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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는 누구인가
도소호는 드디어 입을 열어 말했다.
"귀하가 직접 찾아와서 사람을 풀어 줄 것을 요구하니, 나는 마땅히 그들
을 당신에게 되돌려 줘야 하겠지요. 하지만 잔결서생이란 이름은 최근 중
천에 떠오른 태양과 같아 무림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신과 한 번 겨루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소. 또한 나도 그들과 다름이 없으니 이곳에서 당
신에게 몇 초를 가르침을 받을 수 없겠소?"
몽천악은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소협은 혈기가 끓는 젊은이로서 자웅을 겨루고 싶은 것은 물론 당연하
겠지요. 하지만 지금 이곳에서는 무공을 겨루기가 곤란할 것 같소. 나는
다른 장소를 택해 도소협에게 가르침을 받고 싶소."
도소호는 잠시 생각하더니 별안간 아홉 명의 백의의 인들을 향해 말했다.
"당신들은 가서 번천안과 서향안을 풀어 주시오."
몽천악은 포권을 하고 말했다.
"도당주의 은혜를 나는 가슴 깊이 새겨 두겠소."
도소호는 냉랭하게 말했다.
"우리는 내일 정오에 북문 황능에서 만납시다."
몽천악은 말했다.
"좋소. 그렇게 합시다."
막 이렇게 말했을 때 번천안 무소홍과 서향안 정원화가 대청안에서 걸어
나왔다.
그들은 옷자락에 약간의 피가 묻어 있는 것 외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두 사람은 대청에서 걸어 나오자 즉시 몽천악에게 허리를 굽혀 일례를 했
다.
몽천악은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우리는 이만 돌아갑시다."
이렇게 말하며 먼저 앞장서서 밖으로 걸어나가 그들이 묵고 있는 별채로
돌아왔다.
비안사검은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그의 뒤를 따라 대청으로 돌아와 앉았
다.
몽천악은 고개를 쳐들어 네 사람을 쳐다본 후 서서히 말했다.
"자금성에는 천하 각 문파의 무림 고수들이 거의 모여 있는 것 같소. 또
한 무림의 이대 방파인 혈검문과 궁한방 사람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
소."
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몽천악은 여러 사람을 다시 쳐다본 후 말을 이었
다.
"우리 중양회는 어제 비로소 성립되었으며 오직 우리들 다섯 사람뿐이오.
얼마 동안 중인들의 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할 수 없이 모든 일에 참아
야 할 것이오. 가급적이면 남과 충돌하는 것을 피해야 하오. 적은 숫자로
는 수많은 적을 당해 낼 수가 없소. 만일 그런 일이 생긴다면 우리 중양
회는 채 빛을 보기도 전에 무너져 버리게 될 것이오."
몽천악의 이런 말에 비안사검은 모두 고개를 숙인 채 공손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이번에 화를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회주의 처벌을 달게 받
겠습니다."
몽천악은 웃으며 말했다.
"당신들은 화를 초래하지도 않았는데 무슨 죄가 있단 말이오, 내가 이런
말을 한 것은 다만 당신들의 경각심을 높여 주려는 의도일 뿐이요."
비안사검은 몽천악의 이토록 넓은 아량에 모두 감탄했다. 그리하여 회주
의 위대한 인격을 모두 가슴 깊이 흠모하게 되었다.
우방방이 돌연 말했다.
"회주께 말씀 드릴 것이 있어요. 아까 저는 백여덟 번째 별채에 많은 여
인들이 투숙해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곧 안으로 잠입해 들어가
조사하려 했는데 마침 둘째 오빠 쪽에서 싸움이 벌어진 것을 보고 자세히
조사하지는 못했습니다."
몽천악은 마음이 섬뜩하여 말했다.
"지금 나와 함께 그곳으로 가서 조사해 봅시다. 조운 등 세 사람은 자금
성으로 가서 조사해 보시오."
이윽고 다섯 사람은 다시 두 패로 갈라져서 각각 행동을 개시했다.
우방방과 몽천악은 객잔의 가장 뒤에 있는 별채 쪽으로 걸어갔다.
백여덟 번째 별채는 객잔 서쪽 가장 끝에 있는 별채였다. 별채의 주위에
는 낮은 담장이 둘러싸여 있었다.
담장 밖으로는 다시 일 장 오륙 자 높이로 객잔의 담장이 있었으며 그 뒤
로 삼 장 가량 떨어진 곳에 삼 장 높이의 서쪽 성벽이 있었다.
