썹을 한 번 치키고 왼손을 벌려 화운안을 들어올렸다.
화운안은 날카롭게 소리쳤다.
"놓아라! 나를 놓아라!"
잔결서생이 왼팔을 슬쩍 돌리자 화운안의 몸뚱이는 "쿵!" 소리를 내며 삼
사 척 밖에 있는 말 등 위에 반듯이 내려지는 것이었다.
화운안은 강호 무림에 나온 이래 이런 참패를 처음 당했던 것이다.
"흑!"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옆에 있던 세 공자는 잔결서생의 무서운 무공에 얼마나 놀랐던지 멍청하
게 있다가 그녀의 울음 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세 사람이 함께 덤벼든다는 것은 그들의 높은 혈기가 허락지 않았
다.
솜씨는 감히 넘을 수 없는 무공이었다.
화운안의 울음 소리는 마치 하소연하는 듯 억울해 하는 듯 더 커져만 갔
다.
잔결서생은 이 어린 소녀의 눈물을 보자 난감해진 듯 한숨을 짓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공이란 동(動)과 정(瀞), 두 자 밖에 없는 것이오. 동이란 바로 토끼
처럼 활동하는 것을 의미하고, 정이란 바로 처녀처럼 차분한 것을 의미
한 것이오.
조식을 구사할 때 마음이 차분하지 못하면 기가 통일되지 않
아서 세력을 모을 수 없게 되고 세력을 모으지 못하면 동이란 것이 미약
해져서 적을 공격한다는 것이 도리어 자기에게 상처를 입히고 마는 것이
오."
잔결서생은 이 한마디를 남기고 뒤로 돌아보지 않은 채 천천히 떠나 버렸
다.
화운안은 울음을 그치고 아까 듣던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생각해 보
았다.
돌연 그녀는 그의 말 뜻을 알아차렸는지 가벼운 한숨을 지으며 중얼거렸
다.
"내가 진 것은 스스로 인정을 아니할 수 없구나. 그의 무공은 정말 높다."
황성 서남쪽에 있는 황도주부는 황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객점이었
다.
객점 대문 안에는 즐비하게 세워진 누각과 장원이 무려 백여 칸이 넘었
다.
이 황도주루에 출입하는 사람들은 모두 삼교 구류의 인물이었다.
이때 이 주루의 남쪽에 있는 널찍한 탁자 주위에는 화려한 옷차림을 한
세 명의 소년 검객이 예쁜 홍의의 소녀 한 명과 마주앉아 있었다.
그들은 술을 마시며 큰소리로 세상 사정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
돌연 홍의의 소녀의 맑은 목소리가 들려 왔다.
"큰오빠, 오빠는 지금 강호 무림에서 가장 이름 높은 두 사람이 누구인
줄 아세요?"
까만 사마귀에 깡마른 소년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우사매는 모르는가? 바로 잔결서생과 섭혼마녀(攝魂麗女) 두 사람이지."
홍의의 소녀는 또 물었다.
"조오빠, 잔결서생은 이미 하북에 도착했다고 들었는데 그 사람이 무얼
하려고 경성에 왔을까요?"
깡마른 소년이 말했다.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잔결서생은 섬혼마녀를 뒤읽아 왔다고 하더군. 또
한 그녀가 경성에 와 있는 것도 잔결서생 때문인 모양이며 천하 무림의
고수들도 이미 경성에 모두 와 있다고 하더군."
홍의의 소녀는 씻별 같은 눈을 깜박이며 또 물었다.
"천하의 무림 고수들이 무슨 일로 경성에 몰려들었을까요?"
소년은 웃으며 대답했다.
"역시 잔결서생과 십혼마녀의 뒤를 쫓아왔겠지."
홍의의 소녀는 의아스립다는 듯이 또 물었다.
"오빠의 말은 어떻게 해석해야 좋아요?"
돌연 소년은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다른 탁자를 쳐다보며 낭랑한 음성으
로 말했다.
