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전 대패로 히딩크 감독은 한국의 보수 성향 전문가와 팬들에게서 강도높은 비판을 받게 됐다.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전술 시도와 테스트만을 되풀이하는 비효율적인 선수 선발,감독 위주의 일방적인 팀 운용,한국인 코치의 활용 부족 등에 대한 지적이다.
히딩크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기술의 한계,체력 저하,유럽팀만 만나면 자기의 능력 발휘는커녕 얼어붙는 선수들의 자세에 대한 불만,한국인 코치와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지 않는 데 대한 아쉬움 등등….
이러한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히딩크 감독에게 몇 가지 고언을 한다면가장 먼저 촌음을 아껴 쓰는 ‘시간과의 경쟁’에 유념해 달라는 것이다.대표팀을 맡은 뒤 한국 땅을 떠나 있던 시간이 너무 많았다는 사실은 어떤 이유로도 한국 축구인들을 이해시키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히딩크감독의 주장대로 주요 포지션을 맡을 선수들에 대한 집중 테스트에 더욱 많은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또한 히딩크 감독이 갖고 있는 축구철학도 중요하지만 한국의 전문가들,또 한국인 코치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면 한국선수들의 특성과 개성을 파악해 선수 선발과 관리에 만전을 기할 수 있다고 본다.
주위에서 수비가 약하니 수비에 초점을 맞춘 전술을 요구하는 일부 전문가도 있다.그러나 그동안 선진축구를 한국축구에 접목하려는 히딩크의 노력,즉세계축구의 흐름인 공격적인 팀 플레이와 스위퍼를 두지 않는 수비전술이라는 큰 틀을 지키려는 노력은 한국축구의 선진화에 중요하므로 비록 아픔이따르더라도 초지일관했으면 한다.
축구협회나 팬들은 세계축구의 흐름이라는 큰 틀에서 히딩크를 바라봐야하겠지만 히딩크 감독 스스로 한국정서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시간을 들이고한국선수들을 실체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90년대 한국을 거쳐간 크라머·비쇼베츠 감독보다 당신에 대한 한국 국민의 기대나 성원은 몇배 크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