그러므로 그 별채는 몹시 한적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몽천악과 우방방은 조심스럽게 별채의 담장 옆으로 다가가 안을 살펴보았
다. 그러나 담장 안에 있는 네 채의 방은 모두 창문과 문이 굳게 닫혀져
있었으며 마치 아무도 투숙한 사람이 없는 듯이 조용했다.
우방방이 말했다.
"이상하군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 별채 안엔 많은 여인들이 있었는데
어찌 이토록 죽은 듯이 조용할까요?"
"아마 그들은 방에서 밖의 동정을 감시하고 있을 것이오. 이렇게 조사해
서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가 없으니 우선 주위를 한바퀴 돌아보도록 합시
다."
이렇게 말했을 때 별안간 대청 문이 열리더니 안에서 소녀 한명이 민첩하
게 몽천악 앞으로 걸어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주인께서 차나 한 잔 대접하시겠다고 귀하를 모셔 오라고 하셨습니
다."
우방방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당신 주인은 누구신지 혹시 사람을 잘못 본 게 아닌 가요?"
청의의 소녀 웃으며 말했다.
"잘못 볼 리가 없어요. 자금성에 모여 있는 무림 고수들 중 팔이 하나밖
에 없는 사람은 오직 이분 한 사람뿐이지요."
소녀는 이렇게 대답했을 뿐 주인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몽천악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수고스럽지만 낭자가 길을 안내해 주시오."
우방방이 걱정스러운 빛으로 나직이 말했다.
"들어가 보시겠단 말인가요?"
몽천악은 담담히 말했다.
"상대방의 호의를 무시해 버릴 수는 없지."
우방방은 말했다.
"그들이 이렇게 사람을 초청하는 것은 결코 좋은 생각을 품고 하는 것 같
지가 않군요."
몽천악은 우방방을 한 번 쳐다본 후 말했다.
"이곳에 찾아온 이상 우리는 안전할 것이오."
우방방은 그의 말뜻을 이해할 수 있다는 듯 방긋 웃으며 속으로 생각했
다.
'회주의 무공은 매우 고강한데 내가 무엇 때문에 염려할 필요가 있단 말
인가? 호랑이 굴에 들어가지 않고서 어찌 호랑이를 잡을 수가 있을까. 하
여튼 저 별채 안에 도대체 어떤 인물이 있는지 한 번 들어가 봐야겠
다.......'
몽천악과 우방방은 청의의 소녀 안내를 받으며 대청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대청에 들어서는 순간 눈앞이 환해진 느낌이 들었다. 대청 안은
밝은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등불을 밝히고 여러 개의 촛불을 켜 구석구석
까지 비치고 있었다.
대청 안의 남북 양쪽 벽 밑에는 홍의를 입고 얼굴에 붉은 복면을 썼으며
단검을 든 열여덟 명의 여인들이 우뚝 서 있었다.
이때 밖에서 한차례 가벼운 발자국 소리가 들리며 역시 손에 붉은 단검을
쥔 아홉 명의 복면의 여인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이어 쾅! 소리와 함께 대청 문이 닫히고 아홉 명의 복면의 여인들은 일자
로 늘어서서 문 앞을 가로막았다.
우방방은 이런 상황을 보자 이미 상대방의 함정에 빠진 것을 짐작했다.
그러나 그녀는 몽천악의 태도가 매우 태연한 것을 보자 자신도 마음을 가
라앉히고 말없이 서 있었다.
이때 청의의 소녀가 대청 가운데 놓여 있는 긴 탁자와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두 분은 우선 자리에 앉으세요. 주인께서는 곧 나오실 거예요."
몽천악은 웃으며 말했다.
"오늘 제가 뜻밖에 혈검문주를 만나 볼 수 있게 됐으니 이번 길은 결코
헛걸음이 아니었군요."
이렇게 말하며 그는 우방방과 함께 동서 양쪽 의자에 각각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들이 막 자리에 앉았을 때 대청 안의 서쪽 복도에서 다시 한차례 발자
국 소리가 들려 왔다.
잠시 후 앞장서서 들어온 사람은 역시 복면의 홍의의 여인이었으나 그 여
인은 수중에 단검을 들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어깨에는 한 자루의 장검이 메어져 있었으며 검은 머리가 어깨까
지 늘어져 있었다.
매우 아름다운 몸매였다. 짐작컨데 나이는 약 스무서너 살 가량 된 것 같
았다.
그런데 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온 사람은 여인이 아니었다. 그들은 붉은
빛 장포에 붉은 복면을 하고 걸음걸이가 마치 송장과 같이 뻣뻣한 세 사
람의 괴인이었다.
