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돌보던 의사와 간호사, 병원 직원들이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해 병원 밖으로 나섰다.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참포도나무병원의 풀뿌리봉사단 이야기다. 다양한 의료봉사활동을 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서초구 각종 행사에 안전지킴이 역할해
지난 9월 28일 양재천 수변무대에서는 제15회 양재행복음악회가 열렸다. 공연 내내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던 이날 수변무대 주변에는 음악회를 감상하는 관람객과 공연단 등을 눈여겨 살피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참포도나무병원 풀뿌리봉사단(이하 풀뿌리봉사단) 단원들이다.
"공연 중 비가 많이 오면 미끄럼 사고나 감전 사고 등 조심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공연이 무사히 끝날 때까지 긴장하며 지켜봤지요." 풀뿌리봉사단장이자 참포도나무병원장인 이동엽(42)씨의 말이다. 풀뿌리봉사단은 참포도나무병원 직원들로 구성된 봉사단체로 지난해 9월 서초구자원봉사센터에 서초구 봉사단으로 가입한 뒤 활동하고 있다. 이씨는 "지역 주민과 가까운 곳에서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픈 마음으로 직원들이 함께했다"며 "자발적으로 모였기에 어떤 봉사든 즐겁게 한다"고 말했다. 삼삼오오 팀을 이뤄 봉사활동을 하는 풀뿌리봉사단은 의사 9명, 간호사 10명, 그 외 병원 직원 9명으로 구성됐다.
풀뿌리봉사단은 서초구 보건소에서 진행하는 야간 진료 봉사와 서초구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 의료봉사활동을 나간다. 행사장에 응급 부스를 설치해 넘어져 다치는 등 가벼운 찰과상을 입은 이들의 상처를 치료하고 혹시 모를 응급 상황에 대비해 행사가 끝날 때까지 행사장을 지킨다. 올 한 해 서초구에서 진행된 서초구 달맞이 축제, 양재행복음악회, 서초구자원봉사센터에서 주최한 허수아비 만들기와 자원봉사박람회 등 각종 행사에 참여해 의료봉사활동을 했다.
단원 박문정(28)씨는 "봉사단에 가입하면 힘든 일이 적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막상 봉사활동을 해보니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등 즐거운 일들이 많아 봉사하는 날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지난 9월에 있었던 허수아비 만들기 행사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는 박씨는 "그날 응급 부스만 지키고 있었던 게 아니라 자원봉사하러 온 아이들과 함께 허수아비를 만들며 정겨운 얘기도 많이 나눴다"며 "지역 주민들과 함께 만든 60여 개의 허수아비는 경기도 여주군의 농가로 보내졌는데, 이 허수아비들이 황금빛 들판을 지키고 있을 풍경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단원 유경애(32)씨는 "봉사활동을 다녀온 뒤에 다른 직원들에게 즐거웠던 일들을 얘기하다 보니 봉사단 활동을 하지 않는 직원들도 슬슬 가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에서 진행하는 각종 행사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풀뿌리봉사단의 응급 부스는 의료봉사 외에도 지역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단원이자 참포도나무병원 대표원장인 안풍기(38)씨는 "병원 밖에서의 의료 활동은 진료실의 딱딱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과 좀 더 친밀하게 만나는 좋은 기회가 된다"며 "행사에 참석한 이들뿐 아니라 지나가던 어르신들도 들러 몸 이곳저곳 불편한 곳을 상담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일면식 없는 사이지만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응급 부스 안은 그야말로 훈훈한 분위기로 가득 찬다고. 중·고등학교 모두 서초구에서 졸업한 안씨는 "어릴 때부터 서초구에 살았지만 평소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며 "풀뿌리봉사단을 통해 우리 지역에 대해 좀 더 알아가고 지역 주민과도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덧붙였다.
단원들은 앞으로도 풀뿌리봉사단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위로와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단장 이동엽씨는 "지금처럼 꾸준한 활동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보탬이 되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지역 사회에 실질적인 의료 혜택을 주는 참 좋은 친구 같은 봉사단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