"잔결서생은 강호에 나타난지 불과 삼 개월만에 천하 각 문파의 수많은
고수들을 죽였다. 속담에 나무가 높으면 바람을 맞기가 쉽다고 했는데 사
람도 이름이 나면 재앙을 받게 마련이야. 그러므로 무림 고수들이 경성으
로 모여든 것은 그를 처치하여 원수를 갚고 이름은 떨쳐 보자는 생각이겠
지."
여기까지 말한 소년은 가벼운 기침을 하면서 또다시 왼쪽 귀퉁이가 떨어
진 탁자를 의미 있게 쳐다보는 것이었다.
이때 그 탁자에는 팔 하나가 없는 청년이 파란 복장의 서생차림을 하고
앉아 있었다.
그의 허리춤에는 한자루 장검이 메어져 있었다.
홍의의 소녀가 또 물었다.
"큰오빠, 오빠는 잔결서생이 수많은 무림의 고수들을 당해 내리라고 생각
하세요?"
그 소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추측으로는 잔결서생이야말로 천하 제일 고수다. 그러니 잔결서생을
뒤쫓아 온 친구들이 어떻게 그의 일 검을 당하겠느냐?"
소년의 말이 막 끝나자 조금 떨어진 탁자에 앉아 있던 사나이가 코웃음을
치며 음흉스럽게 말했다.
"비안사검은 잔결서생의 초의 반식도 당해 내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비안사검처럼 못나지는 않았단 말이야."
이 말에 세 소년과 한 소녀는 표정이 굳어지며 일제히 소리가 나는 곳으
로 고개를 돌렸다.
그 탁자에는 노인 한 사람과 젊은 소년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늙은이는 살갗이 까맣고 몸이 깡마른 데다 흑의의 장삼을 걸쳤고 턱 밑에
는 염소 같은 수염을 길렀으며 두 눈동자를 굴릴때마다 광채가 번쩍거리
는 것이 상당한 내공을 지니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젊은이는 비단옷차림을 한 소년으로서 허리춤에 금빛 나는 칼집을 매었고
옥같은 얼굴에 영기가 발랄했다. 그런데 아깝게도 그의 미간에는 경박하
고 음탕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조금 전 음흉스런 웃음 소리는 바로 이 소년이 터뜨린 것이었다.
이때 비안사검은 일제히 벌떡 일어나서 성난 눈초리로 그들을 노려보았
다.
한바탕 싸움이 벌어지려는 위기의 순간.
별안간 호탕한 웃음 소리가 들려 오더니 북쪽 탁자에 앉아 있던 삼십 세
가량의 남의의 유사가 천천히 걸어오는 것이었다.
그 사람은 뛰어난 풍채에 위엄스런 기개가 있어 보였다.
귀퉁이가 떨어진 왼쪽 탁자에 앉아 있던 외팔 서생은 이 남의의 유사를
보더니 표정이 굳어지며 막 무슨 말을 하려고 했다.
남의의 유사는 혹탕한 웃음을 띤 채 비안사검이 앉아 있는 탁자 곁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비안사형제, 이 정 아무개가 소개를 하겠소. 여기 앉아 있는 소협은 금룡
검장의 소쟝주 구룡신검 막소백이오. 그리고 저분은 금룡검장의 총관 흑
골수 상관노대이시오."
남의의 유사가 이렇게 소개하자 모든 사람들의 날카로운 시선은 모두 그
에게 쏠렸다.
비안사검은 이 말을 듣자 상대방의 이름에 기가 좀 꺾였는지 표정들이 매
우 누그러진 것 같았다.
금룡검장은 온 천하에 널리 알려진 무림 가문이었으며 더욱이 황하 이북
에서는 안동땅 금룡샨 검장의 장주 운중룡 막비천이 검 한 자루로 온 천
하를 주름잡아 무림의 제일 검이라는 칭호를 받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
람이 없는 터였다.
