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잠을 자지 못하다가 어제는 꽤나 상징적인 꿈을 꾼 것 같다.
모바일이라 꿈만 대략적으로 기록해둬야지.
어떤 숲? 동산? 같은 곳에서 나는 뭔가를 피해다니고 있었던거 같다.
거기엔 나 말고 내 친구들도 몇 있었던거 같은데..
암튼 그 동산에 좀비가 나타나서 우릴 따라다녔던거같다.
나는 요리조리 피해다녔는데, 좀비는 제발 다른 사람이 쏴서 맞혀주기를 바랬던거같다.
근데 그 중년 남자 좀비는 자꾸 나를 따라왔고, 나는 결정을 해야했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저 좀비를 내가 죽이는수밖에 없겠구나.
나는 리볼버를 누군가로부터 넘겨받아서는 총알을 장착했다.
리볼버는 여섯 칸이 있었지만 총알은 다섯개 뿐이었다.
총알이 넉넉지 않으니 마구 쏠 수는 없었고, 난 정확히 조준해서 쏘기로 마음먹었다.
언덕 밑 참호? 같은 곳에서 장전을 한 후 좀비쪽을 보니 나무에 살짝 가려있긴 했지만 이 쪽을 향해 어기적 어기적 그 흉한 몰골로 다가오고있었다.
난 침착하게 그 좀비를 조준해서 총을 쐈다.
단발.
조준은 정확했고, 총알은 좀비의 목을 뚫었다.
좀비는 총알로 목에 구멍이 난 채 바닥에 쓰러져 헐떡거리고 있었다.
나는 좀비가 바닥에 쓰러진걸 보고 생각했다.
'딸이 아빠를 죽였네, 결국.'
그냥 둬도 죽을거같긴 했지만 난 확실하게 몇발 더 쏴서 확인사살 할까 싶었다.
그러다가 깼다.
상담을 하면서 내게 중년 이상의 남성이 나오는 꿈은 늘 상징적 의미가 있었기에..
그냥 남성도 아니고 부성 혹은 오래된 관습의 모습으로 나오는 것들 말이다.
거기다 내가 좀비를 아빠라고 생각했기에 어떤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것이다.
다음 상담때 이야기를 해볼까..
예전에 늙은 할아버지에게 용감하게 검을 겨누고 목에 상처를 냈던 꿈이 갑자기 생각났다.
비슷한 맥락같아서..
난 늘 남이 해주길 바랐지 내가 스스로 해보려고 하지 않았던거같다. 온갖 독립적인 척은 다 했으면서ㅎㅎㅎ
꿈에서도 좀비를 해치는게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고..
하지만 내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그 좀비를 죽일 수 없다는걸 깨달은거같다.
의외로 총을 쥐고 장전을 하고 조준해서 쏠 때의 나는 망설임도, 겁도, 두려움도 없었다. 떨리지도 않았고, 그저 해야할 일을 하는것 뿐이라는 생각이었다.
맘에 든다.
내가 실지로 그런 마음이라면,
난 어쩌면 좀 더 어른이 되고 있는 중인지 모르겠다.
아니 어른이 된다기보다, 내가 스스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내 모습을 속이려 하지 않으려는 어떤..변화인지도 모르겠다.
숨기보다는..그냥 나로써 존재하도록.
오늘은 좀 피곤하고 다운되긴 했지만, 절망적이거나 그러진 않다.
걱정도 힘듬도,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현실적인 힘듬 때문이지 그 이상 드라마를 쓰고 싶지 않았다.
현실은 아직도 거칠고 터프하지만,
그리고 몸도 마음도 아직 피곤하고 힘들지만
적어도 숨지는 않으려고 하는 내 자신을 토닥이고싶다. 응원한다.
앞만 보고.
힘들어도 그때그때 해결하도록 하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한번지켜보자.
그정도 판단력은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좀 더 믿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