홍의를 입은 세 명의 복면 괴인들은 수중에 아무런 무기도 들고 있지 않
았으나 그들의 겉모습만 봐도 검을 들고 있는 홍의의 복면의 여인들보다
훨씬 음산함과 공포감이 들게 했다.
등 뒤에 검을 멘 복면의 여인은 주인의 자리로 다가오더니 아무 말도 없
이 자리에 앉았다.
세 명의 홍의의 복면의 괴인은 그녀의 뒤에 일자로 서 있었다.
몽천악은 재빨리 속으로 생각했다.
'저 여인이 바로 혈검문의 문주란 말인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돌연 등 뒤에 검을 멘 복면의 여인이 차디찬 목
소리로 입을 열었다.
"시체를 들고 오너라."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대청 뒤에서 복면을 한 네 명의 여인들이 장방형
의 목판을 들고 걸어 나왔다.
목판 위에는 피투성이가 된 홍의의 여인 한 명이 누워 있었다.
그녀의 가슴에는 한자루의 동강난 검이 꽂혀 있었으며 두 다리 사이에 피
를 흘린 흔적이 있었다.
몽천악은 깜짝 놀라 속으로 부르짖었다.
'그녀로구나!'
그 시체는 바로 일곱 번째 별채에서 정음천과 결투를 벌였던 홍의의 복면
의 소녀였던 것이다.
'그녀의 시체가 어찌하여 이토록 빨리 이곳에 옮겨졌단 말인가? 정음천은
어떻게 되었을까? 혹시 어떤 불의의 사고라도 당한 것이 아닐까?'
이런 의문이 번개같이 몽천악의 뇌리를 스쳤다.
이때 복면을 한 네 명의 홍의의 여인은 시체를 대청 가운데에 내려놓은
후 한쪽 옆으로 물러갔다.
등 뒤에 검을 맨 여인이 차가운 눈빛으로 몽천악을 쏘아보며 냉랭하게 말
했다.
"혈검문의 고수 한 명이 오늘 죽음을 당했어요. 동료의 처참한 죽음을 보
고 혈검문의 제자들은 모두 복수심에 불타 있던 차에 뜻밖에도 범인이 이
렇게 빨리 스스로 찾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몽천악은 그 말을 듣자 안색이 가볍게 변한 채 물었다.
"문주는 그녀를 내가 죽였다고 말씀하시는 거요?"
등 뒤에 검을 맨 복면의 여인은 사뭇 냉랭한 말투였다.
"나는 혈검문의 문주가 아니오. 제이부문주요. 그리고 지금 처참하게 죽
어 있는 저 사람은 제구부문주요."
몽천악은 "악!"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그렇다면 혈검문주는?"
혈검문의 제이부문주는 말했다.
"현재 혈검문 문주의 자리는 비어 있으며 문내의 모든 사무는 제일부문주
가 처리하고 있지요. 그러나 나는 제이부문주이므로 혈검문의 두 번째 수
뇌 인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당신이 비록 중양회의 회주이며 최근 삼 개
월 동안 천하에 명성을 떨친 잔결서생이라 해도 나에 비해 결코 신분이
높은 편은 아니에요."
몽천악은 물었다.
"혈검문 문주의 자리는 어찌 비어 있단 말이오?"
혈검문의 제이부문주는 냉랭하게 말했다.
"혈검문은 강호 무림에서 정당히 활동하며 굳이 남에게 숨겨야 할 비밀은
없어요. 혈검문주의 자리가 비어 있는 까닭은 바로 혈검문을 창립한 사람
이 행방불명됐기 때문이에요. 내 말은 이제 끝났어요. 당신은 판단력이 있
는 사람이니 사람을 죽였으면 목숨을 바쳐야 한다는 이치쯤은 알고 있을
거예요. 그러니 당신은 목숨을 바칠 준비나 하시오."
이때 우방방이 돌연 노기 찬 음성으로 말했다.
"당신은 너무나 말을 함부로 하는군요. 중양회가 그토록 만만한 존재인
줄 아세요?"
몽천악은 웃으며 말했다.
"제이부문주께선 내가 귀문의 제구부문주를 살해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
셨소?"
혈검문의 제이부문주는 그런 질문에 잠시 얼떨떨해졌다.
"나는 비록 보지는 못했지만, 정음천이 그녀를 살해할 능력이 없다는 것
을 알고 있어요."
몽천악은 그말을 듣자 눈썹을 찌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만약 제구부문주가 정음천에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말한다면 혈검문의
사람들은 필시 정음천을 찾아가 보복을 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정음천이
그토록 많은 고수들을 당해 낼 수가 있단 말인가? 그렇다고 내가 범인이
라고 나선다면 저들이 나를 가만히 놔둘 리가 만무하겠지.'