금의의 소년, 즉 구룡신검 막소백은 조금도 거만한 빛을 나타내지 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핫핫핫, 나는 누가 이 막소백을 알아주는가 했더니 뜻밖에도 운주 대유
협 정음천 형이었군요."
남의의 유사는 호탕하게 웃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아하하하. 폼소, 좋아! 이 정가는 처음으로 경성에 왔으나 가는 곳마다
모두 아는 친구들이니 이 좌석은 정말 일대 풍운회라고 말할 만하군."
구룡신검 막소백은 싸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삼산오악에 있던 영웅 호걸들이 경성으로 모여든 것에 무슨 목적이 있다
는 것은 여러분들도 짐작이 계실 줄로 아오."
말을 마친 그는 별안간 남쪽에 놓인 귀퉁이가 떨어진 탁자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 탁자에 앉았던 외팔 서생은 이미 어디로 갔는지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구룡신검 막소백은 별안간 표정이 굳어지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급
히 말했다.
"정형, 저는 이만 실례하겠소."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막소백이 자리를 뜨자 옆에 앉아 있던 노인도 한마
디의 말도 없이 막소백의 뒤를 따라 객점을 나서는 것이었다.
비안사검은 이 광경을 보자 막소백이 무슨 까닭으로 급히 자리를 떠났는
지 알아차리고 서로 고개를 돌려 쳐다보다가 정음천에게 말했다.
"우리들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비안사검도 자리를 떠났다.구룡신검 막소백과 흑골수 상관노인이 곧 황도
주루를 나서자 눈앞에 삼십 세 쯤 되어 보이는 청의의 서생이 혼자서 오
른쪽 소매 자락을 펄럭이며 터벅터벅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막소백은 코웃음을 치고는 급히 그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러니 교외까지 나왔어도 막소백은 그 청의의 인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
다.
그런데 청의의 서생은 유유히 삼십여 장 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
가!
구룡신검 막소백은 기합 소리와 함께 경공을 발휘하여 그를 쫓아갔다.
바로 이때 삼십여 장 앞에서 걸어가던 청의의 인은 조그마한 숲을 돌아가
는 순간 자취가 묘연해지고 말았다.
구룡신검 막소백은 급히 몸을 날려 숲까지 따라가다가 몸을 돌리며 우뚝
멈춰 섰다.
그 숲 뒤에는 하나의 하수가 있었는데 그 위로 다리가 하나 놓여 있었다.
그런데 그 다리 한가운데에 청의의 외팔서생이 부리부리한 눈에 싸늘한
광채를 띠며 우뚝 서서 구룡신검 막소백을 노려보고 있는 것이었다.
외팔서생은 싸늘한 어조로 물었다.
"막소백 장주는 무엇 때문에 나를 쫓아오시오?"
막소백은 코웃음 치며 외쳤다.
"흥, 그대가 잔결서생이오?"
잔결서생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소, 나는 오른팔이 없고 또 왼쪽 다리를 절름거리기 때문에 친구들
이 나에게 잔결서생이란 별호를 붙여 주었고 나도 이 좋은 칭호를 만족하
게 여기고 있소."
이때 흑골주 상관노인도 뒤따라 와서 막소백의 곁에 멈춰 섰다.
막소백은 건성으로 웃으며 말했다.
"허허허, 당신이 정말 목검 한 자루로 백여 명이나 되는 무림고수들을 죽
였단 말이오?"
잔결서생은 담담히 말했다.
"그들은 아깝게도 이 목검을 당해 내지 못하고 말았소."
첫댓글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즐겁게 보고갑니다!
즐감~1
ㅈㄷ
감사합니다
ㅈㄷㄳ
잔결서생은 무슨 이유로 사람들을 죽였나요?
감사합니다
즐독했습니다~~감사합니다.
잔결서생
ㅎㅎㅎ
잘봅니다..^^
즐독!!!!!!!!!!
ㅈㄷㄱ~~~~~~~~~````````````````````
즐독
즐감~~~
감사합니다 ~
즐감
줄독
즐독
즐독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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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