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는 귀국 2일차입니다.
화요일 아침 11시에 마드리드를 출발해서 모스크바를 경유해 수요일 아침 11시10분에 귀국한 기나긴 비행기 여정때문인지
이래저래 고민이 많아서 인지 2일 사이 통 잠이 오지 않습니다.
시차를 무시하면 24시간 동안의 비행과 대기입니다.ㅎ
여행 일정이 너무 강행군이어서 제법 후유증이 있을법한데, 시차 적응이 완전히 되려면 며칠 사이 밤잠을 설쳐야 할 것 같습니다.
4월 6일 러시아항공을 이용해 모스크바를 경유, 다음날 마드리드 22:00 도착 후 바로 남부 버스 터미널에서 세비야행 soci 야간
버스를 타고 도착과 동시에 세비야를 돌아 본 후 그날 밤 리스보아가는 유로라인에 몸을 싣고, 도착과 동시에 신트라-카보 다
로카- 카스 카이스(악마의 입)을 본 후 시내 살짝 맛보기 후 다시 alsa 버스를 타고 마드리드에 도착한 살인적인 일정이지만
힘든 만큼 알차게 보낼 수 있어 참으로 다행스러운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의 횟수가 늘어날 수록 나 자신이 어울리는 여행이 어떤 것인가 점점 명확해지기도 하고, 사람 사는 것이 참 별반 다를바없슴을 진하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 속에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이 순간, 여행이 주는 삶의 선물이 아닌 가 생각됩니다.
밤잠을 설치니 사색이 깊어가나 봅니다. 어느덧 동토의 땅에도 봄이 찾아오나 봅니다. 같은 4월이어도 다른 날씨와 얼굴이지만
모두에게 따뜻한 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눈 덮힌 시베리아... 날씨가 안좋아 사진이 별로네요.
세번째 방문 '볼쇼이 극장' 오페라 '황제의 신부', 발레 '라 실피드'에 이어 오늘의 작품은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TOCKA(TOSCA) 러시아 키릴 문자는 C가 S이고, H가 N입니다.
내년에 재개관하는 오리지널 볼쇼이 극장을 대신하고 있는 청년극장 (볼쇼이극장 바로 옆) 내부
토스카의 피날레~
극장 입구와 235년 역사를 알리는 현수막
양파머리(바실리) 성당 가는 길
볼때마다 경이로운 모스크바 바실리 성당
3번재 모스크바 방문 중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볼쇼이극장과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입니다.
유럽 여행을 통해 음악과 미술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특히나 19세기 러시아 회화와 오페라, 발레는 세계 최고
수준이기에 놓칠 수 없는 여행포인트였습니다.
하지만 항상 첫날이 힘겹게 시작되는 징크스가 있어서인지, 17시 15분에 도착예정인 비행기가 강한 바람에 의해 1시간가량
비행시간이 늘어나 공연 시간인 19:00에 늦게 되었습니다. 아에로 익스프레스 (320루블)가 250루블에 인상되고, 지하철1회권도
28루블로 인상된 것에 놀랄 틈도 없이 시간과의 사투가 벌어진 것이었죠.
간신히 도착했지만 시간은 17시 20분. 우울하게도 KACCA(CASA 집)는 문을 닫고, 보안 요원 한둘만 입구에서 보일뿐,
인터넷 결재한 내용을 보여주며 티켓을 받을 곳은 없었습니다. 허겁지겁 서로간의 어색한 대화가 흘렀고, 관계자들은
다른 건물에 있는 사무실에서 확인 후 티켓을 받으라고 얘기했지만, 통 그곳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공연을 반쯤 포기하고 마지막으로 이래저래 통 사정을 했더니, 정성이 갸륵한지 아니면 예매한 내역을 확인했는지,
1막이 끝난 후 공연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닏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선율과 웅장한 무대, 그리고 제일 좋은 좌석을 불과 5만원에 얻게되니 1시간동안의 가슴 졸임이
비로서 풀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오케스트라의 선율과 좋은 목소리를 가진 배우들의 조화는 어려울 것 같은 오페라도 그저 멋있게 다가옵니다.