몽천악은 속으로 이처럼 생각하느라고 한참 동안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있었다.
혈검문의 제이부문주가 다시 말을 이었다.
"제구부문주는 명령을 받고 한 가지 무림의 기밀을 조사하러 정음천을 찾
아갔던 거예요. 아마 그 기밀을 조사한 후 적의 악독한 수단에 살해당했
을 거예요."
그녀는 말끝을 흐리다가 다시 이었다.
"적은 처음에 비열한 구음퇴 수법을 펼쳤으며 이어서 부러진 검으로 그녀
의 가슴을 찔렀을 거예요. 이런 수법으로 판단하건대 범인은 필시 흉악무
비한 자일 거예요."
몽천악은 눈에서 예리한 광채를 뿜어내며 물었다.
"내가 만약 귀문의 제구부문주를 살해했다면 무엇 때문에 굳이 구음퇴 같
은 비열한 수법까지 펼칠 필요가 있었겠소."
혈검문의 제이부문주가 말했다.
"당신이 죽이지 않았다면 범인이 누구란 말이에요?"
몽천악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반문했다.
"제이부문주께서는 어디서 시체를 찾아오셨는지요?"
"일곱 번째 별채에서 정음천이 사람을 시켜 소식을 전해 왔어요."
몽천악은 급히 물었다.
"정음천은 범인이 누구란 것을 말하지 않았소?"
혈검문의 둘째부문주가 담담하게 말했다.
"잔결서생, 바로 당신이 범인이라고 말했어요."
몽천악은 웃으며 말했다.
"제이부문주는 정음천의 그런 말을 믿으시오?"
혈검문의 둘째부문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거의 믿을 수 없는 일이에요."
우방방이 의아한 듯 재빨리 말을 받았다.
"믿을 수가 없다면 무엇 때문에 우리 회주를 범인이라고 말하는가요?"
혈검문의 제이부문주가 냉랭하게 말했다.
"나는 완전히 믿을 수 없다고는 말하지 않았어요."
몽천악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에게 솔직히 말하겠소. 귀문의 제구부문주가 참사를 당할 때 나도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절대로 그녀를 살해한 범인이 아니오.
믿고 안 믿고는 당신에게 달려 있소."
제이부문주는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째서 범인이 누군지를 말하지 않는 거지요?"
몽천악은 처량하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는 다만 당신이 내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믿어 주기를 바랄 병이
오."
혈검문의 제이부문주는 침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범인이 누구라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면 당신을 바로 제구부문주를 살해
한 범인으로 단정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오늘 당신은 우리에게 목숨을
바쳐야 해요."
몽천악은 웃으며 담담히 말했다.
"귀문에서 나를 이곳에 붙잡아 두려면 아마 꽤 높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
이오."
혈검문의 제이부문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신의 말이 옳아요. 그래서 나는 아직까지 손을 쓰지 않고 있었던 거예
요."
몽천악은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손을 쓰라고 명령하지 않고 있는 또 하나의 까닭은 제구 부문주
가 어떤 무림 기밀을 염탐해 냈는지 나에게 묻기 위해서가 아니오?"
이 말에 제이부문주는 흠짓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의 추측이 맞아요. 나는 정말 그 기밀을 알고 싶어요."
몽천악은 한숨을 내 쉬며 말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나는 그 기밀을 모르고 있소. 혹시 당신이 제구문주
를 시켜 어떤 일을 조사하라고 명령했는지 말해 준다면 내가 그것을 알려
줄 수 있을는지도 모르오."
혈검문의 제이부문주는 잠시 생각해 본 후 말했다.
"나는 그녀를 시켜 문주의 행방을 조사하라고 했었어요."
몽천악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당신은 혈검문 문주의 행방을 조사하려 했단 말이오?"
제이부문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우리 혈검문은 더 이상 문주의 자리를 비워 둘 수가 없어요. 그
러나 우리는 삼 년 전부터 계속 문주의 행방을 조사해 왔음에도 아직까지
종적을 알 길이 없군요.
내가 오늘 이토록 당신에게 겸손히 대한 것도 당
신이 사건의 진상을 말해 주길 바랬던 거예요. 그래야만 우리는 제구부문
주가 캐낸 기밀을 가지고 우리 혈검문의 문주를 찾을 수가 있기 때문이지
요."
이때 몽천악은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보면 정음천은 혈검문 문주의 행방을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하구
나. 그렇지 않다면 제구부문주가 그를 찾아가 그것을 물어 보려 했을 리
가 없지.'