사람의 감정이란 어느 공간 어느 시간에도 다들 비슷한지, 9시간 넘어 떨어진 이 곳에서 말없이 똑같은 눈빛과 마음으로
공연을 통해 '루스키'들과 교감하게 되었습니다.
웅장한 스케일에 압도되어 처음 공연을 접한 후배도 그저 멍하니 박수를 치고 있었고, 저 역시 멋진 장면을 가슴에 새기게
되었습니다. 볼때마다 멋진 곳, 모스크바의 볼쇼이극장. 재개관 되는 그 순간 첫 공연을 보고 싶은 충동이 지금 이순간도
깊게 들고 있네요.ㅎ
공연을 마치고, 길건너 칼 마르크스 동상을 뒤로 하고 크레물린 광장으로 향합니다. 광장주변으로 한쪽은 국영백화점 '굼'과
크레물린 성벽(레닌 묘)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멀리서부터 우아한 자태를 뽑내는 바실리 성당이 따스한 조명에 비춰져 더욱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러시아 민족...슬라브는 노예(SLAVE)의 어원에서 출발합니다. 16세기가 될때까지 노르만족과 몽골족의 압제에 변변히
역사의 변두리였던 이 곳은 이반 4세(뇌제)의 등장과 함께 몽골족(타타르)을 몰아내고 당당한 국가로 기틀을 잡게됩니다.
왕권을 확립하면 대부분의 왕들은 큰 사건들을 만들며, 자신의 업적을 만드는데, 스페인(카스티야+아라곤) 왕국의 통일이
신대륙 발견으로 이어졌듯이 이반 뇌제는 바실리 성당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 아름다운 성당을 반한 엘리자베스 여왕이 건축가들을 보내달라고 했지만, 아들을 죽인 포악한 성정의 이반 뇌제는 바실리
성당이 오직 한곳에만 있게 하기 위해 그들의 눈을 뽑아버리게 됩니다.
프라하의 아름다운 시계탑도 그렇고 재주가 너무 많으면, 예나 지금이나 시기와 질투를 받고, 소유와 집착의 광기는
인류의 멸망 전에는 세대를 거듭하며 반복할 것 같습니다.
상트 뻬제르부르크의 '피의 사원'과 더불어 러시아 정교의 대표적 건축물인 바실리성당은 보는 각도마다 다양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런 상상력은 어디서 등장하는지, 러시아의 예술분야는 참으로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모스크바 시내는 어느새 봄입니다. 공항 주변과 시베리아 벌판은 온 통 눈으로 가득한데, 이제 모스크바는 봄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들의 옷차림과 표정이 가벼워지고 있습니다.
내일은 제가 좋아하는 미술관,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에 가는 날입니다. 50리터 배낭에 가득담긴 여행의 첫 시작,
모스크바의 내일은 어떨지 사뭇 기대되는 순간입니다.
첫댓글 멋진 그림 잘 봅니다. 바실리 성당을 낮에만 (한여름 땡볕 ㅜㅜ)봐서 인지 야경은 또 다른 매력으로 은은한 여운을 주는군요.
모스크바의 야경...은근히 매력적입니다. 슬픈듯이 따뜻한 불빛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지요.ㅎ
잘봤어요^^ 힘든만큼 아름답고 멋진 오페라와 슬픈전설의 바실리 성당이 애잔하게 느껴지네요...다음에 갈 기회가 있다면
호영님의 설명이 기억나서 더욱 멋진 시간이 될것같네요^^
볼쇼이극장이 재개관할때 꼭 한번 가보시길.ㅎ 모스크바 적극 추천입니다.ㅎ
ㅎㅎㅎㅎ 음ㅎㅎㅎㅎㅎ사진보니까 너무너무 가보고싶다
제가 염장질했나요? ㅎ 기회되시면 꼭 가보시길.ㅎ
정님은 사진만 보면 다 가고 싶어 하시니 맘 쓰지 마세욧!@@. 3=3=3=3=3=3=3=3=3=3=3=3=3=3=3
오랫만에 바실리성을 보겟되는군요.. 공지로 뿅갑니다.. 잘봣습니다.
모스크바 바실리 성당은 흡사 놀이동산의 성과같이 아기자기하고 또 너무 예쁘군요..저도 여행후기 올려야하는데..
아직도 몸살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는..^^;;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