이런 생각이 들자 몽천악은 급히 물었다.
"귀문 문주의 성함을 말씀해 주실 수가 없겠소?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닌지 알아보려 하는 것이오."
혈검문의 제이부문주가 냉랭하게 말했다.
문주의 행방을 찾기 전에는 문주의 성함은 영원히 밝힐 수가 없어요."
몽천악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렇다면 나도 귀문을 도울 수가 없소."
혈검문의 제이부문주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잔결서생, 당신의 무공이 비록 비할 데 없이 강하다 해도 혈검문의 뛰어
난 고수들이 철통 같이 포위하고 있는 이상 설령 날개가 달렸다고 해도
이 별채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거예요. 그러니 당신에게 충고하겠는데
다시 한번 내 말을 신중히 생각해 주시길 바라겠어요."
몽천악은 웃으며 태연히 말했다.
"낭자의 음성은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이 느껴지오. 분명히 귀에 익은 것
같단 말이오. 미안하지만 낭자는 복면을 벗어 참모습을 나에게 보여주실
수 없겠소?"
혈검문의 제이부문주는 마음이 섬뜩함을 느끼며 말했다.
"나도 당신의 음성과 몸매를 보니 어디서 한 번 만나 본 적이 있는 것 같
아요. 그런데 도저히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군요."
몽천악은 신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소. 아마 낭자는 삼 년 전에 나를 만나 본 적이 있었을 것이오. 다
만 피차의 모습이 지난날과 달라져 있기에 지금 이렇게 만나서도 알아보
지 못하는 것이며 또한 상대방이 누군지 도저히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 것
이오."
혈검문의 제이부문주는 냉랭하게 말했다.
"잔소리는 필요 없어요. 당신은 오늘 살고 싶은 가요, 아니면 죽음을 택
하려는 것인가요?"
몽천악은 담담하게 말했다.
"물론 살기를 원하오."
혈검문의 제이부문주는 말했다.
"살고 싶다면 당신은 어서 제구부문주를 살해한 범인이 누군지를 밝히시
오."
몽천악은 웃으며 말했다.
"물론 밝힐 수는 있소. 하지만, 그 대신 당신은 당신의 참모습을 나에게
보여줘야 하오."
제이부문주는 냉랭하게 코웃음을 치더니 말했다.
"나는 아직까지 남과 조건을 교환해 본적이 없어요."
몽천악은 돌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그렇다면 나는 할 수 없이 이만 물러가야겠소."
우방방도 따라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몽천악은 재빨리 몸을 돌려 대청 문
앞으로 걸어갔다.
이때 별안간 제이부문주가 호통을 쳤다.
"멈추시오!"
몽천악은 서서히 몸을 돌렸다. 순간 제이부문주의 오른손에는 어느새 등
뒤의 장검이 뽑혀져 나와 있었다.
그 장검은 다른 여인들이 들고 있는 혈검보다도 더욱 눈부신 붉은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다.
마치 그것은 금방 사람을 죽여 그 피로 흠뻑 적신 장검 같이 보였다.
제이부문주는 검 끝으로 공중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녀 뒤에서 있는 세
명의 홍의의 괴인들은 음산한 눈초리로 그 혈검을 주시하고 있었다.
만일 제이부문주의 장검이 앞을 가리킨다면 그들 세 명의 괴인들은 지체
없이 앞으로 덮쳐올 것이다.
이때 그녀는 냉랭하게 웃으며 말했다.
"혈검문이 천하 무림에서 명성을 떨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다섯 명의 일
류 고수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내가 이 검 끝을 당신 쪽으로 돌린다면 이
들 홍의의 도사들은 지체없이 당신에게 덮쳐가 당신을 죽이고 말 거예요.
이들은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니 당신의 무공이 제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이들을 죽이지는 못할 거예요. 왜냐하면 이들은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의
몸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죽더라도 즉시 살아나게 되어 있어요."
몽천악은 그런 말을 듣자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사실이오?"
혈검문의 제이부문주는 담담하게 말했다.
"절대로 거짓말이 아니에요."
우방방은 장검을 뽑아 경계태세를 취하고 몽천악 앞에 서서 보호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즐겁게 보고갑니다!
즐독
다섯명의 불사의 검객
ㅈㄷㄳ
감사합니다
즐독했습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시체
ㅎㅎㅎ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잘봅니다..^^
즐독!!!!!!!!!!1
ㅈㄷ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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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안사태 ! 그는 대군을 찾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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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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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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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